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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심재율 객원기자
2020-04-14

우주는 균일하게 팽창하지 않는다? 은하단 800개 X선 온도 측정…최대 30%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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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우주가 모든 방향에서 같은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고 추정해왔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 과학자들로 이뤄진 국제연구팀의 새로운 관측 데이터는 이 우주론의 핵심 전제가 틀릴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독일 본 대학의 천체물리학자인 콘스탄티노스 미그카스(Konstantinos Migkas) 박사와 토머스 레이프리치(Thomas Reiprich) 박사는 천문학의 기본 토대인 소위 등방성 가설(isotropy hypothesis)을 시험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검증하기 시작했다.

등방성 가설에 따르면, 우주는 약간의 국지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규모로 각 방향에서 동일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우주 지도에서 푸른색은 예상보다 느리게 팽창하고, 노란색은 빠르게 팽창한다. ⓒ Konstantinos Nikolaos Migkas, Uni Bonn/Astronomy & Astrophysics

기초적인 물리학으로 널리 받아들여진 이 가설은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CMB)의 관측에 의해 뒷받침됐다. 빅뱅의 직접적인 잔해인 CMB는 빅뱅 이후 38만 년의 초기 우주 상태를 반영한다. CMB가 하늘에 균일하게 분포한 것은 그 초창기에 우주가 모든 방향에서 같은 속도로 빠르게 팽창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오늘날의 우주에서는 이것이 더 이상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콘스탄티노스는 본 대학 및 하버드 대학 동료들과 함께 800개가 넘는 은하단(galaxy cluster) 활동을 조사했다.

콘스탄티노스 박사는 "등방성 가설이 맞다면 은하단의 성질은 균일해야 하지만, 실제로 상당한 차이를 보았다."고 말했다.

천문학자들은 은하단에 퍼져 있는 극도로 뜨거운 가스의 X선 온도 측정치를 사용하여 은하단이 하늘에서 얼마나 밝게 보이는지 비교했다. 온도가 동일하고 유사한 거리에 위치한 은하단은 비슷하게 밝게 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천문학자들이 관찰한 것은 전혀 달랐다.

토마스 교수는 "같은 성질을 가진 은하단은 온도가 비슷한데, 하늘의 한 방향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밝지 않고, 다른 방향에서는 예상보다 밝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차이가 30%나 될 정도로 꽤 컸다. 이런 차이는 무작위가 아니라 하늘에서 관찰한 방향에 따라 일정한 패턴을 드러냈다.

은하단 온도 최대 30%나 차이 발생

널리 받아들여지는 등방성 가설에 도전하기 전에 과학자들은 다른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감지되지 않은 가스나 먼지 구름이 시야를 가리고 특정 지역의 은하단을 더 흐릿하게 보이게 할지 모른다. 그러나 관측 데이터는 이 시나리오를 지원하지 않는다.

우주의 일부 지역에서는 거대한 은하단 그룹에서 나오는 중력 당김에 의해 일부 은하단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가설 역시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콘스탄티노스는 "만약 우주가 지난 몇십억 년 동안만이라도 (등방성이 아니고) 이방성이었다면, 그것은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들의 속성을 분석할 때 모든 물체의 방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우주의 매개변수와 방정식을 결합해서 우주에서 아주 먼 물체의 거리를 추정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이 매개변수가 어디에서나 동일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 논문을 발표한 과학자들의 결론이 맞다면, 이전의 모든 결론들을 재검토해야 한다.

관측에 참여한 유럽우주국(ESA) XMM-Newton 프로젝트 과학자인 노르베르트 샤르텔(Norbert Schartel)은 “이전 연구들은 현재의 우주가 모든 방향으로 고르게 팽창하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했지만, 이번 결과는 처음으로 X선으로 은하단들을 측정했기 때문에 훨씬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IDCS J1426 은하단. ⓒ ESA Hubble

과학자들은 우주 팽창에 대한 이러한 불균일한 영향이 전체 에너지의 약 69%를 차지하는 우주의 신비한 암흑에너지에 의해 야기될 수 있다고 추측한다. 암흑에너지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지만, 지난 수십억 년 동안 우주의 팽창을 가속화시킨 것으로 보인다는 것 외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결론 내리기에는 조사 대상 샘플 적어

과학자들은 수십억 개의 은하를 이미지화해서 우주의 팽창, 팽창 가속도, 암흑 에너지의 특성을 면밀히 조사하기 위해 설계된 ESA의 유클리드(Euclid) 망원경이 미래에 이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SA의 유클리드 프로젝트 과학자인 르네 로리즈(René Laureijs)는 "이번 연구결과는 매우 흥미롭지만, 샘플 숫자가 그런 결론을 도출하기에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로리즈는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우주 모델을 다시 생각하려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2년에 발사될 유클리드 우주선은 암흑에너지가 실제로 우주를 다른 방향으로 불균일하게 확장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을 뿐만 아니라, 많은 은하단의 특성에 대한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천문학 &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 저널에 발표됐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20-04-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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