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12월 발생한 수마트라-안다만 대지진은 국제 과학자팀의 연구 결과 해저 아래 심부 광물의 탈수현상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진은 지금까지 관측된 지진 가운데 가장 길고 오래 지속된 단층 균열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진도 9.2를 기록한 기록한 대지진과 그에 따른 쓰나미로 인해 인도양 여러 곳의 해안지대가 황폐화됐고 25만명 이상이 사망하는 피해를 기록했다.
이 지진에 대한 연구는 영국 사우샘프턴대학과 미국 콜로라도 광산대학 과학자들이 주도하는 국제 해양탐사 프로그램(IODP)의 일환으로 지난해 이 지역에 대한 과학탐사를 하면서 수행됐다.
수마트라 해양 지각판 시추해 표본 채취
연구팀은 연구 선박 조이디스 레절루션(JOIDES Resolution)호에서 탐사를 하면서 처음으로 수마트라 섭입대(攝入帶, subduction zone)를 구성하는 해양 지각판에서 침전물과 암석 표본을 채굴했다. 섭입대는 판구조론에서 두 지각판이 수렴하는 지역으로 주로 무거운 해양판이 가벼운 대륙판 밑으로 밀려들어가면서 대규모 지진을 일으키고 많은 지역에서 파괴적인 쓰나미가 발생한다. 대륙 연변부의 깊은 해구는 통상 이런 섭입작용에 의해 형성된다.
해저 밑에서 파낸 퇴적물 표본에 대한 연구 결과는 독일 브레멘대 해양환경과학센터(MARUM) 안드레 후퍼스(Andre Hüpers) 박사가 주도해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에 상세히 기록돼 있다.
침전 광물의 탈수과정에 연구력 집중
이번 탐사의 공동 리더인 사우샘프턴대 리사 맥닐(Lisa McNeill) 교수는 “2004년의 인도양 쓰나미는 광범위한 파열 지역을 가진 매우 강한 지진에 의해 촉발됐다”며, “어떤 원인에 의해 이 같은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했고, 이와 유사한 지질학적 특성을 가진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인지를 알아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지하 깊은 곳, 통상 섭입대 안에서 일어나는 침전 광물의 탈수(dehydration) 과정에 연구력을 집중했다. 침전물의 온도와 성분의 영향을 받는 이 탈수과정은 통상적으로 판 사이 미끄러짐의 위치와 정도를 조절하고 그에 따라 지진의 강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침전물, 섭입대 도달 전 탈수과정 완료돼
연구팀은 최신 해양 시추기술을 사용해 수마트라 해저 아래 1.5Km 지점에서 표본을 채취한 다음 침전물의 조성과 화학적, 열적, 물리적 특성을 측정했다. 그리고 침전물과 암석들이 섭입대를 향해 동쪽으로 250Km를 이동했을 때 어떤 움직임을 보였는지, 온도가 더 높아지면서 현저하게 깊게 묻혔는지를 계산하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연구팀은 히말라야 산맥지역과 티베트 고원지역에서 수천 Km를 흘러내려와 해저에 쌓인 침전물들이 섭입대에 도달하기 전에 온도가 높이 올라가 탈수 과정이 완료될 수 있을 만큼 두껍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강한 물질들이 만들어져 섭입대 단층 면에서 더욱 좁은 깊이에 광범위한 단층지역으로 지진 변위가 생김으로써 2004년에 일어난 예외적인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게 되었다.

미 서부와 캐나다, 이란, 파키스탄 등에 같은 섭입대 존재
브레멘대학의 안드레 후퍼스 박사는 “이번 발견은 2004년 지진의 한 특징인 파열 범위가 넓은 이유를 설명해 주는 한편, 두텁고 뜨거운 침전물이 있는 다른 섭입대에서도 같은 대지진 현상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사실은 역사적으로 침강 지진 기록이 없어 잠재적인 위험성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섭입대 지역에서 특히 중요하다”며, “섭입대 지역에서의 침강 지진은 수백 년에서 수천 년만에 다시 발생하기 때문에 몇몇 섭입대에서의 이전 지진에 대한 지식은 매우 제한돼 있다”고 덧붙였다.
유사한 섭입대는 카리브해(레서 안틸레스 제도)와 이란 및 파키스탄(마크란), 미국 서부와 캐나다(카스캐디아)에 존재한다. 연구팀은 앞으로 수년 동안 수마트라 시추 탐사에서 얻은 표본과 자료에 대한 실험실 실험과 수치 시뮬레이션 등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 결과를 활용해 수마트라 및 이와 유사한 해저지대의 위험성을 평가해 볼 예정이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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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5-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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