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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진짜를 찾는 법 여덟 번째 이야기 - 소음 속에서도 진짜를 찾으려 끝까지 귀를 기울이는 모든 이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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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와 신호 —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진짜를 찾는 법

1964년 벨 연구소의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은 전파 안테나에서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 잡음을 발견했다. 안테나를 청소해도, 방향을 바꿔도 그 신호는 없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장비 결함이라고 생각했다. 안테나 안에 둥지를 튼 비둘기를 쫓아내고 청소까지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런데 이 잡음을 없애려 애쓰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 신호는 방향에 상관없이 균일하게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장비의 노이즈라면 방향마다 달라질 수 있기에, 그것이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다. 그리고 그 잡음은 빅뱅의 잔향으로 밝혀졌다. 우주 탄생의 흔적이 전 방향에서 동일하게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의 발견 순간이며, 두 사람은 이 공로로 인해 노벨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 잡음은 빅뱅의 잔향으로 밝혀졌다. ©Getty Images
그리고 그 잡음은 빅뱅의 잔향으로 밝혀졌다. ©Getty Images

두 사람이 신호를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더 많은 정보를 받아들여서가 아니었다. 노이즈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끈질기게 파악했기 때문이다. 노이즈의 패턴을 알았기 때문에, 그것과 다르게 행동하는 무언가를 알아챌 수 있었다. 신호를 찾는 것은 더 많이 보는 것이 아니라, 먼저 노이즈를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노이즈 속에 살고 있다

과학에서 신호 대 잡음비(Signal-to-Noise Ratio, SNR)는 측정의 신뢰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이다. SNR이 높을수록 신호가 노이즈보다 강하고,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 반대로 SNR이 낮으면 아무리 그럴듯한 결과처럼 보여도 그것이 진짜 신호인지 노이즈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오늘날 우리가 매일 접하는 정보의 양은 불과 2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다. ©Getty Images
오늘날 우리가 매일 접하는 정보의 양은 불과 2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다. ©Getty Images

오늘날 우리가 매일 접하는 정보의 양은 불과 2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다. 소셜미디어, 뉴스 알림, 이메일, 동영상. 깨어 있는 모든 시간 동안 정보가 쏟아진다. 천문학자의 관점에서 보면 현대의 정보 환경은 SNR이 극히 낮은 상태이다. 노이즈가 너무 많아서 진짜 신호가 묻혀 있다. 더 큰 문제는, 그 노이즈가 신호처럼 포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숫자와 그래프가 있고, 전문가처럼 보이는 사람이 말하고, 많은 사람이 공유한다. 형식은 신호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노이즈이다. 이 환경에서 진짜 신호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호를 찾으려면 먼저 자신의 노이즈를 알아야 한다

전파천문학에서 관측을 시작하기 전에 천문학자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자신의 장비가 어떤 노이즈를 만들어내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망원경 자체의 열에서 나오는 잡음, 전자 회로에서 나오는 잡음, 대기에서 오는 잡음 등, 이것들의 패턴을 먼저 측정해두어야 나중에 데이터에서 걷어낼 수 있다. 노이즈를 모르면 신호와 구별할 수 없다.

정보를 다룰 때도 같은 순서가 적용된다. 먼저 자신이 어떤 편향에 취약한지를 아는 것이 출발점이다. 확인하고 싶은 것만 확인하려는 경향, 익숙한 출처만 신뢰하려는 경향,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쉬운 주제들. 이것들이 바로 내 안의 노이즈이다. 이것을 모르면 아무리 많은 정보를 처리해도 노이즈와 신호를 구별할 수 없다.

 

노이즈를 알면, 걷어낼 수 있다

자신의 노이즈 패턴을 파악했다면, 다음 단계는 그것을 걷어내는 것이다. 전파천문학에서는 같은 천체를 여러 번, 다른 조건에서 관측하고 결과를 비교한다. 노이즈는 무작위적으로 변하지만 진짜 신호는 일관성이 있다. 반복했을 때 재현되는 것이 신호이고, 매번 달라지는 것이 노이즈일 가능성이 있다.

정보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독립적인 출처에서 같은 내용이 확인되는가? 시간이 지나도 일관성이 있는가? 주장을 반증할 방법이 제시되어 있는가? 등을 체크해야 한다. 

노이즈는 무작위적으로 변하지만 진짜 신호는 일관성이 있다. ©Getty Images
노이즈는 무작위적으로 변하지만 진짜 신호는 일관성이 있다. ©Getty Images

또한, 전파망원경이 무선 주파수 간섭을 피해 인적이 드문 산골짜기에 세워지듯, 때로는 노이즈의 원천에서 물리적으로 멀어지는 것도 필요하다. 하루에 일정 시간 알림을 끄고, 조용한 시간을 만드는 것. 이것이 게으름이나 도피가 아니라, 자신의 노이즈 패턴을 아는 사람이 내리는 능동적인 선택이다.

때로는 노이즈의 원천에서 물리적으로 멀어지는 것도 필요하다. ©Getty Images
때로는 노이즈의 원천에서 물리적으로 멀어지는 것도 필요하다. ©Getty Images

빅뱅의 잔향을 발견한 두 과학자는 신호를 찾으려 했던 것이 아니었다. 노이즈를 없애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노이즈를 끈질기게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노이즈가 아닌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신호도, 더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노이즈를 먼저 아는 것에서 시작될지 모른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6-05-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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