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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과학평론가
2018-12-14

궤도 오른 우주개발, 이제 차별화 전략 필요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역사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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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독자 기술로 개발하고 있는 한국형 발사체(KSLV-2) 누리호의 시험 발사가 지난 11월 28일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75톤급 액체엔진 시험발사체가 목표시간인 140초보다 길게 비행하여 최고 209km까지 오른 후 공해상에 떨어짐으로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최종 개발에도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뒤이어 지난 12월 5일에는 역시 우리의 독자 기술로 개발한 첫 정지궤도 위성인 천리안2A호가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아리안 로켓에 실려 발사된 후 교신에도 성공하였다.

다만 이번 위성이 최종 성공판정을 받으려면, 고도 3만6천km의 정지궤도에 안착하여 6개월 간의 시험과정을 마치고 기상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여야 한다.

한국형 발사체(KLSV-II) 누리호의 컴퓨터그래픽 이미지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 발사체(KLSV-II) 누리호의 컴퓨터그래픽 이미지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올해는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에 큰 획을 긋는 해가 되는 셈인데, 이를 계기로 우리의 인공위성 및 발사체 개발의 역사, 그리고 우주개발의 전망과 바람직한 전략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선진국에 비해 최소 30~40년 늦었던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은 1990년에 발사된 우리별1호(KITSAT-1)이다. 이는 영국 써리대학의 기술지원을 받아 위성개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된 실험용 위성의 성격이 크다.

때문에 1999년에 발사된 우리별3호(KITSAT-3)를 순수하게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최초의 독자개발 인공위성으로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방송통신위성은 1995년에 발사된 무궁화 1호(KOREASAT-1)로서 미국 플로리다 주의 공군기지에서 델타 로켓에 실려 발사되었다.

그러나 보조로켓 하나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목표 궤도에 도달하지 못함으로써, 위성의 추진력으로 정지궤도에 진입하는 바람에 수명이 반으로 줄어드는 ‘절반의 성공’으로 귀결되었다.

2017년10월에 발사 성공한 통신위성 무궁화5A호 ⓒ SpaceX
2017년10월에 발사 성공한 통신위성 무궁화5A호 ⓒ SpaceX

뒤를 이은 무궁화 2호 및 3호는 1996년과 1999년에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디지털 위성방송 및 멀티미디어 서비스 등을 제공하게 되었다.

또한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호(KOMPSAT) 및 우주관측 위성인 과학기술위성(STSAT) 역시 여러 차례 발사되었고, 정지궤도 통신해양 기상위성인 천리안1호가 2010년에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2020년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그동안 발사한 크고 작은 인공위성의 수만 해도 모두 30개에 가까이 되는 셈이니, 이제 우리나라도 위성 강국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다. 첫 위성인 우리별1호는 무게 48.6kg 정도의 소형위성이었으나, 이번에 발사된 천리안2A는 무게 3.5톤으로서, 자동차보다 더 무거운 대형 위성이다.

그러나 그동안에는 독자적인 발사체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의 위성 발사를 대부분 다른 나라의 로켓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인공위성 등을 쏘아올리기 위한 로켓 개발 역시 1990년대에 시작되었다.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는 1단형 과학관측 로켓인 KSR(Korea Sounding Rocket)-I을 1993년에 두 차례 발사하여 130km 상공까지 도달하는 데에 성공하였고, 2단형 과학로켓인 KSR-II는 1998년에 발사에 성공하였다.

또한 국내 최초의 액체추진제 로켓인 KSR-III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2002년에 발사하여 비행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KSR은 시험적 성격의 로켓들로서, 실제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수준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로호(KLSV-I)의 발사 장면(2013년 1월 30일)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호(KLSV-I)의 발사 장면(2013년 1월 30일)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 우주발사체 사업은 고흥의 우주센터 건설과 함께 진행된 나로호(KSLV-I) 계획에 의해 비약적인 전기를 맞게 되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야심찬 계획으로 볼 수 있다.

나로호 계획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기술개발 과정에서 중간 단계를 과감히 건너뛰었다는 점이다. 다른 분야처럼 기술이전이 가능한 분야라면 바람직한 전략일 수도 있겠지만, 우주개발과 같은 극도로 폐쇄적인 기술 분야에서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전략이다.

더구나 ‘로켓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CBM)로 전용될 우려’ 등 정치, 군사적인 요인에 의해 나로호 1단 로켓엔진을 동맹국인 미국이 아닌 러시아로부터 들여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역시 러시아가 철저한 보안 속에 신형로켓을 우리나라에 판매한 것일 뿐이었으므로, 내심 기대하였던 로켓기술 습득의 효과는 미미하였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나로호는 2009년과 2010년의 두 차례의 실패를 딛고 2013년 1월 발사에 성공하였다.

나로호에는 나로과학위성이 탑재되어 있었으므로, 자체 개발한 인공위성을 자국의 발사장에서 쏘아올렸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이른바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하였다고 당시 언론은 보도하였다.

그러나 러시아제 1단 로켓을 장착한 나로호를 진정한 한국형 발사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금 개발 중인 누리호가 최종적으로 성공해야만 비로소 우리도 자체 개발한 발사체를 가지게 된다고 할 것이다.

다만 이번에 시험에 성공했다 해도 아직 갈 길은 멀다. 75톤 엔진 4개를 묶어서 로켓의 1단으로 제작해야 하고, 또한 로켓에 인공위성을 탑재하여 제 궤도에 올릴 수 있으려면 아직 고비가 여럿 남아있다.

따라서 한두 번의 성공과 실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개발에 매진하는 진중하고 끈기 있는 태도가 개발자와 관계 당국, 그리고 국민 모두에게 필요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 우리가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최종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목표와 전략을 가지고 우주개발에 임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기술 수준은 미국, 유럽, 러시아 등의 우주개발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인도 등의 후발국에 비교해서도 아직은 많이 뒤처진 편이다.

그러므로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격으로, 우리도 ‘몇 년도까지는 달에 유인 우주선을 반드시 보내겠다’는 식의 무모한 계획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중국과 인도는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로서, 잠재적으로는 ICBM 기술 등과도 관련 지어 우주개발 전략을 추진할 수도 있다.

나로호에 실려 발사된 나로과학위성의 비행 상상도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호에 실려 발사된 나로과학위성의 비행 상상도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엄밀히 경제적인 측면만을 따진다면, 한국형 우주발사체는 그 가치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우주개발에서 우리나라가 잘 할 수 있는 쪽이 무엇인지, 어느 방향이 바람직한지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중국은 유인 우주선과 우주 정거장 쪽에서 우월한 위치를 점하고 있고, 일본은 특히 소행성 탐사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 적합한 틈새 전략을 고려할 수도 있는데, 일단은 발사횟수가 적지 않은 우리나라의 인공위성들부터 우리의 발사체로 쏘아 올리고, 향후에는 개발도상국들의 인공위성 제작과 발사를 대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유럽우주국(ESA)의 경우처럼 중국, 일본 등의 인접 국가들과 공동으로 우주개발을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정치적 요인이나 각국의 이해관계 등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우주개발에 있어서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국위선양이나 국민적 자긍심 등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들이 하지 않았던 유인 우주선을 중국이 러시아,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개발한 것도 그런 요인이 가장 컸을 것이다. 그러나 투입할 자원과 여력이 넉넉하지 못한 우리로서는, 우주개발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들을 심사숙고하여 컨센서스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최성우 과학평론가
저작권자 2018-12-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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