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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에 대하여 우주의 먼지와 일상의 먼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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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를 대체 왜 연구할까?

나는 먼지를 연구한다. 정확히는 우주 먼지를 연구한다. 혜성의 핵에서 떨어져 나온 먼지 입자, 원시행성계 원반에서 서로 들러붙으며 행성의 씨앗이 되는 먼지, 별이 죽으면서 우주 공간에 뿜어낸 먼지. 이 먼지들은 크기가 심지어 마이크로미터 이하(10의 마이너스 6승 정도 이하)인 경우가 많고, 아주 초기의 먼지거나 특이한 경우 단일 성분에 더 작은 크기도 가능하겠지만, 대부분 규산염이나 탄소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표면에는 물,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같은 분자들이 얼음 형태로 달라붙어 있다.

이 연구를 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종종 이런 반응을 보인다. "먼지를요?" ©Getty Images
이 연구를 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종종 이런 반응을 보인다. "먼지를요?" ©Getty Images

이 연구를 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종종 이런 반응을 보인다. "먼지를요?"

그렇다. 먼지다. 우주에서 가장 하찮아 보이는 것. 그런데 이 먼지가 없었다면 태양도, 지구도, 우리도 없었다. 모든 행성은 먼지에서 시작되었다. 우리 몸을 이루는 탄소, 산소, 철은 모두 오래전 별들이 폭발하며 우주에 뿌린 먼지에서 왔다. 그리고 칼 세이건의 말처럼, 우리는 별의 먼지로 만들어진 존재이다.

 

먼지는 시작이다

원시행성계 원반에서 행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먼지에서 시작된다. 수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먼지들이 서로 충돌하고 들러붙으면서 점점 커진다. 밀리미터, 센티미터, 미터, 킬로미터. 그렇게 미행성체가 되고, 원시행성이 되고, 마침내 행성이 된다. 이 과정에 수백만 년이, 혹은 더 긴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지구는 그 먼지들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 46억 년 전 먼지들이 모여 이루어진 행성 위에 살고 있다.

사실, 일상의 먼지도 우주의 먼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Getty Images
사실, 일상의 먼지도 우주의 먼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Getty Images

사실, 일상의 먼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집 안 구석에 쌓이는 먼지는 피부 세포, 섬유 조각, 꽃가루, 흙 입자들이 모인 것이다. 하찮아 보이지만, 그것들 하나하나는 어딘가에서 왔다. 창문을 통해 날아든 바깥 세계의 흔적이고, 이 공간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흔적이다. 즉, 먼지는 시간이 쌓인 모습이다.

 

작은 것들이 만드는 큰 구조

우주 먼지 연구에서 가장 매혹적인 점 중 하나는, 그 작은 입자들이 모여 어마어마한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원시행성계 원반에서 먼지들이 특정 방식으로 분포하면 원반에 고리 구조와 간극이 생긴다. JWST와 ALMA 같은 망원경으로 찍은 원반 사진들은 마치 레코드판처럼 아름다운 동심원 패턴을 보여주는데, 이 패턴은 먼지들이 행성과 상호작용한 흔적이다.

작은 것들이 집합적으로 만들어내는 구조. 이것은 자연 어디서나 볼 수 있다. ©Getty Images
작은 것들이 집합적으로 만들어내는 구조. 이것은 자연 어디서나 볼 수 있다. ©Getty Images

작은 것들이 집합적으로 만들어내는 구조. 이것은 자연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물 분자 하나는 아무런 모양이 없지만, 수십억 개가 모이면 파도가 된다. 개미 한 마리의 행동은 단순하지만, 군집 전체는 놀랍도록 복잡한 구조를 만든다. 먼지를 연구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작은 것을 무시하지 말라는 사실, 지금 눈앞의 작은 먼지 입자가 수백만 년 후에는 행성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별의 먼지이다

결국 먼지를 연구하면서 느끼는 점은 우리는 우리 자신을 연구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천문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들은 수십억 년 전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졌으며, 그 별들이 폭발하면서 우주 공간에 뿌려졌고, 그 먼지들이 모여 태양계가 되고 지구가 되고 결국 우리가 되었다.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먼지가 잠시 복잡한 형태로 모인 것이다.

먼지가 스스로를 궁금해하고 있다니. ©Getty Images
먼지가 스스로를 궁금해하고 있다니. ©Getty Images

이것이 허무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반대로 느낀다. 우주의 나이 138억 년 중에 지금 이 순간, 이 먼지들이 생각하고 느끼고 서로를 사랑하는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너무나도 경이롭다. 먼지가 스스로를 궁금해하고 있다니. 우주가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니.

그것이 바로 천문학이 하는 일이고, 어쩌면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먼지와 망각

그런데 먼지에는 또 다른 성질이 있다. 먼지는 무언가를 가린다. 천문학에서 성간 먼지는 빛을 흡수하고 산란시켜 뒤에 있는 천체를 보기 어렵게 만든다. 우리은하의 중심부는 두꺼운 먼지층에 가려져 있는데, 적외선 망원경을 써야 그 너머를 볼 수 있다.

기억에도 먼지가 쌓인다. 오래된 일들은 세부 사항이 흐려지고, 윤곽만 남는다. ©Getty Images
기억에도 먼지가 쌓인다. 오래된 일들은 세부 사항이 흐려지고, 윤곽만 남는다. ©Getty Images

또한, 기억에도 먼지가 쌓인다. 오래된 일들은 세부 사항이 흐려지고, 윤곽만 남는다. 처음에는 선명하던 감정이 점점 희미해진다. 그것이 때로는 아프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먼지가 쌓이는 것은 시간이 지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천문학자가 적외선 망원경으로 먼지 너머를 들여다보듯, 우리도 쌓인 먼지 너머의 것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

천문학자가 적외선 망원경으로 먼지 너머를 들여다보듯, 우리도 쌓인 먼지 너머의 것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 ©Getty Images
천문학자가 적외선 망원경으로 먼지 너머를 들여다보듯, 우리도 쌓인 먼지 너머의 것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 ©Getty Images

오래된 사진을 꺼내고, 잊었던 편지를 다시 읽고, 기억 속 어딘가에 묻혀 있던 목소리를 떠올린다. 그것이 그리움이라는 감각의 정체일지도 모른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6-04-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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