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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6-04-18

뇌졸중 후 염증이 회복 돕는다 면역세포 불러모아 복구 물질 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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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은 우리 몸에 이물질과 병원체가 침범하거나 조직이 손상됐을 때 이를 제거하거나 복구하기 위한 자연스런 면역반응이다. 그러나 염증이 생기면 대개 이를 빨리 억제해 통증과 부기 등을 완화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 지나친 염증 반응은 노화를 촉진하고 장기를 손상시키는 등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과 이스라엘 연구진은 최근 뇌졸중 후에 나타나는 염증이 손상된 뇌세포를 복구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를 내놨다. 스웨덴 룬드 대학교 잘 코케야(Zaal Kokaia) 교수는 “이번 연구는 염증이 가능한 한 빨리 제거해야 할 부정적인 결과라는 통상적인 믿음과는 완전히 대조 되는 결과”라고 밝혔다.

코케야 교수와 신경학과 올레 린드발(Olle Lindvall) 교수는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와 협동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뇌졸중 치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번 연구는 ‘신경과학’(Neuroscience) 최근호에 실렸다.

뇌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허혈성 뇌졸중(그림)은 발생 3~6시간 안에 혈전용해제를 주입해 치료를 해야 한다. 스웨덴-이스라엘 연구진은 뇌졸중 발생 수주 안에 면역세포 자극 치료를 통해 회복을 돕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 Wikipedia / Blausen Medical Communications, Inc.
뇌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허혈성 뇌졸중(그림)은 발생 3~6시간 안에 혈전용해제를 주입해 치료를 해야 한다. 스웨덴-이스라엘 연구진은 뇌졸중 발생 수주 안에 면역세포 자극 치료를 통해 회복을 돕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 Wikipedia / Blausen Medical Communications, Inc.

면역세포가 뇌손상 복구 돕는 물질 분비”

뇌졸중이 생기면 손상된 부위의 뇌세포는 죽게 되고, 우리 몸의 면역체계로부터 면역세포들을 불러모으는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이들 면역세포 가운데는 골수에서 생성되는 백혈구의 한 종류인 단핵 백혈구(monocytes)가 섞여 있다.

염증이 생긴 부위로 몰려든 단핵 백혈구는 대식세포로 바뀌어 모든 죽은 조직들을 먹어 치운다.  대식세포는 이때 죽은 조직을 삼키는 것뿐만이 아니라 뇌 손상 복구를 돕는 물질을 분비한다. 코케야 교수는 “이 점이 바로 이스라엘 미할 슈워츠(Michal Schwartz) 박사팀과 함께 제시하고자 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뇌졸중 환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부분적이지만 스스로 회복세를 보인다. 이 같은 자가 치유는 그동안 잘 알려져 있었지만, 왜 그렇게 되는지 정확한 원인은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었다. 룬드대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뇌졸중 후 자가 회복이 부분적으로 면역세포들이 분비하는 물질 때문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잘 코케야 교수와 올레 린드발 교수가 뇌졸중과 퇴행성 뇌신경 질환의 줄기세포 치료법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 Lund Univ.
잘 코케야 교수(왼쪽)와 올레 린드발 교수가 뇌졸중과 퇴행성 뇌신경 질환의 줄기세포 치료법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 Lund Univ.

뇌졸중 초기 대응 놓친 환자에 희소식

연구진은 동물 모델을 통해 거꾸로 실험을 해봤다. 뇌졸중을 일으킨 쥐의 피에서 단핵 백혈구를 제거한 후 그 결과를 정상적인 쥐와 비교했다. 그러자 단핵 백혈구 수가 줄어든 쥐는 면역시스템이 정상 가동되는 쥐에 비해 뇌졸중 후의 회복력이 크게 떨어졌다.

현재 시행되는 허혈성 뇌졸중 치료는 일차적으로 뇌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을 용해해 제거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몸의 한 쪽에 갑자기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고, 한쪽 눈이 갑자기 침침해 지거나 말이 안 되는 경우, 전에 없던 심한 두통이 생기는 등의 뇌졸중 전조증상이 나타나면 3~6시간 안에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아 혈전용해제를 투여받아야 한다. 치료를 빨리 받을수록 손상을 더 줄일 수 있고 회복이 빠르다.

그러나 상당수의 환자가 치료시기를 놓쳐 후유증이 크고 오래갈 수 있다. 이런 환자들에게 룬드대 연구팀의 발견은 자기 회복(self-healing)을 북돋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이 치료법은 발병 수시간 안에 시행해야 하는 초기의 대응치료에 비해 발병 수주일 안에 시작해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케야 교수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뇌질환 치료를 연구하면서 이번에 뇌졸중과 염증과의 관련 연구를 내놨다. 코케야 교수 연구실의 '줄기세포를 이용한 뇌졸중 재생치료' 개념도
코케야 교수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뇌질환 치료를 연구하면서 이번에 뇌졸중과 염증과의 관련 연구를 내놨다. 코케야 교수 연구실의 '줄기세포를 이용한 뇌졸중 재생치료' 개념도 ⓒ Lund Univ.

염증의 긍정적 측면 부각은 인식체계의 대전환”

연구팀은 뇌졸중이 생긴 다음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살펴봤다. 조사 결과 뇌졸중이 일어난 후 뇌의 줄기세포가 새로운 신경세포들을 생성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뇌에 단핵 백혈구를 더 많이 투입하거나 혹은 골수에서 단핵 백혈구 생성을 자극하면 자기회복이 증진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동물실험을 준비 중이다.

올레 린드발 교수는 “사람과 쥐 사이에는 명백하게 차이가 있지만 사람의 뇌가 상이하게 기능한다는 보고나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염증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새로운 통찰은 다른 질병들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스라엘팀과의 협동 연구에서 척수 손상의 사례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린드발 교수는 “수많은 사례에서 염증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잠재워야 할 부정적인 현상으로 보아왔기 때문에, 염증의 긍적적 측면을 부각시킨 이번 연구는 인식체계의 대전환이라 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6-04-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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