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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봉 객원편집위원
2013-03-05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교육 스토리텔링… 수학교과서 시대 개막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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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아직도 수학에 투입되고 있는 사교육비는 엄청나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사교육비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생 수학교육을 위해 사교육비로 지출한 금액이 6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처럼 사교육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문제 유형 외우기식’의 특이한 공부 방식 때문이다. 수학을 공부하고 있는 고교생들에게 물으면 수학은 이해하는 과목이 아니라 외우는 과목이다. 수능시험을 보기 전까지 시험에 나올지 모르는 약 1만3천 개의 문제유형을 외워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학원 등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 유형 외우기’로 일부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받고는 있지만 또한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자가 만난 많은 사람들이 수학에 대한 아픈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대화하면서 수학개념 이해

이런 분위기 속에서 스토리텔링 수학교과서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호의적인 반응이다. 서울교대 수학교육과 강완 교수는 "수학이야말로 실생활에서 추상화돼 나온 개념"이라고 말했다.

▲ 스토리텔링 수학교과서의 등장은 외우기식 수학교육 패턴을 개념 이해 중심의 수학교육으로 바꾸는 분기점이라고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중이다. ⓒScienceTimes

때문에 실생활과 연관 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야기를 통해 수학과 실생활을 연결하고 있는 스토리텔링 교과서에 대해 큰 기대감을 표명했다.

전직 언론인으로 교육 분야에 정통한 임철순 씨는 최근 칼럼 기사를 통해 "스토리텔링 교육계획을 보면서 요즘 아이들이 부러웠다"는 심정을 표명했다. "나도 (어려서부터) 그런 교육을 받았더라면 수학을 잘 했을지도 모른다"는 후회스러운 말도 덧붙였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새 교과서 배포에 앞서 전국 15개 시범학교를 선정해 스토리텔링 방식의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 시범교육에 참여한 교사들, 교과서 연구·집필진 등과 함께 그 적용 결과를 분석했다.

학생의 흥미 면에서 좋은 평점을 받았다. 이야기들이 학생 흥미를 높이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 스토리가 학생 스스로 학습 흐름을 만드는 데 뼈대가 되고 있으며, 차시별로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면서 흥미를 더욱 높이고 있다고 보았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의사소통이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야기를 중심으로 학습을 진행하면서 전체적으로 쌍방향 학습이 가능했으며, 학생들 역시 매우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교사들의 분석이다.

‘굿 티칭’ 위해 더 많은 교재들 필요

가장 주목할 부분은 학생들의 개념 이해도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배운 것을 이야기로 재현하면서 수학적 개념을 이해하고, 어려운 것으로 인식돼 온 용어들을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수학 개념을 사용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스스로 개념을 깨우치면서 교과서가 요구하는 수학교육의 큰 그림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 “맥락 속에서 배우니 개념을 뽑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스토리텔링 방식의 영향을 높이 평가했다.

그동안 국내 수학교육은 개념을 중시하기보다 공식을 더 중시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많은 학생들이 부족한 개념 이해 속에서 어려운 공부를 해왔으며, 고교 졸업 후에는 수학 전체를 놓아버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스토리텔링 수학교과서의 등장은 외우기식 수학교육 패턴을 개념 이해 중심의 수학교육으로 바꾸는 분기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앞으로 해야 할 일 역시 산적해 있다. 교사들은 스토리를 활용한 수업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시간이 부족한 만큼 상대적으로 활동과 놀이의 수를 줄여야 하는데 그렇게 하다 보면 개념을 중시하는 스토리텔링 교육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 체험 교육을 강조하는 만큼 다양한 교재가 필요하다고도 한다. 교사 스스로 많은 교재들을 제작하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다며, 관계기관을 통해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스토리텔링 수학교과서가 배포됐다는 것은 한국의 수학교육 방식이 크게 바뀌었다는 것을 말한다. 외우는 것이 아니라 흥미, 지식이 아니라 체험,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을 지향하는 수학교육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국민들의 기대가 큰 만큼 해야 할 일도 많을 것 같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3-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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