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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현정 리포터
2024-06-19

코끼리야, 네 이름은 뭐니? 코끼리 개체별로 음성이 특정되어 자신의 호출을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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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시 <꽃>은 이름의 상징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추상적 존재였던 ‘꽃’은 타인에게 ‘이름’을 불림으로써 의미 있는 존재로 인식된다. 시에서 활용된 것처럼 이름은 사람과 사물에 붙여진 기호이면서 동시에 타인과 객체의 정체성을 부여한다. 사람이 자신의 애착물이나 반려동물에게 이름을 붙여 부르는 행위가 그렇다.

그런데 인간의 사회화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인 ‘이름 부르기’가 코끼리들 사이에서도 쓰인다는 연구결과가 과학저널 ‘Nature Ecology & Evolution’에 발표됐다. 논문에 따르면 코끼리는 마치 각자의 이름에 해당하는 고유한 소리를 냄으로써 서로 소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끼리가 각자의 이름을 부르면서 소통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shutterstock

 

코끼리 아저씨, 제 이름을 불렀어요?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교와 코넬대학교 생태학 관련 연구팀은 코끼리가 개별적으로 특정한 음성으로 서로를 호출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코끼리의 울음소리를 기계학습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이 개별적인 소리로 서로를 부른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공동저자인 엘리펀트보이스(ElphantVoices)의 조이스 풀 박사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코끼리 한 마리가 나팔소리 같은 울음소리를 내면 무리 안에서 특정한 한 마리가 고개를 들어 화답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나머지는 그 소리에 무관심했는데, 연구진은 이 장면이 코끼리 사이에 일대 일 호출인지 확인하고자 한 것이 본 연구의 중요한 시작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연구진은 케냐 암보셀리 국립공원과 삼부루 국립 보호구역에서 녹음된 1986년부터 2022년까지 아프리카코끼리 100마리 이상의 울음소리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총 4년에 걸친 이 연구는 기존에 수집된 음성자료를 분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코끼리 울음을 직접 녹음하기 위한 집중적인 현장조사에도 1년 이상이 걸렸다.

코끼리 울음소리는 알려진 것보다 음성이 매우 복잡하고, 또 코끼리는 음성 외에도 시각, 후각, 촉각 등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 ‘수다쟁이’이기 때문에 현장의 자료가 반드시 필요했다는 게 연구진의 말이다.

코끼리가 서식하는 공원 곳곳에 설치한 수신기에는 약 470개의 의미 있는 ‘대화’가 녹음됐다. 월터 스콧(Walter Scott, Jr.) 콜로라도주립대학 공과대학 교수는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는 새로운 신호처리 기술을 개발하여 녹음된 음성 데이터를 기계학습하고, 인공지능으로 이 데이터의 패턴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분명하게 특정된 수신자-발신자의 음성을 추출했고, 이 음성을 특정 코끼리에게 들려주는 실험으로 이어갔다.

테스트 자극(원래 대상에게 전달된 호출) 대 제어 자극(원래 다른 객체에게 전달된 동일한 발신자의 호출) 재생에 대한 응답 값. ⓒnature ecology & evolution

 

내 이름은 뿌우우우

연구진들이 라벨링된 소리를 재생하자 특정 소리-특정 개체의 일대 일 대응된 반응이 관찰됐다. 즉, 코끼리들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는 열정적이며 긍정적으로 반응했지만, 다른 소리에는 대체로 무관심했다. 또한, 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소리나 자신과 관계없는 소리를 들었을 때에는 ‘이상한 사건’ 쯤으로 치부하고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 이어갔다.

위트마이어(Wittemyer) 콜라로도주립대학교 야생동물 보존생물학과 교수는 코끼리가 이같이 의사소통 능력이 발달된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복잡한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가족단위끼리 통용되는 의사소통은 인간 사회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발성은 나팔소리부터 낮은 성대 울림소리, 사람의 가청 범위를 벗어난 초저주파 소리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이러한 음향적 특징이 임의의 음성 라벨링, 즉 특정 소리와 개체를 대응시키는 능력이 발달되게 한 동인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동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동물로 꼽히는 돌고래는 숨구멍 아래 파닉 립스(Phonic Lips)를 진동시켜 딸깍하는 소리나 휘파람 소리를 내어 상대를 호출한다. 앵무새는 수신자의 울음소리를 모방하여 동종의 이름을 지정하고 의사소통을 하며, 남극 펭귄도 미묘한 음성의 차이를 인식해 의사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코끼리의 방식은 대상이 내는 소리의 모방에 의존하지 않고 객체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언어적 표현의 확장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주장이다.

결과를 정리하면서 연구진은 “코끼리가 음식, 물, 장소 등에 이름을 지정했는지 확인하려면 훨씬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구까지는 부족한 자료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밀렵으로 멸종 위기에 놓인 코끼리의 보존에 대한 새로운 근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코끼리들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는 열정적이며 긍정적으로 반응했지만, 다른 소리에는 대체로 무관심했다. ⓒ20th Century Studios, Inc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4-06-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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