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하고 지루한 과학이 거리로 나섰다. 거리에 나온 과학은 학교에서는 수업진도에 밀려서, 집에서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절대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실험들이 가능했다.
과학이라면 어렵다고 고개를 저었던 아이들은 신기한 마술공연을 보는 듯 눈빛이 빛났고, 어른들은 어릴 적 배웠던 과학이론을 떠올리며 실험의 원리를 파악하느라 바빴다.
사이언스 버스킹, 야외에서 펼쳐진 과학실험쇼
지난 9~11일 늦은 저녁, 일산 호수공원에서 펼쳐진 사이언스 버스킹 현장의 모습이다. 사이언스 버스킹은 스토리텔링형 과학실험 퍼포먼스 공연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과학창의재단 소속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꾸미는 무대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과학과 다른 분야를 접목시켜 과학을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쉽도록 일반인이나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전문가다. 이들이 한 여름 밤의 게릴라쇼처럼 재미있고 유익한 과학실험 공연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사이언스 버스킹에서는 하늘 위로 콜라 기둥이 치솟고, 도깨비불처럼 불이 둥둥 떠다니고, 하얀색 꽃이 순식간에 알록달록 갖가지 색깔의 꽃으로 변신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사람들은 흡사 유명 마술사의 공연을 보고 있는 듯 한 착각이 들만큼 신기해하며 폭염을 잊어버릴 수 있었다.
먼저 길거리 공연의 필수인 신나는 음악과 춤으로 늦은 저녁 자녀들과 함께 호수공원에 산책 나온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그리고 등장한 ‘색깔의 과학자’ 홍성현 과학커뮤니케이터는 하얀색 꽃에 물을 뿌려서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변신시켰다. 그는 또 이온음료 같은 하얀 빛깔의 물에 그냥 투명한 물을 섞어 순식간에 커피 음료로 바꾸기도 했다.
이런 놀라운 변신에 아이들은 탄성을 질렀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과학적 원리는 간단했다. 하얀색 리트머스 종이로 만든 꽃에 스프레이로 알카리성분과 산성성분의 지시약을 뿌리니 색깔이 변하게 된 것이다.
하얀 빛깔의 물은 녹말을 푼 물이었다. 거기에 그냥 물처럼 보이는 요오드용액을 섞었더니 검은 색 앙금이 생기면서 먹을 수 없는 커피 음료가 만들어진 것이다.
공감 소통의 과학공연으로 인기 높아
다음으로는 여름 밤의 캠프화이어 같은 화려한 불쇼가 이어졌다. 이세리, 오상현 과학커뮤니케이터가 꾸미는 무대였다. 이들이 비눗방울 거품이 있는 물에 손을 담근 후 불을 붙였는데, 순식간에 손 전체에 활활 타는 듯 불이 붙었다.
소화기를 대기시켜야 할 만큼 위험스러워 보였지만, 이것도 원리만 알면 그리 걱정할 게 없다. 물에 세제를 섞어서 거품을 낸 후에 거기에 부탄가스를 넣고 불을 붙이면 물과 거품이 묻은 손이지만 불이 붙게 되는 것이다. 부탄가스가 불에 타서 모두 사라지면 불도 저절로 꺼지게 된다.
목소리를 굵은 저음으로 변하게 하는 가스가 있다는 사실도 사이언스 버스킹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바로 크립톤 가스인데,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목소리를 굵은 저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처럼 야외공원 사이언스 버스킹에서는 실내에서 하기 어려운 실험이 진행돼 과학을 어렵게만 생각했던 학생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과학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일산 야외공원뿐 아니라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제22회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 현장에도 사이언스 버스킹이 진행됐다. 이곳에서도 어린 아이들부터 부모들까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과학소통 공감공연이 펼쳐져 많은 호응을 얻었다.
미래에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유경민 학생은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실험을 하는 과학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공연을 펼쳐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과학지식을 전달해 주는 과학커뮤니케이터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며 “내 진로도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 김순강 객원기자
- pureriver@hanmail.net
- 저작권자 2018-08-16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