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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2012-09-21

산과 들, 바다에서 생물 대이동 급변하는 한반도 생태계 현장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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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말부터 계속된 폭염은 가축에게 큰 스트레스를 안겨주었다. 지난 8월6일 경기도는 용인시, 안성시, 포천시 등 9개 시·군 54개 농가에서 가축 16만1천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고 밝혔다. 이는 도내 가축 사육수의 0.45%에 달하는 것이었다.

폐사한 가축은 열사병과 고온 스트레스에 약한 닭이 대부분이고, 오리 6천800마리, 메추리 3천 마리 등인 것으로 집계됐다. 고온 스트레스가 가축 사육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하다.

▲ 한반도 생태계가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천연기념물 152호인 남해 산닥나무. 지난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보호하고 있으나 주변 식생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산림청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젖소의 경우에도 말린 건물(乾物) 섭취량의 6~30%가 감소하고, 폐사율이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 역시 사료섭취량의 15~30%가 감소하며, 알을 낳는 산란계(産卵鷄)의 경우에는 산란율이 13%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어·오징어 생산량, 2~3배 늘어

해수온도가 올라가면서 양식을 포함한 수산 생태계 역시 요동을 치고 있다. 농수산부에 따르면 경북 인근 동해 해역에서 많이 잡히던 도루묵의 주산지는 함경남도 함흥 인근 동해역으로 올라갔다.

남해 여수 앞 바다에서 많이 잡히던 고등어는 지금 경북 포항 앞바다와 충남 태안 앞바다로 주산지가 변경됐다. 제주도 남동쪽 먼 바다에서 잡히던 참다랑어는 한반도를 둘러싼 동·서·남해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고기가 됐다.

경남지역 먼 바다에서 많이 잡히던 방어는 북한 함흥지역 먼 바다로, 갈치의 경우는 북한 황해남도 해주 앞 바다로 주산지가 이동했다.

▲ 한반도 주변 해역 주요 어종의 어장 변화 ⓒ농림수산식품부

이외에도 멸치, 자리돔, 오분자기, 전갱이 등 우리 식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어종들이 계속 북상 중이다.

그 결과,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 생산량은 1980년 6만2천690톤에서 2011년 15만576톤으로 2.4배가 늘어났다. 살오징어의 경우는 1980년 4만8천490톤에서 2011년 15만9천130톤으로 3.3배가 늘어났다. 멸치는 1980년 16만9천657톤에서 2011년 29만2천730톤으로 1.7배 늘어났다.

반면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1980년 어획량이 9만6천384톤이었지만 2011년에는 1톤을 수확하는데 그치면서 사실상 한반도 인근에서는 어획이 힘든 어종이 됐다. 1980년 1천170톤을 잡았던 임연수어의 경우도 2011년 그 어획량이 1천470톤으로 감소했다.

나무 생태계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은 소나무다. 국립산과학원에 따르면 한라산 관음사 등반로 주변에 있는 개미등 일대 소나무 숲 면적은 1967년 10.32㏊였다.

그러던 것이 2009년 44.34㏊로 42년 사이 무려 4.3배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돈내코 등반로 주변 소나무숲 면적은 29.29㏊에서 56.36㏊로 1.92배, 어리목 등반로 주변에 있는 사제비동산 일대는 11.57㏊에서 19.87㏊로 1.72배 증가했다.

토종·재래종 수종 급속히 감소 중

소나무숲 면적이 늘어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기존 한라산의 토종·재래종 수림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림과학원은 지금보다 온도가 3℃ 더 올라가면 온대 수종인 소나무 숲 분포지 해발고도가 240~840m로 높아져 한라산 정상에서도 소나무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5월 국립산림과학원은 '기후변화 대응 미래 조림수종 선정 현장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토론회 참가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제주 기온이 조만간 대만의 현재 여름ㆍ겨울철 기온과 비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림과학원은 40년 전부터 소나무류 5종과 삼나루를 시험재배한 결과 대만 소나무가 국내산 소나무보다 1.6배, 제주산 해송보다 2배, 삼나무와 비교해서도 1.4배 더 빨리 자랐다고 밝혔다. 이런 결과에 비추어 한반도에 국내산 소나무 대신 대만소나무를 심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정부는 한반도 생태계 보존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수행 중이다. 관련부처 합동으로 생물다양성 보존,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농림수산식품 전 분야에 걸쳐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지난 19일에는 정부중앙청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21차 녹색성장위원회를 열고 ‘생물다양성의 체계적인 보존과 지속가능한 이용방안 등을 모색했다. 지난 2011년 7개소였던 UNESCO 생물보전지역을 2000년 10개소 이상으로 확대하고, 람사르 습지 등록을 추진하는 것 등이다.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한반도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재편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생태계가 들어서도록 돕는 일이다.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인간의 배려가 더욱 필요한 때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2-09-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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