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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율 객원기자
2017-01-17

개정헌법에 '지식재산' 명시하자 카이스트 박성필 교수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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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개정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지식재산 전문가들의 모임에서도 "헌법에 강력한 과학기술 및 지식재산 조항이 추가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주목을 끌었다.

카이스트 지식재산대학원의 박성필 책임교수는 최근 국회 제1간담회장에서 열린 ‘국회 세계특허(IP)허브국가 추진위원회’ 주최 정책간담회에서 “지금 세계가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휩싸여 엄청난 속도로 변하는데, 우리나라 헌법은 과학기술 및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IP허브국가 추진위 '법개정 연구위원회'  발표

현재의 개헌논의가 정치 영역에 집중되어 있으나, 정말 개헌을 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경제 영역을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교수는 국회 세계특허(IP)허브국가 추진위원회의 지식재산 법제연구 모임인 ‘법개정연구위원회(위원장 서민, 충남대 로스쿨 명예교수)’가 올해 수행할 연구주제의 하나로 제안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헌법 전문에는 지식재산뿐 아니라 지식재산의 원천인 과학기술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한 마디도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 ‘민족의 단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등 헌법의 근본정신을 선언하고 있다.

국회간담회장에서 열린 '지식재산정책간담회' 참석자
국회간담회장에서 열린 '지식재산정책세미나' 참석자 ⓒ 심재율 / ScienceTimes

그러나 오늘날 경제의 핵심동력인 과학기술이나 그 경제적 가치를 보호하는 지식재산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헌법 제22조 1항은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고 하고 있고, 제23조 1항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고 규정하여 지식재산권이 넓은 의미의 재산권의 일종으로 보장되도록 하고 있다.

문화에 대해서도 헌법 9조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 시대를 따라 변하는 새로운 문화발전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러한 규정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욱 강조되는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에 비추어 매우 소극적이고 간접적인 표현이라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에 특허권을 침해당했다고 하소연하는 중소기업이 있을 경우, 현행 헌법상으로는 이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헌법적 의무라는 인식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물론 “법대로 하면” 되겠지만, 특허권자를 보호하겠다는 헌법적 의지가 강력하지 않은 상태여서 그런 법들이 특허권자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

이와 달리 미국, 유럽연합(EU), 독일 등은 국가의 최고규범에 지식재산을 매우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미국 연방헌법의 제1조 제8절 8항은 지식재산조항(IP clause)으로 불린다. 제1조 제8절은 매우 추상적으로 연방의회의 권한들을 나열하고 있지만, 8항만은 특이하게 구체적인 권한의 내용을 적시하고 있다.

“의회는 저작자와 발명가에게 그들의 저술과 발견에 대한 배타적인 권리를 한시적으로 보장함으로써...과학과 유용한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는 권한을 가진다.

(Congress shall have power...to promote the progress of science and useful arts, by securing for limited times to authors and inventors the exclusive right to their respective writings and discoveries.)

1787년에 작성된 문구라서 현대적인 해석에는 논란이 있지만, 지식재산을 생산하는 원천인 넓은 의미의 지식(science and useful art), 권리의 주체인 저작자와 발명가(authors and inventors), 한시적 배타권인 지식재산권의 특성(exclusive right, for limited times), 지식재산권의 객체인 저술 및 발견(writings and discoveries) 등을 매우 직설적으로 정확히 명시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기본권 헌장은 보다 더 직설적이고 명료하다. 이 헌장 제17조 ‘재산권(Right to property)’은 2항에서 “지식재산권은 보호되어야 한다(Intellectual property shall be protected.)”고 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

독일 기본법도 연방의 전속적 입법권을 규정한 제73조에서 9항이 산업재산권(gewerblichen Rechtsschutz), 저작권(Ucheberrecht), 및 출판권(Verlagsrecht)을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93조는 연방이 산업재산권 사건을 다루는 연방법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같은 사례를 들어 박 교수는 헌법 전문, 기본권편 및 경제편에 지식재산에 대한 조항을 넣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헌법 전문에 예를 들어 ‘과학기술의 진흥과 문화예술의 창달을 기반으로 세계 지식재산 중심국가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라는 문구를 추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미국 연방헌법에는 '지식재산(IP)조항'이 명백하게 존재한다. 사진은 미국 연방의회 건물
미국 연방헌법에는 '지식재산(IP)조항'이 명백하게 존재한다. 사진은 미국 연방의회 건물 ⓒ Pixabay

기본권 편에도 ‘모든 국민의 지식재산권은 법률이 정하는 기간 동안 배타적으로 보장된다’는 등의 방식으로 직접적인 지식재산 조항을 두는 방안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제편에 국가의 지식재산 보호의무를 규정하는 방식으로, “①국가는 지식재산의 창출과 활용에 기반을 둔 경제생태계 조성과 문화예술의 창달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②대통령은 제1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집행기구 및 자문기구를 둘 수 있다.”와 같은 조항을 두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에 맞는 '지식재산 헌법'으로 바뀌어야

우리나라 지식재산 법제가 권리자 보호에 소극적이었던 이유에 대해 박 교수는 “이는 선진국 기술을 추격하는 데 중점을 두었던 과거의 경제 패러다임이 반영된 것 같다”고 박교수의 지적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 산업과 과학기술이 남을 빨리 쫓아가는 ‘추격형’에서 벗어나, 가장 앞 자리에서 경쟁하는 ‘선도형’으로 바뀐 만큼, 헌법 개정에 이러한 변화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지식재산의 1차적 생산자인 저작자, 발명가, 과학기술자, 예술가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경제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보장하겠다는 헌법 차원의 선언이 있다면 앞으로 국회가 특허권자, 저작권자 등의 권리를 강력하게 보호하는 입법들을 추진하는 데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의 연구제안 발표주제는 ‘지식재산헌법’이었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7-01-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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