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녹색성장과 관련된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학교 교육 현장에 보급하고 있는 초중고 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사이언스타임즈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지난 3월 24일 개최한 '글로벌 녹색성장교육 교사연구회' 발표회 현장을 찾아 녹색성장 체험교육 우수 사례를 소개한다.
교사연구회 '블루골드' 회원은 네 명이다. 서울 명덕초등학교의 임영희 교사, 창서초의 윤소희 교사, 용강초의 장은영 교사, 동교초의 이규헌 교사가 참여하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모두 특별한 물 경험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윤소희 교사의 물 경험은 매우 짜릿할 정도다. 지난해 7월27일 윤 교사는 우면산 인근(방배3동)에 있는 서울시 교육연수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다. 바로 이날 우면 산 산사태가 발생했다. 인근 지역을 뒤덮은 산사태 참사는 윤 교사로 하여금 물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거듭하게 했다.

이규헌 교사 역시 물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못했다. 평소 경북 포항시를 자주 찾고 있는데 20년 전 해변 가에 있던 모래사장이 대부분 사라지면서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장은영 교사 역시 자주 제주도를 방문하면서 용두암 부근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는 것을 주시하고 있었다.
다양한 물 체험들 교과과정에 담아
교육연수원에서 만난 이들 교사들은 자신들이 체험한 물 경험들을 공유하면서 학생들에게 실제 상황을 체험할 수 있는 물 환경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는데 동의했다. 그리고 교사연구회 '블루골드'를 결성했는데 이 교사 팀에게 마침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해 10월 한국과학창의재단이 ‘녹색성장교육 교사연구회 공모’ 프로그램을 공고한 것이다. '블루골드' 팀은 그동안 생각해왔던 내용들을 모아 기획서를 작성한다.
최근의 기후변화 결과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곳곳에서 물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지만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폭우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하는 등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며 해외탐방을 통해 이 물난리 상황을 체험하고, 이를 학교 교과과정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안에 대한 심사결과가 매우 좋았다. 정부 지원으로 1월11일 네덜란드로 출발할 수 있었다. 네덜란드는 오래 전부터 해수면 상승 문제로 골치를 앓아오던 국가였다. 교사들 입장에서 어려운 물 상황을 해소하고 세계적인 선진국 대열의 서 있는 네덜란드 상황을 알고 싶었다.
1월11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도착하자마자 곧 NEMO를 찾았다. NEMO란 암스테르담 중앙역 뒤에 있는 과학센터다. 교사들이 이곳을 서둘러 방문한 것은 과학센터 안에 있는 다양한 물 체험 전시물들을 보기 위해서다.
예상한대로 과학센터 안에는 많은 종류의 물 관련 전시물들이 있었다. 센터 입구에부터 간척에 쓰인 양동이 물레가, 그 안에는 깨끗한 물을 얻는 과정을 학생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워터월드', 물을 대상으로 하는 화학 실험실 등 다양한 전시물들을 볼 수 있었다.
교사들은 8세의 어린 학생을 데리고 온 어머니와 인터뷰를 시도했다. 아이가 물 체험을 하기에 너무 어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어머니는 네덜란드의 상황을 설명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물과의 전쟁 속에서 살아남은 나라입니다. 자라나는 후세에게 그것을 가르치고 전수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1월12일부터 20일까지는 플로팅 하우스(Floating House), UNESCO-IHE 대학, 프라이넷 스쿨(Freinet School), WSHD(Waterscap Hollands Delta), Kinderdijk, 간척사 박물관, 우스트바더스파라센, 마인츠 시 환경국과 환경정보센터 등을 방문했다.
프라이넷 스쿨의 물 체험 교육과정
특히 저탄소 생활교육으로 유명한 프라이넷 스쿨을 방문했을 때는 네덜란드의 녹색교육 수준을 가늠할 수 있을 만큼 큰 인상을 받았다. 이 학교는 정형화된 교과서, 교과과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교사 스스로 교육 자료를 준비해 녹색교육을 진행하도록 허용하고 있었다.
교과 내용들은 대부분 실제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예를 들면 학생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표로 작성한 후 탄소배출량을 기록하고, 스스로 탄소배출량을 줄여간다는 식이다.
물 부족에 대한 교육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교재나 자료가 전혀 없다. 굳이 자료라고 한다면 학생들에게 나누어주는 물 200ml 뿐이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이 물 200ml를 하루 동안 어떻게 쓸 것인지 묻는다. 학생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웃기도 하고 장난도 친다.
그런데 과제가 주어진 이후 학생들의 모습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다. 미술 시간이 되면 물을 가능한 적게 쓰려고 하고, 또 친구들과 나누어 쓰기도 한다. 물감을 손이나 다른 곳에 묻히지 않으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나누어 준 물을 흘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 위의 떠 있는 집, 플로팅 하우스에서도 역시 매우 강한 느낌을 받았다. 해수면 상승에 관계없이 물 위에 집을 짓고, 물을 즐기며 살겠다는 발상이다. 폭우가 내려도 상관이 없다. 난방 역시 태양을 백분 활용하고 있다.
북극해가 녹아 해수면 상승이 빨라지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네덜란드를 물에서 구할 신개념 건축물이다. 현재 네덜란드는 로테르담을 신개념 미래 도시로 확정하고, 주택, 경기장, 공항 등 주요 건물들을 플로팅하우스로 만들고 있다.
한국의 수자원공사 격인 WSHD 관계자는 물에 대한 통제능력에 대해 자부심이 매우 강했다. 독일은 200년 만에 한 번 발생하는 홍수를 예방하고 있지만 네덜란드는 1천250년만에 한 번 일어나는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수자원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연수회의 임영희 교사는 네덜란드 물 정책 방향이 물과의 투쟁이 아니라고 말했다. '물과의 공존'을 통해 사람도 살고, 물도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인들이 갖고 있는 특유의 물 철학이 강하게 느껴졌다는 것.
연수회 '블루골드'가 지금 수행하고 있는 일은 이 물 철학을 교육과정으로 변환해 한국 교육과정에 도입하려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어린 학생시절부터 물에 대한 정확한 이해심을 갖는 일이 중요하다고 임 교사는 말했다.
현재 구상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은 사회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과와 연계해 학생들이 물의 중요성, 물의 위험성 등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 물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이를 위해 현재 '1인1채소 키우기', '녹색통장', '녹색명절' 등의 커리큘럼을 구상 중이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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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03-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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