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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세포가 여는 새 세상, 수술 대신 재생으로 가는 길 제34회 : 수술 대신 재생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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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형외과학교실 조현철 대표

 

1. “나아파 씨”의 어깨, 왜 수술만으로는 끝나지 않을까요?

외래에서 자주 뵙는 67세 “나아파” 씨. 지금까지 병원 한 번 제대로 가지 않고, 건강만큼은 자신 있다고 살아오셨습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시작된 어깨 통증이 점점 심해지더니, 이제는 밤에 잠을 설칠 정도로 심각해졌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파스와 진통제로만 버티고, 짬짬이 동네 병원에서 주사와 물리치료를 받으셨지만, 어깨 통증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치료를 해도 잠깐 나아졌다가 다시 아픈 패턴이 계속되었습니다.

참다 참다 찍어본 어깨 MRI. 의사로부터 “어깨에 있는 중요한 힘줄인 회전근개가 끊어졌습니다.”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게 됩니다. 약이나 주사로는 이미 끊어진 힘줄이 다시 붙거나 재생되지 않는다는 설명에 며칠을 고민하다가, 결국 용기를 내어 수술을 받기로 결심하고 다시 병원을 찾으셨습니다. 그런데 의사에게서 또 한 번 마음이 무너지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수술로 끊어진 힘줄을 잘 꿰매 드리겠습니다. 다만, 나이가 있으시고 힘줄도 많이 닳아 얇아져서, 수술해도 안 붙거나 다시 끊어질 수도 있습니다.” 

의사의 이 말을 듣는 순간 찾아오는 막막함. 많은 어깨 환자분들이 이미 그 기분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제 나아파씨는 병원에 오기 전보다 더 큰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수술도 무서운데, 수술해도 다시 끊어질 수 있다니…’, ‘수술 없이 주사만으로 손상된 힘줄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회전근개 환자라면 한 번쯤 떠올리는 이 질문,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2. 한 번 끊어지면 되돌릴 수 없던 힘줄

어깨를 움직이는 네 개의 힘줄 다발을 우리는 ‘회전근개’라고 부릅니다. 젊을 때는 튼튼하지만, 40~50대를 지나면서 힘줄 안에 있던 줄기세포가 서서히 고갈되고, 만성 염증과 퇴행성 변화가 쌓이면서 힘줄이 닳고 얇아집니다. 먼저 힘줄 내부에서 보이지 않는 변화가 축적되다가, 어느 날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혹은 특별한 계기 없이도 “뚝” 하고 찢어지기도 합니다. 어깨 통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이 가운데 회전근개 질환이 가장 흔하면서도 심각한 원인입니다. 초기에는 약물, 주사, 물리치료와 같은 비수술적 치료를 받게 되는데, 이런 치료는 염증과 통증을 줄여주는 “소방수” 역할을 하고, 효과도 꽤 좋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들만으로는 근본적인 만성 염증, 퇴행성 변화, 그리고 힘줄의 구조적 변화를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치료를 반복해야 하고, 그럼에도 질병은 서서히 진행해서 결국 힘줄이 끊어지는 단계까지 가게 됩니다.

수술은 끊어진 힘줄을 다시 꿰매주는 현재로서는 유일한 근본 치료입니다. 큰 합병증을 막을 수 있고, 많은 환자에서 통증과 기능을 의미 있게 좋아지게 합니다. 그러나 수술 자체를 두려워하는 분도 많고, 이미 얇아지고 약해진 힘줄 자체를 새롭게 “재생”시키지는 못합니다. 환자의 나이, 동반 질환, 파열의 크기 등에 따라, 연구에 따라서는 적게는 약 20%, 많게는 90% 이상에서 재파열이 보고되기도 합니다. 수술 후에도 일상생활로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긴 재활 기간이 필요합니다. 아직까지는 의사 입장에서도, 환자 입장에서도 분명히 아쉬움이 남는 치료 구조입니다.


