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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희 객원기자
2018-11-05

‘거대 블랙홀 패러다임’ 관측으로 확증 블랙홀 근접 궤도 도는 물질 최초 상세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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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은하계를 비롯한 다른 대부분의 거대 은하들 중심에 초질량(super-massive)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패러다임 실험에서 극적인 진전이 이루어졌다.

이번 관측 실험은 칠레에 있는 유럽남방천문대(ESO)의 4개 거대망원경(VLT)을 직경 130m짜리 초거대 망원경으로 결합한 새로운 ‘그래비티(GRAVITY)’ 장비로 관측한 연구 결과다.

‘그래비티’는 파장 2.0 ~ 2.4μm 사이의 K밴드에서 작동하는 간섭계측 장비로서 간섭 측정 이미징과 위상 참조에 의한 천문 측정을 모두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번 관측에 따르면 태양 질량보다 400만배나 큰 초대형 블랙홀 가장 안쪽에 있는 안정된 궤도 바로 바깥 원형 궤도에서 광속의 30% 속도로 도는 소용돌이 가스덩어리가 발견됐다.

Sgr A* 주위에 원을 그리며 근접해 있는 물질. CREDIT: ESO and Digitized Sky Survey. Davide DeMartin and S. Guisard
Sgr A* 주위에 원을 그리며 근접해 있는 물질. CREDIT: ESO and Digitized Sky Survey. Davide DeMartin and S. Guisard

막스플랑크 외계물리연구소(MPE)와 파리 및 그레노블 천문대, 쾰른대, 막스플랑크 천문연구소, ESO의 그래비티-VLTI 천문대에서 작업하는 리스본대와 포트토대 연구팀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 10월 31일자에 거대 블랙홀 궁수자리 A*(Sagittarius A* )의 증착 원반(accretion disk)으로부터 나오는 적외선 복사 플레어에 대한 관측을 보고했다(논문 제목: Detection of Orbital Motions Near the Last Stable Circular Orbit of the Massive Black Hole SgrA*).

이 플레어는 광속의 약30%에 해당하는 상대론적 속도로 광속 10분 거리의 직경 궤도를 도는 가스 벨트다.

지름 8.2m 망원경 네 대 연결한 지름 130m짜리 거대 망원경

이 실험에는 쾰른대 물리학 연구소 적외선 연구그룹의 안드레아스 에카르트(Andreas Eckart) 교수와 크리스티안 스트로브마이어(Christian Straubmeier) 박사팀이 주도적으로 관여했다.

그룹을 이끄는 안드레아스 에카르트 교수는 “‘그래비티’의 핵심 부품들은 쾰른대에서 만들어졌고, 거대한 지름 8.2m짜리 망원경 네 대의 광선 빔을 두 대의 분광계로 연결해 직경 130m 이상의 초거대 망원경을 창출해 냈다”고 말했다.

스트로브마이어 박사는 쾰른대에서 분광계를 기술적으로 실현하는 일을 수행했다. 그는 “‘그래비티’의 측정 정확도는 매우 높아서 달에 있는 주방 시계의 시간을 읽을 수 있는 정도”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장비를 활용해 상대론적 속도로 SgrA* 주위를 공전하는 가스 벨트인 증착 원반으로부터 나오는 밝은 적외선 복사 플레어를 관측했다.

궁수자리와 전갈자리 경계 가까이에 있는 초질량 거대 블랙홀 Sgr A *(중앙)와 최근 폭발로 생성된 두 개의 광 에코(왼쪽 위 둥근 원).  Credit: Wikimedia Commons / NASA
궁수자리와 전갈자리 경계 가까이에 있는 초질량 거대 블랙홀 Sgr A *(중앙)와 최근 폭발로 생성된 두 개의 광 에코(왼쪽 위 둥근 원). Credit: Wikimedia Commons / NASA

어떤 물체는 블랙홀 주위를 안전하게 도는 반면, 블랙홀 너무 가까이에서 도는 물체는 블랙홀 바깥 경계(event horizon) 안쪽으로 끌려들어갈 수 있다. 이번에 관측된 플레어는 SgrA*의 바깥 경계에 매우 근접한 궤도를 돌고 있는 물질에서 나오는 것이다.

MPE의 올리버 풀(Oliver Pfuhl) 박사후 연구원은 “거대 블랙홀 주위를 광속의 30%로 도는 물질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것은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일”이라고 경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그래비티’의 엄청난 민감성 덕분에 우리는 실시간으로 증착 과정(accretion processes)을 전례 없이 상세하게 관측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거대 블랙홀 패러다임 확인돼”

연구팀은 올해 초 VLT에 SINFONI 통합 필드 장비를 갖춘 정밀 분광기와, 각도 분해능 및 천문 측정이 10~20배 향상된 정밀 ‘그래비티’로 거대 블랙홀 후보인 SgrA* 근처에 있는 S2 별의 근접 비행을 정밀하게 측정한 바 있다.

이 궤도운동을 분석한 과학자들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한 대로 뉴튼 역학으로부터 1차 편차를 검출해 냈다.

GRAVITY- VLTI에서 네 개의 망원경으로부터 빛이 모아지는 경로 중 일부를 표현한 애니메이션. CREDIT: ESO
GRAVITY- VLTI에서 네 개의 망원경으로부터 빛이 모아지는 경로 중 일부를 표현한 애니메이션. CREDIT: ESO

측정을 하는 동안 ‘그래비티’ 팀은 블랙홀에 아주 근접한 매우 에너지가 높은 전자들로부터 나오는 세 개의 두드러진 빛나는 플레어에서 강력한 적외선 방출을 포착했다.

이 방출은 태양 플레어의 방사 폭발과 비슷하게 SgrA* 주위를 공전하는 매우 뜨거운 가스에 있는 컴팩트한 ‘자기 뇌우(magnetic thunderstorms)’로부터 비롯되는 것으로 생각됐다.

은하 중심에서 관찰된 플레어 세 개의 운동은 블랙홀 바깥 경계보다 반경이 7~10배 큰 간단한 궤도 모델로 설명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관측을 통해 태양 질량의 400만배에 달하는 블랙홀 주위 안정 궤도의 맨 안쪽 끝에 궤도를 도는 열점(hot spots)이 존재한다는 이론적 예측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연구를 주도한 막스플랑크 외계물리학 연구소 라인하르트 겐첼(Reinhard Genzel) 박사는 “이번 연구는 우리의 드림 프로젝트 중 하나였으나 이렇게 빨리 그리고 명확하게 이루어질 줄은 기대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겐첼 박사는 궁수자리 A*(SgrA*)가 초거대질량을 가진 블랙홀임을 믿는다고 말하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거대 블랙홀 패러다임을 완벽하게 확인해 주는 쾌거”라고 결론지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11-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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