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용암층 사이에 끼어 있는 붉은 흙층이 중국과 몽골 등 아시아 건조지역에서 날아온 황사와 제주 화산물질이 섞여 형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국립경국대학교 정기영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제주 용암층 사이의 붉은 흙층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쿼터러니 사이언스 리뷰(Quaternary Science Reviews)'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용암과 용암 사이에 얇게 끼어 있는 붉은 퇴적층인 '고토양'의 광물 성분과 화학적 특성, 입자 크기, 열에 의한 변화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붉은 흙층은 단순한 화산재나 현무암이 풍화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중국 북서부와 몽골 남부 등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온 먼지와 제주 화산물질이 섞여 쌓인 퇴적층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를 '붉은 실트층'(Red Silt)으로 이름 붙였다.
이 퇴적층은 제주 해안 저지대부터 중산간과 한라산 고지대에 이르기까지 용암층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된다.
화산활동이 멈춘 시기에 지표에 먼지와 퇴적물이 쌓였고, 이후 화산이 다시 분출하면서 뜨거운 용암이 이를 덮어 보존한 것으로 연구진은 해석했다.
특히 붉은 흙층의 풍화 정도를 분석하면 퇴적 당시 기후까지 추정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춥고 건조한 시기에 형성된 흙층은 풍화가 덜 진행됐지만 따뜻하고 습한 시기에 형성된 흙층은 풍화가 더 많이 진행됐다.
흙층의 붉은색도 처음부터 붉었던 것이 아니라 뜨거운 용암에 가열되면서 점토광물이 분해되고 붉은색을 띠는 적철석이 만들어져 더욱 짙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구간에서는 퇴적층 상부가 섭씨 950도 이상의 고온에 노출된 흔적도 발견됐다.
서귀포시 성읍리 채석장에서 확인된 붉은 흙층은 약 1만5천 년 전보다 앞선 빙하기에 주로 형성됐으며, 이후 약 1만5천 년 전 분출한 용암에 덮인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용암과 가까운 흙층 상부는 섭씨 750∼900도, 하부는 550도 이하의 열에 노출된 흔적을 보였다.
이번 연구로 제주 용암층 사이의 붉은 흙층이 과거 기후변화와 아시아 먼지 이동, 화산활동의 역사를 함께 기록한 지질 자료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세계유산본부는 지난 10여 년간 제주 전역의 고토양층을 조사하며 오름과 용암류의 형성 시기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번 연구는 비교적 낮은 고도와 얕은 지층에서 발견된 붉은 흙층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앞으로 한라산 고지대와 더 깊은 지층까지 연구 범위를 넓혀 제주의 오래된 화산활동과 기후변화 역사를 밝힐 계획이다.
김형은 세계유산본부장은 "제주 용암 사이에 얇게 보존된 붉은 흙층은 과거 제주 지표에 쌓인 황사, 당시 기후, 이후의 화산활동을 함께 기록한 귀중한 자연자료"라며 국내외 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6-10-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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