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료전지와 태양열, 히트펌프 등 삼중 열원을 통해 완전한 에너지 자립이 가능한 온실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지난 14일 전북 전주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내 온실 실증시설.
660여㎡ 규모의 비닐하우스 안에 원통형 덕트를 감고 있는 덩굴마다 붉고 푸른 토마토가 많게는 수십 개씩 매달려 있었다.
덕트에서는 실내 온도 28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찬 바람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토마토 가지마다 양액을 공급하는 배지가 놓여 있었다.
지난 1월 심은 데프니스 품종 토마토가 벌써 4m 높이까지 자랐다.
토마토는 시설 하우스 내 고온으로 인해 여름철 생산이 어려워 보통 농가에서는 7월 초면 수확이 끝나지만, 이곳에서는 사시사철 익어가는 토마토를 볼 수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이 실증 중인 '온실 3중 열병합 발전 시스템'을 통해 여름철에도 냉열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실 3중 열병합시스템은 수소 등을 이용한 30㎾(킬로와트)급 연료전지, 공기 열원을 활용한 히트펌프(공기나 땅, 물 등 버려지는 열원에서 열에너지를 얻어 냉난방에 활용하는 장치), 태양열 등 세 가지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발생하는 열을 냉방과 난방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주간에는 태양열을 이용하고 야간이나 비가 올 때는 연료전지와 히트펌프를 조합해 운전함으로써 유연하게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기존 온실 냉난방시스템은 주로 태양열이나 지열 등 단일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설계돼 날씨에 따라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해지거나 계절에 따라 효율이 저하되는 등 한계가 있었다.
이상민 기계연 미래농생명공학연구단장은 "온실은 외부 기상 조건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온도를 유지하는 기술이 관건"이라며 "농업 분야에 처음으로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해 계절에 상관없이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온실 발전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연료전지 배열과 태양열은 겨울철에는 온열을, 여름철에는 흡착식 냉방기를 통해 냉열을 공급하는 원리이다.
태양열과 연료전지에서 생성된 온수를 흡착식 냉방기의 열원으로 사용해 냉수를 생산하고, 이를 30t급 축열조에 축냉해 냉열로 전환한다.

기존 단일 히트펌프 시스템 대비 운영비는 36.5%,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8.1% 줄일 수 있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현재까지 실증 결과, 냉·온열 공급량이 수요량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궁극적으로 전기와 열을 모두 활용해 발생한 열의 87% 이상을 사용한다는 게 목표다.
열원마다 운전 온도가 다르고, 에너지 소비 효율 구간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최적화된 알고리즘 제어를 통해 끊김없이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술이 관건이다.
기계연은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과는 농업 부산물로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해 현장 실증하는 연구를, 농업과학원·우원엠앤이와는 신재생에너지 복합 열원을 활용한 온실 에너지기술을 상용화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앞으로 실증 규모를 3천300㎡ 규모로 확대해 '스마트팜'을 넘어서는, 지속 가능한 '와이즈팜'(Waste-free, Intelligent, Sustainable, Energy-efficient Farm)을 실현하는 것을 비전으로 하고 있다.
제로에너지 수직 농장, 극한 농업, 우주 농업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민 단장은 "기후 위기 시대 에너지를 넘어 식량과 물 등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혹한, 폭염 등 가혹한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발전 기술을 통해 온실의 에너지 자립은 물론 탄소 중립 실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5-07-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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