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1차 국가기술자문회의를 개최해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은 반도체, 인공지능 등 신흥·핵심기술이 경제와 외교·안보를 좌우하는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미래 먹거리 창출과 국가안보에 기여할 국가 차원의 전략기술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방향으로 대한민국이 기술패권 경쟁의 흐름을 선도해 가는 글로벌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범정부 합동 정책인데요.
올해에는 국내에서 여러가지 정책 방향의 변동이 있었고 대외적으로도 환경이 변한 점을 감안하여 지난해에 선정된 10대 국가필수전략기술에 차세대 원자력과 첨단 모빌리티를 추가한 12대 국가전략기술이 선정됐습니다. 그렇다면 첨단 모빌리티가 12대 국가전략기술에 포함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람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하는 데 기여하는 각종 서비스와 이동수단을 폭넓게 일컫는 모빌리티는 사회의 발전에 따라 점차 혁신을 거듭해가며 전기·수소·자율주행자동차, 도심항공교통(UAM)과 같은 새로운 형태로 변화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빌리티의 발전은 단순히 교통이나 이동의 편리성 증대뿐 아니라 관련 산업의 성장이나 생활 환경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선진국에서도 첨단 기술과의 결합을 통한 혁신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해 연구와 투자를 강화해 나가고 있는 것인데요. 이번 꿰어야 보배 10월호에서는 모빌리티 기술의 발전을 통해 더 빠르고, 더 편하고, 더 안전하게 우리 산업과 경제를 견인하는 출연연의 과학기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TRI, 자율주행 분야 국제대회 세계 1위
지난 2021년 10월 11일, 세계최대 컴퓨터비전 학회(ICCV)가 개최하고 구글이 후원하는 자율주행용 객체 분할 및 추적 기술 부문 국제 대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이 대회는 자율주행 차량 시점에서 촬영된 도로 영상을 여러 객체로 나누고 추적, 정확성을 겨루는 대회로 중국 최대 검색포털 바이두,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대학교 등 글로벌 유수 기관들이 참여했는데요. 이 대회에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미국 워싱턴대학과 공동으로 개발한 자율주행용 객체 분할 및 추적기술이 비디오 트랙부문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연구팀은 주최측이 제공하는 영상을 분석해 길, 벽, 신호등, 빌딩, 사람 등 20여개 객체를 추적했습니다. 이후 객체를 화소 단위로 나눠 형태를 인식하고 색칠했는데요. 연구팀의 기술은 기본 사각 틀로 사물을 인식, 추적하는 것에 비해 세밀한 식별과 정교한 추적이 가능했습니다. 특히 각 픽셀마다 객체인지 아닌지를 스스로 판단하며 객체의 위치 변화를 추적하고 대조학습 기법으로 정확성을 높였는데요. 자율주행 차량용 객체 분할과 추적 분야에 특화돼 있는 이 기술은 날씨, 조명변화, 객체 크기, 가림 현상, 거리환경 등 다양한 환경 속에서도 타 기술 대비 성능이 뛰어남을 확인했습니다.
이번 성과는 세계 유수의 기관들이 다수 참여한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은데요. 향후 본 기술은 스마트 교통을 위한 교통량 모니터링, 차량, 보행자 안전 향상 등 4차 산업혁명의 주요 분야인 스마트 시티의 핵심 기술로 향후 지방자치단체 등에 적용해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시티 기술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국기계연구원, 수소 모빌리티 이끌어 갈 수소 엔진 핵심기술 개발
드론과 같은 무인 이동체 전력원은 대부분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장기 체공을 위해 가솔린 엔진 하이브리드 시스템·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한국기계연구원이 미래 수소 기반 모빌리티 사회를 앞당기는 수소 엔진 핵심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국내에서 무인 인동체 전력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형 수소 엔진을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연구팀은 소형 엔진 내 수소 연료의 공급 방식을 직접 분사 방식으로 적용하고, 점화 및 분사 등 엔진 파라미터에 대한 최적화를 수행했습니다. 또한 엔진 연료로 무탄소 연료인 수소를 사용하며, 수소 연료 공급 식을 엔진 실린더 내 직접 분사 방식으로 최적화해 엔진 출력을 극대화했는데요. 이번에 개발한 소형 수소 엔진은 최대 7㎾ 이상의 출력을 달성했으며, 파워팩 모듈 개발을 위해 제작한 발전기 및 정류기는 5㎾ 이상의 출력을 확보했습니다. 이는 시중의 20~30㎏급 산업용 드론을 띄울 수 있는 정도의 출력입니다.