3. 수술 후 재파열이 남기는 개인과 사회의 청구서

그럼에도 회전근개 봉합술은 분명히 가치 있는 수술입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회전근개 수술을 받은 환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삶의 질이 분명히 좋아지고, 평생 기준으로 환자 1인당 약 1만 달러 이상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성공한 수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2022년 한 해에만 약 100만 건이 넘는 회전근개 수술이 시행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적지 않은 수에서 구조적으로 힘줄이 다시 끊어지고, 증상도 좋아지지 않은 “실패한 수술”이 발생합니다. 이로 인해 수술 후 2년 안에 발생하는 직접·간접 의료비만 약 4억 4천만 달러(한화 약 6,300억 원)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림 1] 회전근개 수술의 현황과 한계 ⓒ서울대학교
[그림 1] 회전근개 수술의 현황과 한계 ⓒ서울대학교

최근 분석에 따르면, 회전근개 수술 후 회복에는 약 5개월이 걸리며, 절반 가까운 환자들은 6개월이 넘도록 물리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수술이나 관절 운동 회복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회복 기간과 비용이 3~5배까지 늘어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2019년 기준 어깨 통증으로 진료를 받는 분이 약 250만 명에 이르고,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도 매우 심각한 지경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어깨 통증은 더 이상 “나이 들면 좀 아픈 것” 정도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개인과 사회가 함께 짊어지고 있는 큰 과제가 되었습니다.


4. 차단이 아닌 재생: ‘세포치료제’라는 새로운 플레이어

그동안 의학은 주로 “나쁜 것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염증을 줄이는 약, 특정 단백질을 막는 항체, 염증 유전자를 겨냥한 표적 치료제 등은 모두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전근개와 같은 힘줄 병변에서는 수많은 염증·퇴행 경로가 동시에 얽혀 있습니다. 단일 물질 하나만으로는 이 복잡한 과정을 모두 제어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혈소판 풍부 혈장 (PRP) 주사, 무세포 피부 패치, 콜라겐 패치 같은 생체 재료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져 왔습니다. 예를 들어, PRP는 작은·중간 크기의 파열에서는 재파열률을 줄이는 효과가 있고, 여러 종류의 패치들도 1년 기준으로 재파열을 줄이고, 복귀 지연·생산성 손실 등의 간접비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경제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모든 시도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단순히 끊어진 것을 꿰매는 것을 넘어, 닳고 늙고 병든 힘줄을 다시 단단하고 젊고 건강한 힘줄로 재생시키려는 노력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점점 더 뚜렷하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회전근개 질환에서의 ‘세포치료제’입니다.

 

5. ‘내인생세포’: 탯줄에서 온 내 몸의 재생팀

세포치료제라고 하면 흔히 “줄기세포”를 떠올리지만, 실제 치료에 쓰이는 세포는 여러 종류가 있고, 각각 장단점이 분명합니다. 골수나 지방에서 바로 뽑아 사용하는 세포치료는 나 자신의 세포라는 장점과, 별도의 배양 과정 없이 병원에서 직접 분리하여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엄격한 허가를 받은 ‘치료제(약물)’가 아니기 때문에 병원마다 치료의 질이 달라질 수 있고, 나이가 많고 기저질환이 많은 환자에게서 뽑은 세포는 품질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얻은 세포 안에 실제로 중요한 ‘줄기세포’의 숫자가 매우 적다는 큰 한계가 있습니다.

