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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는 물리적 수명이 있다 열두 번째 이야기 - 무엇에 시간을 써야 할지 한 번쯤 고민해 본 모든 이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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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는 물리적 수명이 있다

방사성 원소는 시간이 지나면서 붕괴한다. 탄소-14의 반감기는 약 5,730년이다. 5,730년이 지나면 처음 있던 탄소-14의 절반이 다른 원소로 변해 있고, 5,730년이 더 지나면 다시 절반이 된다. 이 규칙성 덕분에 오래된 유기물의 나이를 측정할 수 있다. 나무 조각이나 천 조각에 남아 있는 탄소-14의 양을 재면, 그것이 살아 있었던 때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를 계산할 수 있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이다.

아무리 조건을 바꿔도 그 수명의 속도는 바뀌지 않는다. ©Getty Images
아무리 조건을 바꿔도 그 수명의 속도는 바뀌지 않는다. ©Getty Images

사실, 이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흥미로웠던 것은 연대 측정 자체 보다 모든 것에는 내재된 수명이 있다는 발상이었다. 더군다나 아무리 조건을 바꿔도 그 수명의 속도는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은 너무 흥미로웠다. 그렇다면 물질이 아닌 것들은 어떨까? 정보, 유행, 관계, 지식. 이것들에도 반감기가 있지 않을까라는 다소 엉뚱한 상상으로 이어진다. 

 

반감기가 짧은 것들

오늘 아침 뉴스 피드를 열면 어제의 속보는 이미 밀려나 있다. 지난주를 뜨겁게 달궜던 논쟁은 이미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뉴스는 그보다도 더 부정적인 뉴스로 채워진다. 즉, 정보에도 반감기가 있다. 속보의 반감기는 하루 정도가 될 것 같다. 

반면, 특정 표현 방식, 특정 스타일, 특정 트렌드 등 유행의 반감기는 길어야 몇 달이다. 이들은 정점을 찍고 반감기처럼 서서히 사라진다. 그리고 그것을 따라가기 위해 쏟아부은 시간과 에너지도 함께 사라진다.

반감기가 짧은 것들의 특징이 있다. 처음에 강렬하다는 것이다. 속보는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유행은 강한 소속감을 준다. 그래서 우리는 반감기가 짧은 것들에 쉽게 끌린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불편한 사실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유행이 금방 사라진다는 것을, 속보가 내일이면 잊힌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그쪽으로 손이 간다. 

반감기가 짧은 것들이 주는 즉각적인 보상 때문이 아닐까? ©Getty Images
반감기가 짧은 것들이 주는 즉각적인 보상 때문이 아닐까? ©Getty Images

대체 왜 이럴까? 이는 반감기가 짧은 것들이 주는 즉각적인 보상 때문이 아닐까? 지금 이 순간 나도 알고 있다는 느낌, 뒤처지지 않는다는 안도감, 함께 반응하는 소속감, 최소한 현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것들은 실재하는 듯 보인다. 문제는 그 보상이 너무 강렬해서, 투자하는 순간에는 반감기가 얼마인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반감기가 긴 것들

반면 반감기가 긴 것들은 처음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과학에서 근본적인 원리일수록 오래간다. 뉴턴의 운동 법칙, 열역학의 법칙. 이것들은 15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예술에서는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담은 것이 오래간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400년이 지나도 공연되는 것은,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유행에 맞게 포장된 것은 유행이 끝나면 함께 사라진다.

천천히 쌓이는 것들이 반감기가 길다. ©Getty Images
천천히 쌓이는 것들이 반감기가 길다. ©Getty Images

삶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천천히 쌓이는 것들이 반감기가 길다. 오랫동안 유지한 습관, 깊이 이해한 지식, 시간을 들여서 쌓은 관계 등 이들은 처음에는 빠른 것들에 비해 초라해 보인다. 하루이틀 사이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고, 남들이 알아채지도 않는다. 그래서 쉽게 포기하거나 과소평가된다. 하지만, 10년이 지나고 나면 무엇이 남아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반감기는 투자하는 순간에는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솔직해져야 할 것이 있다. 반감기가 긴 것에 투자하라는 말은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것의 반감기가 얼마인지, 투자하는 순간에는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10년 후에야 "아, 그게 반감기가 길었구나" 혹은 "그게 그렇게 빨리 사라질 줄 몰랐다"고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이 개념이 무용하다는 말은 아니다.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어도, 대략적인 방향은 있다. 근본적인 질문을 다루는 것이 표면적인 현상을 다루는 것보다 반감기가 길다.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공식을 외우는 것보다 반감기가 길다. 사람을 깊이 아는 것이 피상적으로 많이 아는 것보다 반감기가 길다. 완벽한 예측은 어렵지만, 방향을 잡는 것은 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에 투자하고 있는가

이러한 생각이 쌓이면 자신의 하루를 들여다볼 때마다 불편한 질문이 생길 수 있다. 오늘 내가 시간과 에너지를 쏟은 것 중에서 10년 후에도 남아 있을 것은 무엇인가? 물론 앞선 설명처럼 당장 중요해 보이는 것 중 상당수는 반감기가 짧을 수 있다. 우리가 그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투자하는 순간에는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지금 내가 투자하는 것이 반감기가 짧은 것인지 긴 것인지를, 의식하는 것과 의식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Getty Images
지금 내가 투자하는 것이 반감기가 짧은 것인지 긴 것인지를, 의식하는 것과 의식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Getty Images

물론, 반감기가 짧은 것들이 무조건 가치가 없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단적인 예로, 아이오딘-131은 반감기가 8일밖에 되지 않지만, 갑상선 치료에 정확히 그 이유로 쓰인다. 빠르게 사라지기 때문에 유용한 것이다. 오늘 나눈 대화, 지금 이 계절의 감각, 순간의 즐거움. 이것들은 반감기가 짧아도 그 순간에는 분명히 실재한다. 이것들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한 가지만 기억하면 좋겠다. 지금 내가 투자하는 것이 반감기가 짧은 것인지 긴 것인지를, 의식하는 것과 의식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모든 원소가 각자의 반감기로 존재하듯, 모든 것에는 제 수명이 있다. 그것을 알고 선택하는 것과 모르고 선택하는 것은 10년이 지나면 전혀 다른 풍경이 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6-06-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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