수소 연료는 무게당 에너지밀도가 가솔린보다 2.8배 높아 가솔린 엔진을 적용한 드론보다 비행시간을 더욱 증가시킬 수 있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무탄소 기술이라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향후 기계연구원은 추가 연구를 통해 산업용 드론의 비행시간 증가와 임무 범위 확대 등에 적용할 전망인데요. 배송 로봇과 같은 무인 이동체의 전력원으로도 널리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국전기연구원,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해소! 트렌치 구조 SiC 전력반도체 개발
SiC 전력반도체는 SiC 특성상 실리콘 전력반도체보다 10배 높은 전압과 수백도의 고온 환경에서도 작동하면서 전력 소모는 적습니다. 전기차 인버터용 SiC 전력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반도체 대비 에너지 효율을 최대 10% 높여 주고 인버터 부피와 무게는 줄여주는데요. 폭증하는 수요에 비해 소수의 선진 국가 및 기업이 독점하다 보니 세계적인 공급 부족 현상도 불거진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한국전기연구원이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 소자 최첨단 기술인 '트렌치 구조 모스펫(MOSFET)'을 개발했습니다. 모스펫은 금속-산화물부도체-반도체 구조의 트랜지스터로 트렌치 구조의 모스펫 구현은 SiC 기반의 반도체 소자 제조에서 최고난도 기술의 하나입니다. 안정적 작동에서 장기적 내구성까지 성능 구현 장벽이 높아 그동안 독일과 일본만이 SiC 트렌치 모스펫 양산화에 성공한 기술이었는데요.
한국전기연구원의 SiC 트렌치 모스펫 국산화는 우리나라가 SiC 전력반도체 기술 1부 리그에 올랐음을 의미합니다. 웨이퍼 한 장에 더 많은 칩을 생산할 수 있어 SiC 반도체 공급량을 늘릴 수 있고, 생산 비용은 낮출 수 있는데요. 전기차를 비롯해 SiC 전력반도체 수요처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열차자율주행 T2T 통신기술 개발 성공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자동차와 주변 사물을 연결하는 차량·사물통신(V2X) 기술을 열차 자율주행 시스템에 적용한 'T2T 열차간 통신기술'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T2T 열차간 통신기술은 주변의 교통 상황과 흐름을 분석해 운전자의 안전 운행을 돕는 자동차의 V2X 기술을 열차 자율주행 시스템에 맞게 개발한 기술입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기존 안테나보다 전파를 더 멀리 보낼 수 있는 지향성 안테나를 개발해 2대의 축소시험차량에 탑재하고 다양한 철도 환경을 구현하며 열차와 열차 간 통신 시험을 세계 최초로 진행했는데요. 그 결과 개활지에서 2㎞ 이상, 철도 터널을 포함한 4㎞ 이상의 환경에서 철도 운행에 필요한 데이터 송수신에 성공해 지향성 안테나를 통한 V2X 기술을 철도 환경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열차 자율주행 시스템은 열차 간 통신을 통해 주행 안전을 확보하고, 운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지해 판단·제어하는 지능형 열차 제어 기술로 미래철도를 이끌 초격차 기술인데요. 이번 성과로 열차 스스로 운행 상황을 판단하여 주행하는 열차 자율주행 시스템의 상용화가 한 걸음 더 가까워지게 되었으며, 앞으로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계속해서 다양한 환경과 시나리오에서 통신시험을 진행해 기술 완성도를 높일 예정입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미래형 도심항공교통(UAM) 연구협력 나서
한국과 미국이 이른바 '하늘을 나는 택시'로 불리는 도심항공교통(UAM) 개발을 위한 연구 협력에 나섭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UAM 연구개발 분야 협력 증진을 위한 이행약정을 체결했는데요.
항우연은 국토교통부로부터 한국형 UAM 실증 사업을 위임받고, 주관기관으로 관련 개발을 진행 중이며, NASA는 미국연방항공청(FAA)와 협력해 UAM 초기 생태계 구축 및 안전성·운영성 확인을 위한 실증 프로그램 마련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항우연과 NASA는 이번 이행 약정에 따라 향후 5년간 상호 기관의 실증 시나리오·경험을 공유할 예정이며, UAM 생태계 시뮬레이션을 위한 환경 구축 기준, 핵심 비행시험 데이터 등도 주고받기로 했습니다. 두 기관은 현재 수행 중인 미래형 UAM 연구개발 강점을 교류해 국제 사회에서도 통용 가능한 안전·운용기준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더 빠르고, 더 편하고, 더 안전하게 우리 산업과 경제를 견인하는 출연연의 기술성과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세계 미래 모빌리티 시장 규모는 2030년 9천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우리나라도 미래 모빌리티를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킬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데요. 전기·수소차 등 미래자동차 구매 목표를 상향하고 전기차 충전 시설 설치 의무를 강화하며, 레벨3 자율차는 올해 270대 생산하고 2027년까지 1만 4천대를 공급한다는 계획입니다. 또한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UAM은 2025년까지 상용화하기 위해 UAM 실증과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핵심기술개발을 지원할 예정인데요. 작게는 개인의 이동부터, 크게는 사회와 경제의 흐름까지도 견인하는 모빌리티 시대, 출연연의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이 그 여정을 함께 개척하고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 이 글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서 발간하는 ‘꿰어야 보배’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국가과학기술연구회
- 저작권자 2022-11-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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