골수나 지방에서 분리·배양한 줄기세포 치료제는 줄기세포 수는 많지만, 대부분 고령 환자에게서 얻은 세포이기 때문에 세포 자체의 젊음과 활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배아줄기세포는 윤리적 문제가 크고,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이용한 치료제는 일부 질환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할 가능성 등을 생각하면, 회전근개처럼 생명과 직결되지는 않지만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는 질환에서 상용화되기는 아직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저희 연구팀은 이러한 기존 세포치료제의 한계를 피하면서도, 강력한 재생 능력을 가진 세포를 찾고 연구해 왔고, 그 작용 기전에서 착안해 이 세포를 ‘내인성 재생을 유도하는 세포치료제’의 약칭인 “내인생세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내인생세포는 탯줄에서 분리·배양한 작고 빠르게 증식하는 중간엽 세포(smumf cell)입니다. 이 세포는 노화가 거의 진행되지 않은 신생아 탯줄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고령 환자에게서 분리하는 골수·지방 줄기세포보다 연령 및 환경에 따른 유전적 결함이 훨씬 적습니다. 또 특수한 분리·배양 조건을 사용해 기존 줄기세포보다 최대 백만 배 수준까지 많은 세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염증이 심한 환경에서도 면역 거부를 거의 일으키지 않으면서, 강력한 면역조절, 항염증, 항노화 및 역노화 작용을 통해 손상된 힘줄을 재생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6. 수술에서 주사로, 그리고 ‘파열 전’에 미리 고치는 내일의 치료

제가 20년 넘게 어깨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느낀, 환자와 의사가 모두 원하는 치료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근본적인 힘줄의 재생, 둘째, 수술이 아닌 주사 치료, 그리고 필요할 때 바로 치료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기존 자가 줄기세포 치료는 채취, 배양, 약 한 달 후 수술 또는 주사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최소 두 번 이상의 병원 방문과 수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동종 (타인) 줄기세포도 해동 후 치료 준비에 며칠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내인생세포는 미리 표준화된 품질로 제조해 동결 보관해 두었다가, 환자가 병원에 오면 약 20분 이내에 해동하여 바로 주사할 수 있는 “즉시 사용”을 지향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회전근개 부분파열 임상시험에서, 내인생세포를 초음파 유도하에 힘줄 부위에 직접 주사한 뒤 MRI와 관절경, 조직검사를 통해 변화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초기 결과에서 투여 1개월 만에 파열 부위의 90% 이상이 새 조직으로 메워지고, 이 조직이 환자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힘줄 조직임이 확인되었습니다. “몸 안에 잠들어 있던 재생 능력을 깨워, 내 힘줄을 재생했다”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림 2] 시간 경과에 따른 힘줄 재생 변화 ⓒ서울대학교
[그림 2] 시간 경과에 따른 힘줄 재생 변화 ⓒ서울대학교

이러한 고무적인 초기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우리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이렇습니다. 지금까지는 “통증 → 약·주사로 버팀 → 결국 파열 → 수술 → 재파열 걱정” 이라는 일방통행 도로였습니다. 앞으로는 “어깨가 아프고, 움직이기 어려운 초기 단계에서, 초음파 또는 MRI로 미세한 건병증과 부분파열을 발견 → 외래에서 내인생세포 주사로 힘줄을 미리 재생 → 큰 파열과 수술 자체를 피함”으로 가는 길을 열고자 합니다.

[그림 3] 새로운 치료의 길 ⓒ서울대학교
[그림 3] 새로운 치료의 길 ⓒ서울대학교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회전근개 봉합술의 치유를 돕기 위한 보강 재료와 세포치료제를 연구하고 있지만, 회전근개 파열의 재생 분야만 놓고 보면 세포치료 기술 연구 및 개발 면에서 한국이 가장 앞서 있다고 자부하고 싶습니다. 첨단재생의료법과 재생의료진흥재단을 통하여 필요한 제도적 기반도 빠르게 갖춰지고 있습니다.

물론 세포치료제는 ‘기적의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어떤 질환, 어떤 단계에서, 어떤 세포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야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지를 하나씩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이제 재생의학은 “닳아 끊어진 곳을 봉합하는 시대”에서 “끊어지기 전에 닳은 조직을 재생하는 시대”로 서서히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파열이 생긴 뒤 수술을 받을까 말까”를 고민하기보다, “파열이 오기 전에 힘줄을 미리 재생시켜 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시대가 오기를,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내인생세포가 서 있기를 기대합니다.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
저작권자 2026-09-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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