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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김준래 객원기자
2018-12-07

소재를 무한 반복하는 3D 프린터 ISS에서 테스트 중… 행성 탐사 가능성 좌우할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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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과정에서 부품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교체해야 다음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다행히도 재고가 있는 부품이라면 바로 교체할 수 있겠지만, 재고가 없다면 부품 공급업체에 연락해서 조달받아야 한다.

말은 쉽지만 부품을 조달받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공급업체 사업장이 해외에 있다면 아무리 특급 배송을 받는다 하더라도 꼼짝없이 며칠을 기다려야만 한다.

리퍼브리케이터로 프린팅한 부품들
리퍼브리케이터로 프린팅한 부품들 ⓒ NASA

그런데 만약 고장난 장비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있고, 필요한 부품이 지구에 있다면 이를 어떻게 공급해야 할까.

ISS의 안정적 운영에 꼭 필요한 부품이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면, 비싼 우주선을 띄우는 것은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무게 0.5㎏에 불과한 물건이라도 로켓으로 우주에 쏘아올리는데는 무려 1만 달러나 들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은 그동안 우주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3D 프린터와 관련하여 많은 연구를 진행하여 왔다. ISS에 물자를 공급하기 위해 매번 우주선을 보낼 수는 없기 때문에, 현지에서 3D 프린터로 즉시 조달하는 방법을 연구해 온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3D 프린팅 원료인 플라스틱을 무한정 반복하여 사용할 수 있는 ‘재활용 3D 프린터’를 선보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1월에 발사되어 현재 ISS에서 테스트 중인 재활용 3D 프린터가 성공적으로 활용된다면, 행성 탐사에 있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관련 기사 링크)

행성 탐사 가능성의 열쇠를 쥔 재활용 3D 프린터

재활용 3D 프린터는 NASA와 3D 프린터 관련 스타트업인 테더스(Tethers)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리퍼브리케이터(Refabricator)라는 이름의 이 프린터는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여 물건을 프린팅한 후, 이 결과물을 녹여 다시 새로운 물건을 프린팅할 수 있는 제품이다.

테더스는 지난 2015년부터 NASA의 지원을 받아 우주공간처럼 진공상태에서도 작동이 가능한 재활용 3D 프린터를 개발해왔다. 소형 냉장고 크기의 리퍼브리케이터는 플라스틱 소재의 추출을 위한 장치와 3D 프린터 기능이 통합되어 있다.

NASA의 관계자는 “리퍼브리케이터 외형은 투박한 실험기기처럼 생겼지만, 우주 탐사의 가능성이 이 3D 프린터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존재”라고 강조하며 “프로토타입으로 만든 이번 모델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면 앞으로는 모든 우주선이나 우주정거장 등에 리퍼브리케이터가 탑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ASA는 리퍼브리케이터의 성공 여부를 매우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지만, 사실 성공 가능성은 굉장히 높은 편이다. 과거에 이미 3D 프린터를 ISS에서 테스트하면서 우주에서도 프린팅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NASA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프린팅 자체보다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소재로 사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품질저하의 문제다.

플라스틱 소재의 반복 사용이 가능한 리퍼브리케이터 ⓒ NASA
플라스틱 소재의 반복 사용이 가능한 리퍼브리케이터 ⓒ NASA

사실 플라스틱을 소재로 하여 프린팅하고, 이를 재활용하는 3D 프린터는 이전에도 개발된 적이 있다. 하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반면에, 형편없는 품질로 경쟁력이 떨어져서 상용화에 실패한 바 있다.

게다가 미세중력과 엄격한 안전 규칙 등 ISS 공간에서만 지켜야 하는 다양한 규제 요소를 추가하게 된다면, 리퍼브리케이터의 작동 문제는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리퍼브리케이터가 선을 보이기 전에 등장했던 다른 재활용 3D 프린터들의 방식은 플라스틱 소재를 가루로 만든 다음, 이를 녹여 다시 붙이는 형태였다. 당연히 결과물의 품질이 좋지 않아 실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방식이었다.

하물며 재활용 3D 프린터가 작동되는 곳은 우주 공간에 떠있는 ISS의 실내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어떤 형태의 분말이든지 승무원에게 심각한 위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테더스 연구진은 플라스틱 소재를 분쇄하는 대신, 처음부터 소재를 녹여서 원래의 소재와 유사한 형태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게 하면 플라스틱 자체의 손상이 적어서 같은 소재라도 여러 차례 반복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개발사 측의 설명이다.

지구의 플라스틱 오염 해결에도 도움줄 수 있어

NASA가 리퍼브리케이터를 활용하려는 단기 목표는 ISS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행성 탐사를 위한 사전 준비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화물을 실은 우주선이 ISS에 도달하는 데는 몇 시간이면 충분하지만, 화성과 같은 행성은 가는 데만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NASA의 니키 버크하이저(Niki Werkheiser) 연구원은 “ISS에 가는 것과 화성에 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고 지적하며 “혹시라도 주요 장비를 작동하는데 필요한 부품을 가져가지 않았다거나, 수량이 적어 재고가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다면 탐사 임무 자체가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소재를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3D 프린터는 ISS에서 테스트 중에 있다 ⓒ NASA
소재를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3D 프린터를 ISS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 NASA

한편 리퍼브리케이터의 등장은 전 세계 산업계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동안 NASA에서 개발한 많은 기술들이 민간업체에 이전되어 새로운 혁신을 일으킨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환경 분야에서 이를 주시하고 있다. 플라스틱의 과다 배출로 해양오염이 위험수위에 다다른 지금, 리퍼브리케이터 방식으로 플라스틱을 재활용 할 수 있다면 이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8-12-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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