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 역사상 최고로 더웠던 여름도 조금씩 물러나고 있다.
아직도 낮에는 햇볕이 따갑게 느껴질 정도로 덥지만, 천천히 가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임은 분명하다.
가을을 맞이하기 전에 미리 준비해둬야 할 사항 중 하나가 피부관리다.
특히 요즘과 같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여름 내내 뜨거운 햇빛에 노출됐던 피부를 반드시 관리해줘야만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국립식량과학원은 과거 품종 개량을 통해 확보했던 ‘색깔 감자’가 피부를 보호해주고, 염증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규명해 주목을 끌고 있다.
항암 효과에 더해 피부보호 효능까지 갖춘 색깔 감자
피부관리에 효과적인 색깔 감자의 명칭은 ‘자영’과 ‘홍영’이다. 자주색 감자인 ‘자영’과 붉은색 감자인 ‘홍영’은 농촌진흥청 산하기관인 국립식량과학원이 과거에 개발했던 신품종이다.
자영과 홍영은 가공용 감자인 ‘대서’와 야생종인 ‘AG34314’를 교배한 후, 4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색깔을 지닌 품종개량 감자임을 인정 받았다.
두 색깔 감자는 기존 품종에 비해 안토시아닌(anthocyanin) 함량이 월등히 높은 특징을 갖고 있다. 안토시아닌은 폴리페놀 성분의 하나로서 전립선암 억제활성이 탁월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연구진이 암세포를 대상으로 항암활성을 분석해 본 결과, 자영과 홍영의 추출물은 전립선암 억제활성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처럼 항암 효과가 뛰어난 자영과 홍영은 피부보호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색깔 감자의 피부보호 효과는 세포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연구진은 자영과 홍영을 시험군으로 삼고, 다른 품종의 감자를 대조군으로 삼아 외부의 스트레스로부터 피부세포를 얼마나 보호하는지를 테스트했다.
그 결과 외부 스트레스에 의한 피부 보호 활성도의 경우, 자영과 홍영이 대조군에 비해 30∼42%p 정도 더 우수한 세포보호 효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색깔 감자의 피부 보호 효과는 감자의 속 부위보다 껍질에서 추출했을 때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국립식량과학원의 관계자는 “만약 색깔 감자를 팩으로 활용할 경우, 얇게 잘라서 피부에 붙이는 것보다 깨끗이 씻은 색깔 감자를 껍질째 갈아서 팩으로 이용하는 것이 더 좋다”라고 설명하며 “다만 싹이 자란 부분이나 녹색으로 변한 부분은 제거 후 사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화장품 등 사업화 계획 본격 추진 예정
색깔 감자 중에서도 특히 자영의 껍질은 ‘피부 미백’과 ‘염증 억제’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사람의 피부가 산화적 스트레스나 자외선에 노출되면 멜라닌의 증식이 늘어 기미가 생성된다. 멜라닌이 증식하는 과정에 효소인 티로시나아제(tyrosinase)가 관여하게 되는데, 자영 껍질은 이 효소의 활성을 약 50% 가량 억제하여 피부를 하얗게 만들어 주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자영 껍질은 세포 내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인 일산화질소 등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세포내 염증 발현을 완화시켜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자영의 항염 활성도를 측정하기 위해 품종이 다른 감자들의 속 부위와 껍질을 분리한 후, 이를 각각 추출하여 처리했다.
항염 활성도 측정은 동물의 세포에서 일산화질소의 생성 저해효과 및 세포 내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날 때 생성되는 사이토카인(cytokine) 단백질의 발현을 얼마나 저해할 수 있는지를 척도로 삼았다.
그 결과 다른 품종들 보다 자영의 껍질에서 추출한 물질이 일산화질소 생성을 약 60∼70% 이상 저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국립식량과학원 작물기초기반과의 김현영 농업연구사는 “기능 성분이 풍부한 색깔 감자가 여름철 폭염과 자외선에 상처받은 피부를 보호하는 좋은 재료로 활용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번 연구의 실무를 담당한 김현영 농업연구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감자가 원래 피부보호에 도움을 주는 작물인가?
그렇다. 감자는 각질이 많이 일어나는 피부나 알레르기성 민감한 피부에도 무리 없이 쓸 수 있고, 눈두덩이나 눈가 등 약한 피부에도 쓸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여드름이 많이 난 피부에 효과가 좋다. 다만 감자의 독성인 솔라닌(solanine)은 주의해야 한다. 솔라닌은 감자의 눈에 들어있는 알칼로이드 물질로서, 감자를 얼굴에 사용할 때는 꼭 싹을 잘 잘라내고 사용해야 한다.
- 자영과 홍영에서 추출한 물질로 상용화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없지만, 연구가 완성되면 기술이전이나 사업화 등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상용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화장품의 경우 기술만 완성되면 진입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에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임상시험 준비를 서두를 예정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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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8-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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