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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권예슬 리포터
2023-04-14

“우주쓰레기, 지금 대책 세우지 않으면 해양 오염 꼴 될 것” 과학계, Science誌에 우주쓰레기 처리 정책 필요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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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최고의 우주 영화로 평가받는 ‘그래비티’는 우주 임무를 펼치던 우주인들이 우주쓰레기를 맞닥뜨리는 재난 상황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2013년 개봉한 영화 ‘그래비티’는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던 연구진이 우주쓰레기와 충돌하며 우주 미아가 된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2021년 공개된 영화 ‘승리호’는 우주쓰레기를 주워 돈을 버는 청소선 승리호 선원들의 이야기다. 이처럼 영화의 메인 설정으로 우주 쓰레기가 등장한 건 우연이 아니다.

96년 전 지구 궤도에 인간이 만든 물체는 단 하나뿐이었다.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발사한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다. 2023년 현재 지구 궤도에 있는 위성의 수는 9,000개에 달한다. 예정된 임무만 고려했을 때도 2030년에는 6만 개로 늘어난다. 게다가, 100조 개 이상의 우주쓰레기도 지구 궤도를 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의 인구보다 많은 숫자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학자들은 지난달 9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우주쓰레기로 인해 지구 궤도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받지 않도록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해양 미세플라스틱 등장 20여 년 만의 변화

해양 생물학자인 리처드 톰슨 영국 플리머스대 교수는 2004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해양에는 대형 플라스틱 폐기물 외에도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과 섬유가 널리 퍼져 있다고 보고하고, 미세플라스틱(마이크로플라스틱)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1㎛(마이크로미터)~5mm 정도인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당시 연구에서 톰슨 교수는 플라스틱의 수명과 급속한 사용량 증가, 일회용이라는 특성을 고려했을 때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 오염이 증가할 것이며, 먹이 사슬을 통해 이동하며 광범위한 공간에 축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단각류의 장에 있는 미세플라스틱. 리처드 톰슨 영국 플리머스대 교수는 위 사진처럼 해양 미세플라스틱이 생태계를 위협할 것이라고 2004년 문제를 제기했다. ⒸScience

과학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 오염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조치 및 국제적인 조약은 그간 없었다. 20여 년이 흘러 지난달 5일 마침내 유엔(UN)은 전 세계 바다를 보호할 국제해양조약 제정에 합의했고 170여 명의 세계 지도자가 서명했다. 2030년까지 공해를 포함한 전 세계 바다의 30%를 보호 구역으로 지정해 생태계를 보호하자는 것이 골자다. 해양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톰슨 교수는 지난 9일 사이언스에 실린 성명 작성에도 참여했다. 해양 생물학자가 우주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명확하다. 우주 공간이 해양의 플라스틱 오염과 비슷한 길을 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톰슨 교수는 “우리는 10여 년 전에 해양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알았고, 그때 조치를 했다면 해양 플라스틱 양은 지금의 절반에 불과했을 것”이라며 “바다에 저지른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어 지구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 늦지 않게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 세기에 걸친 해양 오염, 수십 년 걸린 우주 오염

▲ 밤하늘을 관찰하고 있는 이모젠 나퍼 영국 플리머스대 교수. ⒸElenar Burfitt/University of Plymouth

추정에 의하면 100조 개 이상의 우주쓰레기가 지구 궤도를 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수치에는 발사에 사용된 부스터, 금속 조각, 페인트 조각 등 모든 것이 포함된다. 작은 페인트 조각이라고 해도 우주에서는 치명적이다. 시속 2만8,200km로 지구를 공전하는 작은 조각이 총알처럼 우주선이나 위성 등 다른 물체에 부딪히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인류가 쏘아 올린 첨단 기술의 잔해는 지구로 떨어지며 대기 중에서 소각된다. 문제는 이렇게 자연적으로 파괴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쓰레기를 계속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바다 오염은 수 세기 동안 인간의 활동이 축적된 결과다. 하지만 우주가 이토록 오염되는 데는 불과 수십 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구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의미다. 해양 생물학자와 우주 공학자로 구성된 7명의 저자들은 우주 발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파편의 양을 최소화하고, 기능 수명을 다한 위성을 궤도에서 벗어나도록 개발할 책임을 각국 정부 및 민간 우주개발업체에 부여하는 조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킴벌리 마이너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 박사는 “국제해양조약을 벤치마킹하여 지구 궤도 오염을 최소화한다면 지속적인 우주 탐사를 통해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는 우주 기술의 성장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멜리사 퀸 스페이스포트 콘월 책임자는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해 우주를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는 마음가짐은 위험하다”며 “우리가 바다를 어떻게 대했는지를 생각해보며, 미래 세대의 우주 사용에 피해를 주기 전에 능동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류는 나중이 아닌 바로 지금, 우주에 한 우리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3-04-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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