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 천문학자들이 우리 은하계의 새로운 3차원 지도를 만들어 은하계에서 가장 큰 파도 모양의 단일체 가스 구조를 새로 발견해 냈다. 이 가스 구조는 별을 형성하는 상호 연결된 ‘보육장’을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발견된 구조물은 이번 협동 연구의 거점인 래드클리프 고등연구원(Radcliffe Institute for Advanced Study)의 이름을 따서 ‘래드클리프 웨이브(Radcliffe wave)’로 명명됐다.
이 가스 구조가 발견됨에 따라 지난 150년 동안 확장된 고리 모양으로 보아왔던 '별들의 요람'들이 은하 원반 위아래 수조 마일 간격으로 굽이치는 별-형성 필라멘트로 바뀌게 됐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7일 자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2013년 발사된 유럽우주국(ESA)의 가이아(Gaia) 우주탐사선이 확보한 새로운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했다. <관련 자료>

은하수의 새로운 3차원 구조 제시
가이아 우주선은 발사된 뒤 별의 위치와 거리, 움직임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임무를 수행해 왔다.
연구팀은 가이아의 초정밀 데이터를 다른 측정값과 결합해 우리 은하수의 성간 물질에 대한 상세한 3차원 지도를 구축했다. 그리고 이 지도를 통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수 나선 팔에서 예기치 않은 패턴을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연구팀이 발견한 것은 길이 9000광년, 폭 400광년이 되는 파도 모양의 길고 얇은 구조로, 은하 원반 중간 면 위아래로 500광년의 골마루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 웨이브는 이전에 ‘굴드 벨트(Gould's Belt)’의 일부를 형성하는 것으로 생각됐던 수많은 별 보육장(stellar nurseries)들을 포함하고 있다. 굴드 벨트란 태양 주위를 향해 있는 고리 모양의 별-형성 지역으로 생각되는, 여러 별자리의 밝은 별들을 연결한 띠를 말한다.
래드클리프 고등연구원 과학 프로그램 공동 원장인 알리사 굿맨(Alyssa Goodman) 하버드대 응용천문학과 석좌교수는 “어떤 천문학자도 우리가 지금까지 거대한 파도 모양의 가스 군체 바로 가까이에서 살아왔고, 이것이 우리 은하의 국부적인 팔(the Local Arm of the Milky Way)을 형성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굿맨 교수는 “처음에 래드클리프 웨이브를 3차원으로 위에서 살펴봤을 때 길고 곧게 뻗어있고, 지구 쪽에서 보면 사인 곡선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 완전히 충격을 받았다”며, “웨이브의 존재 자체는 우리로 하여금 은하수의 3차원 구조에 대한 이해를 재고토록 한다”고 설명했다.
고리 아닌 거대한 파동형 필라멘트
비엔나대 항성 우주물리학자이자 래드클리프 펠로를 지냈던 후앙 알베스(João Alves)교수는 “천문학자인 굴드와 허셜 모두 하늘에 투영된 둥근 호에서 밝은 별들이 형성되는 것을 관찰한 이래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 분자 구름들이 실제로 3차원에서 고리를 형성하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알베스 교수는 “이번에 관측한 것은 우리가 은하계에서 알고 있는 것 가운데 가장 큰 일관된 응집 가스 구조로, 고리 모양이 아니라 거대한 파동형 필라멘트로 구성돼 있다”며, “태양은 이 웨이브의 가장 가까운 지점으로부터 500광년 떨어져 언제나 우리 바로 눈앞에 있었지만 지금까지 볼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새로운 3차원 지도는 우리 은하계 지역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며, 연구자들에게는 우리 은하에 대한 수정된 시각과 함께 이를 통해 다른 주요 발견들을 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알베스 교수는 “우리는 무엇이 이런 모양을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마치 은하계에 거대한 어떤 것이 내려앉아 연못에 물결파를 만들어낸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아는 것은 태양이 이 구조와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으로, 은하 중심을 공전하는 태양은 1300만 년 전 오리온성좌를 가로지르며 초신성 페스티벌을 지났고, 1300만 년 뒤에는 파도타기를 하는 것처럼 다시 이 구조를 통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부자의 시각에서 본 은하
우리가 위치한 ‘먼지가 많은(dusty)’ 은하계의 구조를 밝히는 일은 천문학에서 오랜 도전 과제였다. 초기 연구에서 하버드대 천문학 및 물리학과의 더글러스 핑크바이너(Douglas Finkbeiner) 교수팀은 별의 색상을 광범위하게 조사해 먼지의 3차원 분포를 지도화하는 향상된 통계 기술을 개척했다.
가이아 우주탐사선으로부터 얻은 새로운 데이터로 무장한 하버드 대학원생인 캐더린 저커(Catherine Zucker)와 조슈아 스피글(Joshua Speagle) 연구원은 최근 이런 기술을 보강해 별 형성 지역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능력을 극적으로 향상시켰다. 저커 연구원이 주도한 이 작업은 ‘우주물리 저널’(Astrophysical Journal)에 발표됐다.
하버드대 천문학과 박사과정생인 저커 연구원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맥락에 넣을 수 없는 어떤 더 큰 구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태양 근방의 정확한 지도를 만들기 위해 가이아와 같은 우주망원경들의 관측치를 천문학 통계치와 데이터 시각화 및 수치 시뮬레이션과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저커 연구원은 연구에 사용된 3차원 지도의 기초를 이루는, 지역적 별 보육장들까지의 정확한 거리를 수록한 최대 크기의 목록을 엮어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이를 통해 “문자 그대로 새로운 눈으로 은하수를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핑크바이너 교수는 “불완전한 데이터로 별의 탄생을 연구하려면 매우 복잡한데, 그 이유는 거리를 혼동하면 크기가 혼동될 수 있고, 세부사항이 잘못될 위험이 있다”며, 이 작업의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굿맨 교수도 “태양을 포함한 우주에 있는 모든 별들은 역동적이고 붕괴하는 가스 구름과 먼지로 형성된다”며, “그러나 구름의 질량과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이 구름들의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였다”고 핑크바이너 교수의 의견에 공감했다.

데이터의 세계에서
굿맨 교수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100년 이상 별들 사이의 밀집된 가스와 먼지 구름을 연구해 오며, 대상 지역들을 가능한 한 높은 해상도로 확대하려 노력했다.
가이아 이전에는 은하계 구조를 대규모로 밝혀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데이터세트가 없었다. 2013년 가이아 우주관측망원경이 발사된 이래 연구자들은 우리 은하계에서 10억 개에 달하는 별까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엄청난 가이아 데이터양은 지역별 별 보육장의 모습과 우리 은하 구조와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혁신적이고 새로운 통계 방법을 위한 완벽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했다.
데이터-과학-지향 협업에서 핑크바이너와 알베스 및 굿맨 교수팀은 서로 긴밀하게 협력했다. 핑크바이너 그룹은 먼지 구름의 3차원 분포를 추론하는데 필요한 통계 구조를 개발했고, 알베스 그룹은 별과 별 형성 및 가이아에 대한 깊은 전문성으로 기여했다.
그리고 굿맨 그룹은 ‘글루(glue)’라고 불리는 3차원 시각화 및 분석 프레임워크를 개발해 래드클리프 웨이브를 직접 보고 탐색해 정량적으로 기술할 수 있도록 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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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1-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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