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환경·에너지
김준래 객원기자
2017-07-07

조상에게 배우는 '가뭄 극복'의 지혜 둠벙과 물챙이… 물 모으고 정화도 하는 관계 시설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최근의 장마로 인해 어느 정도 해갈은 됐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 국토는 최악의 가뭄으로 인해 완전히 메말라 있었다. 지역마다 양수기가 동원되고, 급수차가 지원을 했지만 지하수마저 말라버린 메마른 땅을 적시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가뭄을 극복하기 위한 조상들의 노력에는 놀라운 과학이 숨어있다
가뭄을 극복하기 위한 조상들의 노력에는 놀라운 과학이 숨어있다 ⓒ 충남넷

가뭄이란 자연 현상이 오늘날에만 발생하는 것은 아닌 만큼, 과거에도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문명이 발전한 오늘날에도 견디기 어려운 가뭄 현상을 기본적인 장비조차 없던 과거의 조상들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미스터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 조상들이 노력했던 수고의 결과물들을 살펴보면 그 안에 놀라운 과학이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초소형 댐 역할을 하는 둠벙

과거의 농업은 주로 비나 하천의 지류에 의존하여 경작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비가 제때 오지 않으면 농사 자체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러한 때를 대비하여 만든 시설이 바로 ‘둠벙’이다.

충청도 방언으로 웅덩이를 뜻하는 둠벙은 임시로 물을 가둘 수 있는 작은 웅덩이로서, 일종의 초소형 댐이라 할 수 있다. 원래는 자연적으로 물이 고이는 장소를 가리켰지만, 이를 인위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물의 흐름이 느린 수로까지를 둠벙이라 칭하고 있다.

둠벙은 197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된 농촌 현대화 사업으로 인해 점차 사라져갔다. 근대식 저수지와 댐 조성, 그리고 관개수 등의 전국적인 보급으로 인해 그 설자리를 잃었던 것.

그러나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어서 오늘날까지도 둠벙을 활용하여 가뭄을 극복한 지역도 있다. 경남 고성군의 거류면 일대가 바로 그런 지역으로서, 이 지역에는 아직도 100여개의 둠벙이 남아있다.

거류면의 관계자는 “우리 지역도 근래 보기 드문 가뭄으로 인해 저수지의 물이 완전히 고갈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둠벙에 고여 있던 물을 이용하여 큰 문제없이 모내기를 마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둠벙은 초소형 댐 역할을 하는 작은 저수지를 말한다
둠벙은 초소형 댐 역할을 하는 작은 저수지를 말한다 ⓒ 환경운동연합

사실 둠벙은 평지보다 산과 언덕이 많은 우리나라의 지형에 적합한 관계시설이다. 둠벙의 특징은 장시간 물을 고여 있도록 만드는 것인데, 이는 계곡물과 같이 차가운 물을 농사에 이용해야 하는 산간 지역 주민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장점이다.

차가운 물을 그대로 농작물에 공급하게 되면 냉해를 입기 쉽지만, 둠벙과 연계한 우회 수로를 차가운 물이 돌다 보면 물이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어 수온이 높아지면서 적절한 온도의 물이 된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둠벙은 비상 시, 물 저장고의 기능 뿐 아니라 어류나 파충류들의 피난처와 서식처로도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이처럼 극심한 가뭄을 통해 둠벙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희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가뭄 대비를 위한 둠벙 조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지자체의 움직임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의 관계자는 “수백 년 전 농사를 지었던 조상들이 안정적으로 농작물을 키우고, 수확량을 증대하기 위해 조성했던 둠벙에 최근 들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하며 “둠벙에 들어있는 과학을 잘 활용한다면 지금과 같은 가뭄도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름망처럼 필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물챙이

둠벙이 가뭄 극복 해결에 도움을 주는 조상들의 지혜라면, ‘물챙이’는 가뭄으로 인해 혼탁해진 물을 깨끗하게 정화하여 건강하도록 도와주는 또 하나의 지혜라 할 수 있다.

물챙이는 싸리나무 줄기를 창살처럼 엮어서 개울에 가로질러 놓고 오물이 걸리도록 한 거름 장치로서, 오늘날 개수대에 들어 있는 ‘거름망’처럼 필터와 같은 역할을 정수(淨水) 시스템이다.

물챙이란 이름에는 두 가지 어원이 존재한다. 하나는 물과 창(窓)의 속어로 창살로 엮어 만든 도구라는 의미를 담고 있고, 또 하나는 곡식의 껍질을 골라내는 역할을 하는 ‘키’의 사투리인 ‘챙이’처럼 쓰레기를 걸러낸다는 의미도 있다.

물챙이는 거름망처럼 필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정수장치를 말한다
물챙이는 거름망처럼 필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정수장치를 말한다 ⓒ baedalmal.kr

일반적으로 가뭄이 들게 되면 흐르는 수량이 줄어들면서 물이 혼탁해지기 마련이다. 물속의 쓰레기양은 그대로인 반면에, 수량이 줄어들어서 상대적으로 물의 투명도가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물챙이는 개울의 위쪽에서부터 떠내려 오는 나뭇가지나 쓰레기들을 걸러내는 역할을 하는데, 이렇게 하면 깨끗한 물만 흐르고 나머지 덩어리들은 물챙이에 모두 걸리게 되므로 수질오염의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물챙이에 걸린 나뭇가지나 쓰레기 등은 비가 갠 후 건져서 말려 두었다가 땔감으로 쓰기도 하였고, 거기서 나온 재는 거름으로 쓰기도 하는 등 자원 재활용의 역할까지 담당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의 관계자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려가는 것은 영원불변의 법칙”이라고 강조하며 “따라서 과거 조상들은 물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언제나 윗물에서부터 물챙이로 관리를 해주는 지혜를 갖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7-07-07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