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열풍을 넘어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됐다. 스마트폰 보급수가 2000만대를 넘었다고 하니, 스마트폰이 생활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가까운 스마트폰을 두고, 혹시 이런 생각을 해본적이 있는가? '진짜 스마트(Smart)하다는 것은 어떤 것이지?' 또는 '스마트 융합이란 어떤 것일까?' 와 같은 생각들 말이다.
지난 19일 서울대학교 신양학술정보관에서 열린 스마트 융합 시민 강좌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1:1에서 1:다수, 다수:다수 통신으로의 변화
관동의대 명지병원 IT융합 연구소 정지훈 교수의 이야기로 강좌는 시작됐다. 정 교수는 "스마트폰의 뿌리는 1982년 모토로라에 의해 만들어진 휴대폰이라고 볼 수 있다. 휴대폰이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집이나 회사에서 전화를 이용해 음성 통화를 했지만, 이 과정에서는 전화를 사용하는 주체인 '나'의 이야기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휴대폰이 등장함과 동시에 동기식 통신인 개인의 커뮤니케이션이 확대되기 시작했지만, 동기식 통신은 A와 B라는 사람의 시간을 동시에 잡아먹으면서 소통해야 하는 굉장히 비싼 통신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비동기식 통신인 SNS(Social Network Service) 라고 덧붙였다.
SNS는 기존의 1:1 통신뿐만 아니라 1:다수, 다수:다수의 통신을 가능하게 만든다. 정 교수는 SNS를 혁명의 시작이라고 본다며 전통 미디어에서부터 현재의 소셜 웹(Social Web)까지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기존의 1:1 통신에서 벗어나 디지털을 바탕으로 하는 인터넷 미디어를 접하게 됐다. 수정과 복제가 쉽고, 확산과 전파가 빠르게 이뤄지는 디지털 특징을 바탕으로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느슨한 유대관계를 통한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
정 교수는 "스마트 혁신은 경제 측면에서도 변화를 만들었다"면서 "이는 개인의 힘이 강해졌고, 개인들이 연결된 Weak-Tie의 힘, 그리고 소비자 중심의 경제로 변화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Weak-Tie는 스마트폰의 SNS 그리고 소셜웹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Weak Tie는 느슨한 유대관계를, 기존의 오프라인에서 경험한 사람과 사람 간의 강한 유대관계는 Strong Tie라고 부른다.
사이버 세상에서 맺어지는 관계는 느슨하게 묶여 Weak Tie라고 한다. SNS를 통한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 됐고, 이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관계도 크게 확장됐다. Weak Tie에 대해 설명하면서 정 교수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지고 사람들은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 스마트폰은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 이러한 인간의 욕구를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라고 설명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진다
강좌 말미에는 '현실계와 가상계를 잇는 인터페이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정 교수는 마샬 맥루한의 'Media is Message'를 차용하기도 했다. 'Media is Message'는 캐나다의 미디어 이론가이자 문화비평가인 마샬 맥루한이 미디어를 인간의 확장으로 보면서 했던 말이다. 이는 현실계와 가상계를 잇는 인터페이스와도 관계가 있다. 눈의 확장은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이어졌고 피부감각은 터치방식으로 확장됐다. 소리를 듣는 귀는 스피커로 이어졌으며 소리를 내는 입은 마이크로 확장됐다.
정 교수는 "미디어는 후각과 미각을 제외한 인간의 감각을 확장시켰고, 이른바 육감까지도 확장시켰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육감이란 일종의 위치감각 같은 것이다. 사람을 어느 한 곳에 떨어뜨려놓으면 그 사람은 자신이 있는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위성과 통신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위치를 알 수 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인간의 감각이 확장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스마트 기술이 아니다!
강좌가 끝나고 서울대 생명과학부 홍성욱 교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장대익 교수, 숭실대 행정학부 박상욱 교수와의 짧은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은 정 교수의 강좌와 관련해 홍 교수, 장 교수, 박 교수가 각각 첨언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토론자들은 '문제는 스마트 기술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정 교수는 "인간을 위협하는 네트워크의 힘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인간이 거기에 끼어들 수 있어야 하며, 이는 기술과의 종속 관계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라며 이야기를 마쳤다.
'스마트와 융합의 오묘한 만남'
융합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섞이거나 조화돼 하나로 합쳐지다' 또는 '둘 이상의 사물을 서로 섞거나 조화시켜 하나로 합함'이다. 즉, 서로 다른 것이 섞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하나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를 가진 '융합'이 '스마트'와 함께 쓰이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 융합 시민 강좌를 통해 스마트와 융합이 만나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 짧게나마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 저작권자 2012-06-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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