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삶의 가치를 회복하고자 전 세계 시민들이 참여하는 이 기념일이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지구의 날은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 바바라에서 있었던 기름 유출 사고가 계기가 되었다. 그 사고로 인해 당시에는 다소 무관심했던 환경오염, 기름유출, 살충제 사용, 산림파괴와 같은 문제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1970년에 미국 상원 의원 게이로 닐슨(Gaylord Anton Nelson)과 대학생 데니스 헤이즈(Denis Hayes)가 ‘지구의 날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매년 4월 22일은 지구 기후와 환경보호를 위한 다채로운 캠페인과 행사들이 개최된다.

지구를 위한 50번째 행동
지구의 날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184개국 약 5000여 개의 단체는 공통의 주제와 더불어 각국의 환경 이슈들로 캠페인을 진행한다. 특히 ‘10분간 소등’은 전기 등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메시지 전달을 위한 것으로 이제는 지구의 날을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하였다. 1990년부터 지구의 날 행사를 시작한 우리나라 역시 ‘10분간 소등’ 행사에 참여하여 서울, 경기, 대구 등 전국의 랜드마크와 기업 건물, 아파트 단지 등에서 오후 8시부터 10분간 조명을 모두 소등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지구의 날 행사를 주관하는 어스데이 네트워크(Earth Day Network)는 50주년을 맞은 ‘지구의 날 2020’의 메인 주제로 ‘기후 행동’을 제안했다. 어스데이 네트워크의 대표 캐슬린 로저스(Kathleen Rogers)는 “기후 변화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이 위기 상황”을 세계 모두가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2015년 세계 각국 정상들이 파리기후변화협약회의에서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고하며 맺은 파리협정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우리 모두가 각성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그 약속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선포된 ‘지구의 날 2020’의 메인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개별 캠페인들이 세계 각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지구의 청소는 우리 모두가
대표적인 캠페인은 IT 기술과 연계한 ‘2020 어스 챌린지(Earth Challenge 2020)’, ‘대규모 글로벌 클린업(Great Global Cleanup)’.
‘2020 어스 챌린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시민과학 캠페인이다. 기존의 시민과학 프로젝트를 통합하여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역량을 모으고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활용하는 것. 시민과학 커뮤니티가 모바일 앱을 사용하여 대기질, 수질, 곤충의 개체 수, 기후 변화 등에 관련된 관측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환경 보존 정책에 활용되는 플랫폼에 제공한다. 이는 전 세계인이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의 환경과 건강을 지키는 수호자로 참여시키면서 동시에 시민과학을 성장시키는 데에 목적이 있다.
‘대규모 글로벌 클린업’은 전 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맺어진 파트너들과 함께 녹지공간, 도시커뮤니티, 수로 등에서 수십억 개의 쓰레기를 제거하는 프로젝트이다. 단순히 쓰레기를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쓰레기들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폐기물의 출처 및 범위를 고찰하고, 이에 대한 설루션을 수립하는 데에 활용한다. 또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및 과세, 폐기물에 대한 순환경제계획 수립 등 도시가 기후 행동을 주도하고 캠페인을 선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우주의 환경 오염
지구 환경 오염이 심각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주의 환경 오염 또한 심각해지고 있다. 우주로 위성을 쏘아 올린 후 수명이 다 되어 기능이 정지되었거나, 사고나 고장으로 제어할 수 없는 인공위성, 위성 발사에 사용된 부품들과 파편, 심지어 우주 비행사가 떨어트리고 수거하지 못한 공구들까지 우주도 쓰레기 몸살을 앓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지구 궤도에는 3500개가량에 달하는 폐위성과 75만 개에 달하는 소형 파편들이 흩어져 있다. 이들이 지구 궤도를 시속 2만 km의 속도로 이동하면서 서로 충돌하여 파편이 되거나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위성에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한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런 우주 쓰레기들의 양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로 미국과 유럽의 몇몇 국가들이 이를 처리하기 위해 오랜 연구와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대한 양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데에는 많은 비용과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말 그대로 골칫거리인 셈.
우주 쓰레기 청소는 로봇이
지난해 9월 ESA(European Space agency:United space in Europe)는 우주 쓰레기 청소를 위한 ‘클리어 스페이스-1(ClearSpace-1)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클리어 스페이스’는 지구 궤도 주변에 흩어져 있는 위성 잔해물과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는 최초의 우주 청소 로봇 프로젝트로 다가오는 2025년에 발사될 예정이다.
ESA와 클리어 스페이스 창업자 뤽 피구엣(Luc Piguet)은 “앞으로 위성의 수가 지금보다 더 증가하게 되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고장난 위성과 잔해들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것”이며, 이를 방지하지 위해서는 “특히 교통량이 많은 지역에 주로 몰려 있는 것을 제거할 수 있는 견인 트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의 첫 임무는 2013년에 발사된 소형 위성 ‘베스파(Vega Secondary Payload Adapter)’의 잔해 수거. 베스파는 100kg의 질량으로 비교적 작은 위성에 속하지만 더 까다로운 후속 임무를 진행하기 전에 우선 처리 대상으로 결정됐다.
청소 과정은 먼저 로봇 쓰레기 수집기(robotic junk collector)인 체이서를 우주선에 실어 지구 궤도 500km 지점에 쏘아 올린다. 체이서는 800㎞×660㎞ 궤도에 올라 목표물에 접근하고, 4개의 로봇 팔을 이용해 베스파를 감싸 쥔다. 그러고 우주 쓰레기와 같이 대기권으로 재진입하여 마찰열에 연소해버린다는 계획이다.
ESA는 클리어 스페이스 프로젝트에 1억 2000만 유로(한화 약 1589억원)의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뿐만 아니라 ‘ADRIOS(Active Debris Removal. In-Orbit Servicing)’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필수 지침, 궤도 진입 내비게이션 및 제어 기술 개발, 목표물과의 랑데부 및 캡처 방법을 지속적으로 개발 중에 있다.
편리함에 이끌려 도외시했던 환경 문제가 지구를 넘어 우주에까지 확산됐다. 여러 환경전문가들의 조언처럼 이미 망가진 자연과 환경은 한 번의 캠페인, 한 번의 임무 수행으로 회복될 수 없다. 지구의 날 제정 때의 첫 슬로건처럼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사는 삶의 가치를 되새기며 우리의 행동에 작은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 김현정 객원기자
- vegastar0707@gmail.com
- 저작권자 2020-05-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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