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유인 달 탐사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중국은 달까지 우주비행사를 보내기 위해 초중량 발사체 및 신형 로켓엔진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5일 중국 항공우주과학기술공사(CASC)는 기존 엔진보다 4배가량 강력한 로켓엔진의 시운전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소식을 전한 CGTN,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매체에 따르면, 새로운 엔진은 케로신을 연료로 사용하며 해수면 기준 500톤 추력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정 9호’ 개발 확정
앞서 2월 24일, 중국 국영방송 CCTV는 ‘창정 9호’ 개발 계획이 공식 승인되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가항천국(CNSA) 우옌화 부국장은 CCTV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발사체 개발은 중국의 유인 달 착륙 또는 화성 착륙 임무가 주요 목적이다”라고 밝혔다.
2018년부터 추진되어온 창정 9호는 지구 저궤도(LEO)에 약 140톤 페이로드를 운반할 수 있는 초중량 발사체(Super heavy-lift rocket)다. 중국은 2030년까지 창정 9호를 완성해서 유인 달 탐사, 달기지 건설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공개된 500톤 추력 엔진은 창정 9호의 1단과 부스터에 사용하게 된다. 1단에 엔진 4개를 장착하고, 4개의 부스터에는 각각 2개씩 장착하면 모두 12개의 엔진이 6,000톤 추력을 낼 수 있다. 발사 중량이 4,400톤이나 되는 창정 9호가 이륙하는데 충분한 추력이다.

현재 중국이 보유한 가장 큰 발사체는 ‘창정 5호’다. 발사 중량이 약 850톤으로 4개의 부스터를 사용하는 점은 창정 9호와 동일하다. 그러나 1단은 액체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52톤(510kN) 추력의 YF-77 엔진 2개, 부스터는 케로신 연료 방식의 122톤(1,200kN) 추력 YF-100 엔진을 각각 2개씩 장착한다.
창정 5호는 지구 저궤도까지 25톤 페이로드를 운반할 수 있다. 지난해 중국은 창정 5호를 이용해서 화성 탐사선 ‘톈원 1호’를 발사했고, 올해부터 ‘톈허’ 복합모듈 우주정거장 건설을 시작할 예정이다.
역사상 세 번째, 현존하는 최고 추력의 로켓엔진
중국이 실험한 신형 엔진은 아직 명칭이 정해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YF-130, 또는 YF-480 이라고 추정할 따름이다.
만약 500톤 추력 엔진이 완성되면 아폴로 우주선을 달까지 보낸 새턴 V 로켓의 F-1 엔진, 러시아판 우주왕복선으로 불리는 에네르기아 부란에 사용된 RD-170 엔진에 이어 역사상 세 번째로 강력한 로켓엔진이 된다.
F-1 엔진은 단일 노즐을 통해서 엔진 한 기당 690톤(6,770kN) 추력을 냈다. 반면에 RD-170 엔진은 4개의 노즐로 740톤(7,250kN) 추력을 낼 수 있었다. 연소실과 노즐이 각각 4개였지만, 로켓엔진의 핵심부품인 터보펌프가 1개라서 단일 엔진으로 분류한다.

미국의 주력 발사체인 아틀라스 V 로켓은 RD-170의 노즐을 4개에서 2개로 줄인 RD-180 엔진을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390톤(3,830kN) 추력을 내는 RD-180은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액체연료 로켓엔진이다.
중국의 신형 엔진은 구조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RD-180 엔진과 비슷하다고 여겨진다. 단일 터보펌프에 노즐 및 연소실이 각각 2개씩 있는 구조다. 그러나 RD-180보다 더 강력해서 이륙 시 480톤 이상의 추력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창정 9호, 미국의 SLS보다 더 강력할까?
미국은 아르테미스 달 착륙 계획을 위해 SLS(Space Launch System)를 오래도록 개발해왔다. 과거 사용된 새턴 V 로켓보다 약간 작지만, 우주비행사가 탑승한 우주선과 착륙선을 따로 발사하면 달까지 도달할 수 있다. SLS가 달 궤도에 보낼 수 있는 중량은 약 27톤이다.
중국의 창정 9호는 SLS보다 운반 능력 면에서 우월하다. 심지어 역사상 최대 로켓이었던 새턴 V에 필적하는 수준이고, 발사 중량은 오히려 더 무겁다. 새턴 V와 창정 9호는 달까지 최대 50톤 무게의 우주선을 보낼 수 있어서 단 한 번의 발사만으로 유인 달 착륙이 가능하다.

애초 미국은 운반 중량을 늘린 SLS 블록 2도 함께 개발하려 했으나, 계속된 개발 지연으로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스타십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앞으로 자국 민간 기업의 발사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서 창정 9호와 스타십이 양국의 달 탐사 경쟁에서 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 심창섭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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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3-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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