겨울 전 마지막 가을을 즐길 수 있었던 지난 주말, 충북 청주시 오송의 청주오스코 컨벤션센터는 전국에서 모인 과학 영재들의 활기로 가득했다. 과학을 사랑하는 학생들이 자신의 기량을 뽐내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곳에서는 청소년들의 과학 축제인 제43회 전국청소년과학탐구대회가 11월 22일(토)~23일(일) 양일간 열렸다. 청소년들의 과학 흥미를 북돋우고 서로 교류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미래 과학기술 인재를 키우기 위한 행사이다.
제43회 전국청소년과학탐구대회 개최
이번 대회에는 전국 초등/중학/고교에서 선발된 111개 팀, 약 900명의 학생들과 지도교사가 참여했다. 경연은 ‘융합과학’, ‘과학토론’, ‘발표대회(YSC 연구발표)’ 등 3개의 종목으로 구성되었다. 각 종목마다 초등부, 중학부, 고교부로 나누어 경기가 진행되었는데, 발표대회 종목은 중·고등학생만 참여할 수 있어 총 8개 부문(융합과학/과학토론 각 3개 부문, 연구발표 2개 부문)에 걸쳐 경연이 펼쳐졌다.
'융합과학'은 대회 당일 현장에서 공개된 과제를 AI 등 디지털 활용 역량을 바탕으로 융합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 이를 발표하는 종목이다. 교내 대회에서 선발된 뒤 전라남도청소년과학탐구대회에서 우승하여 이번 전국대회에 참가하게 된 목포혜인여자고등학교의 서은(2학년), 남연서(2학년) 학생들은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주로 어떤 고민을 많이 하는지 묻는 질문에 “이걸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보면 어떨까”를 떠올리며 주어진 환경 안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고민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고3이 되어 참여가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아이디어를 내고 구체화하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기회가 온다면 또 융합과학 종목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함께 온 지도교사 선생님은 “의욕이 넘쳐서 충분히 지원해주지 못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착실히 준비해 온 학생들”이라며 “앞으로의 성장이 더 기대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과학토론' 종목은 현장에서 공개되는 논제에 대해 인터넷 조사를 통해 자료를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토론하는 경기로, 예선 토너먼트를 거쳐 선발된 4팀이 최종 결선에 오르는 구조다. 작년에도 같은 대회에 참여했던 삼산고등학교의 김지훈(2학년), 허현(2학년) 학생들은 “처음에는 토론이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대화를 통해 서로가 합의할 수 있는 더 좋은 의견을 만들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발표대회'는 교내 과학동아리의 협업을 통해 수행한 과학 실험 및 탐구 활동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로, 일반과제 부문은 사전에 제출한 동영상 발표 자료를 통해 평가받고, 심화과제 부문의 팀들은 현장에서 PPT로 연구 성과를 발표하였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현장에서 주어진 주제로 과학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범종목'도 마련되었다. 과학적 호기심과 창의력, 그리고 연필만 있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는 취지로 도입되었는데, 복잡한 장비나 사전 준비 없이도 과학에 대한 창의적 생각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미래 문제는 AI와 함께, 대회 전통은 지키는 방향으로
이번 대회는 AI 활용을 적극 권장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눈에 띈다. 김성국 심사위원은 “작년 대회부터 AI 사용을 시범적으로 도입하였고, 올해는 허용 도구와 사용 규칙을 명확히 정해 모든 팀이 공정한 조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래 사회에는 지금보다 훨씬 복잡한 과학기술 문제가 등장할텐데, 학생들이 AI의 힘을 빌려 문제를 구체화하고 새로운 해법을 설계해 보는 경험이 필요하다”며 AI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대회인 만큼 전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회 이름과 종목 구성은 시대 흐름에 따라 여러 번 바뀌었지만, 1회 대회 참가자가 이제는 할아버지가 되어 손주 세대를 지켜볼 정도로 긴 역사를 갖고 있다”며 “자원이 많지 않은 작은 나라일수록 과학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한 기반인 만큼, 이런 대회를 통해 어린 학생들이 과학자로 성장할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며 대회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을 보였다.
이틀 간의 열띤 경연이 끝나고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시상식이 열렸다. 융합과학 부문에서 초등부 대상은 전주교육대학교군산부설초등학교 채율아(6학년), 이도윤(6학년) 학생이 차지했고, 중학부와 고등부 대상은 각각 대전삼천중학교 허시은(2학년), 김묘경(2학년) 학생과 북원여자고등학교 김다인(2학년), 변민경(2학년) 학생이 수상했다. 과학토론 부문에서는 매안초등학교 김유은(6학년), 김라희(6학년) 학생, 부흥중학교 조성환(3학년), 최현솔(3학년) 학생, 강원과학고등학교 유승원(2학년), 박찬웅(2학년) 학생이 각각 초등부, 중학부, 고등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밖에 각 부문별 금상, 은상, 동상 및 특별상까지 다수의 시상이 이어지며 학생들의 노력에 화답했다.
과학기술 인재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이틀 간의 대회를 통해 청소년들은 서로의 아이디어와 열정을 나누며 과학에 대한 흥미와 탐구심을 한층 키울 수 있었다. 전국청소년과학탐구대회는 경쟁보다는 교류와 성장을 지향하는 과학 교육 행사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으며, 참가자들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꿈을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 정회빈 리포터
- acochi@hanmail.net
- 저작권자 2025-11-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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