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항공우주국(NASA)이 아르테미스 달 착륙 임무에 ‘루나 게이트웨이(Lunar Orbital Platform-Gateway, LOP-G)’를 활용하려던 계획을 변경했다.
지난 20일 항공우주매체 ‘NASA 스페이스플라이트나우’에 따르면, NASA는 2024년 목표로 추진 중인 달 착륙 일정을 맞추기 위해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루나 게이트웨이를 임무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실은 16일 루나 게이트웨이 개발 참여국들에 공식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3일 열린 NASA 과학 자문위원회는 2024년까지 유인 달 착륙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특정 구성 요소를 일시적으로 제거하여 전반적인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 결과에 대해 더글러스 로베로(Douglas Loverro) NASA 유인탐사미션 담당 부국장은 “우리는 훨씬 더 나은 루나 게이트웨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달 착륙 임무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그에 앞서 로베로 부국장은 달 착륙 일정 지연과 전체 비용 상승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아르테미스와 루나 게이트웨이 계획을 분리하겠다고 시사한 바 있었다.
이번 조치로 ‘아르테미스 3’으로 명명된 2024년 첫 번째 아르테미스 달 착륙 임무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NASA는 여전히 루나 게이트웨이 건설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세 차례 변경된 달 재착륙 계획
애초 NASA는 콘스텔레이션 계획을 통해 달 재착륙과 화성 유인 탐사를 추진했었다. 이 무렵에는 오리온 우주선과 달 착륙선을 각각 발사하여 지구 궤도에서 도킹한 다음, 아폴로 계획과 비슷한 방식으로 달 착륙을 시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이 콘스텔레이션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유인 달 착륙은 취소됐다. 달 궤도에 포획해놓은 소행성을 탐사하기 위한 ‘탐사 임무(Exploration Mission, EM)’ 계획으로 변경된 것이다.
이후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달 착륙 추진을 선언하면서 다시금 계획이 수정되었다. 달 궤도에 건설하려던 ‘딥 스페이스 게이트웨이(Deep Space Gateway)’ 우주정거장의 명칭을 루나 게이트웨이로 변경하고, EM 계획도 아르테미스 계획으로 변경했다. 루나 게이트웨이를 전진 기지로 삼아 달 착륙에 나선다는 계획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문제가 된 것은 앞당겨진 일정이다. NASA는 빠르면 2028년, 또는 2030년대에 달 착륙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달 착륙 시기를 2024년으로 못 박으면서 일정이 꼬여 버렸다. 그 결과, 루나 게이트웨이 건설을 앞당기지 못해서 다시 과거의 달 착륙 계획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콘스텔레이션 계획과 비교하면 우주선과 착륙선이 지구 궤도가 아닌, 달 궤도에서 도킹한다는 점만 달라졌다.
루나 게이트웨이는 과학 플랫폼으로 계속 추진
NASA는 달 착륙 인프라에서 루나 게이트웨이를 배제하더라도 유럽우주국(ESA)과 함께 심우주 과학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개의 새로운 과학 페이로드가 탑재될 예정이다.
새로 개발될 장치는 NASA의 우주 기상 계측기로 태양 코로나 활동과 태양풍에 포함된 입자를 관찰하게 된다. ESA는 심우주에서 방사선이 우주비행사에게 끼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할 새로운 방사선 측정 기기를 개발한다.
우주 환경 연구와 함께 다른 과학 페이로드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ESA는 갑자기 출현한 소행성을 탐사하는 ‘소행성 인터셉트 탐사선’ 계획을 추진 중인데, 이것을 루나 게이트웨이에 배치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NASA 역시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의 궤도를 운동역학적인 효과로 바꿀 수 있는지 테스트하기 위한 ‘DART 탐사선’ 계획에 응용할 수 있다.

NASA, 스페이스X와 신형 우주선 개발에 나서
지난 27일 NASA는 루나 게이트웨이의 상업 운송 사업자로 스페이스X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스페이스X는 이미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드래건 카고(Cargo)’, 우주비행사를 보낼 ‘드래건 크루(Crew)’ 두 가지 버전의 우주선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더 대형인 ‘드래건 XL’까지 개발해서 루나 게이트웨이 건설에 필요한 모듈과 자재를 운반하도록 할 예정이다.
드래건 XL은 루나 게이트웨이로 5톤가량의 화물을 운반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달 궤도까지 20톤이 넘는 페이로드를 보낼 수 있는 팰컨 헤비 로켓이 사용된다.
현재 NASA와 보잉이 개발 중인 SLS(Space Launch System)는 오리온 우주선 발사에만 사용될 예정이고, 아르테미스 달 착륙선은 민간 기업을 통해 달까지 보낼 계획이었다. 그렇다면 고작 4년 남은 기간에 다른 업체들이 참가하기는 어렵다. 스페이스X의 입증된 운반 능력을 바탕으로 달 착륙선 역시 팰컨 헤비가 운반할 가능성이 커졌다.
- 심창섭 객원기자
- chsshim@naver.com
- 저작권자 2020-03-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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