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을 허용한 올림픽이 열렸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전례 없는 스포츠 대회가 열렸다. 얼핏 들으면 말도 안 되는 콘셉트같다. 선수들이 도핑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고 공개적으로 퍼포먼스 향상 물질을 사용하며 경쟁하는 '인핸스드 게임(Enhanced Games)'이 열린 것인데, 호주 사업가 아론 드소자가 창설한 이 대회는 미국 FDA 승인 약물에 한해, 의학적 감독 아래 무엇이든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기술 억만장자 피터 틸 등이 후원자로 이름을 올린 이 대회를 지지하는 측은 엘리트 스포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실험이라고 말한다. 반대하는 측은 선수를 실험 대상으로 삼는 위험한 생물학적 실험이라고 비판한다. 어느 쪽이 맞든, 이 대회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인간은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대가는 무엇인가? 얼핏 듣기에 섬뜩하기까지 한 이 대회의 목적은 대체 무엇일까?
강화는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스포츠에서 신체 강화를 시도한 역사는 현대 도핑보다 훨씬 길다.
영국 샐퍼드 대학교의 생명윤리학자 앤디 미아는 "고대 올림픽에서도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올리브 오일을 몸에 발랐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근대 스포츠가 시작될 무렵에는 선수들이 알코올을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당시에는 강화 효과가 있다고 잘못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생리학자 마이클 조이너는 현대의 강화 전략이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고 설명한다. 근육량과 회복을 높이는 동화 스테로이드, 산소 전달 능력을 향상시키는 혈액 도핑과 EPO(적혈구 생성 촉진제), 그리고 피로를 줄이는 각성제이다. 여기에 더해 신체가 테스토스테론이나 EPO 같은 호르몬을 더 많이 만들도록 유도하는 펩타이드도 활용된다. "스테로이드, 혈액 도핑, 암페타민은 효과가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다"고 조이너는 전한다.
반면, NYU 그로스먼 의대 의료윤리 부문장 아서 캐플런은 인핸스드 게임에서 사용되는 물질 대부분이 사실 오래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스테로이드, 성장 호르몬, 집중력을 높이는 리탈린, 통증 신호를 무시하게 해주는 진통제. 이 약물들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해진 근육이 몸 전체를 망가뜨린다
문제는 이 물질들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것, 그리고 동시에 심각한 위험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직접적인 위험으로는 성장 호르몬의 암 위험 증가, 동화 스테로이드의 심혈관 문제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캐플런이 더 주목하는 것은 간접적인 위험이다. 신체의 한 부분을 인위적으로 강화하면 다른 부분에 예상치 못한 부하가 걸린다는 것이다.
크레아틴이나 다른 근육 강화 약물을 사용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근육은 거대해지지만 힘줄과 관절은 그에 비례해서 강해지지 않는다. 생각보다 더 심각한, 심지어 마비에 이르는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캐플런은 이 대회의 후원자들이 선수의 안전을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부유한 투자자들이 말하는 것은 결국 이것이다. 나는 가장 경이로운 퍼포먼스를 보고 싶고, 선수 개인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스릴을 원한다." 그는 이 구조가 고대 로마의 검투사 경기를 연상시킨다고 전한다.
선수들의 선택이 얼마나 자유로운 것인지도 의문이다. 미아는 "많은 선수들이 경력 말기에 재정적으로 어렵거나, 기존 스포츠에서는 챔피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 채 이 대회에 참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자발적 선택처럼 보이지만, 그 선택이 이루어지는 맥락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근육을 설계하는 시대
다소 위험하게 들릴 순 있지만, 과학적으로 현재 행해지는 실험들에 따르면, 현재 인핸스드 게임에서 사용되는 약물들이 앞으로의 이야기에서 전부가 아닐 수 있다.
과학자들은 실제로 근육 성장을 억제하는 단백질인 마이오스타틴(myostatin)을 차단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 단백질이 없는 동물은 매우 근육질이 된다. 이론적으로 인간에게 마이오스타틴을 억제하면 더 큰 근육을 얻을 수 있다. 조이너는 "이 경로가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말하지만,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더 나아간 영역이 유전자 편집이다. CRISPR 같은 기술은 지구력, 대사, 근육 발달과 관련된 유전자를 이론적으로 직접 바꿀 수 있다. 약물은 복용을 중단하면 효과가 사라지지만, 유전자를 바꾸는 것은 영구적인 생물학적 변화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그 변화가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캐플런 역시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인핸스드 게임에서 볼 수 있는 것들만이 아니다"라고 우려하며 우리는 지금 분자적, 유전적 개입의 문턱에 서 있다고 전한다. 이것은 지금의 약리학적 방법들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질문: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을까
강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안전한 강화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미아는 이에 대해서 다소 회의적이다.
그녀는 "다른 윤리적 사고방식을 가진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려면 먼저 건강한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허용돼야 하는데, 그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의학적 필요가 없는 상태에서 그런 연구를 윤리적으로 정당화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의견을 전한다.
모두들 알고 있듯이 스포츠에서의 도핑 문제는 오래되었다. 하지만 인핸스드 게임은 그 문제를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규칙 위반으로서의 도핑이 아니라, 규칙으로서의 강화. 그리고 그 끝에 어떤 인간이 만들어지는가라는 질문이다. 라스베이거스의 경기장 밖에서, 생명윤리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다음에 벌어질 일이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6-06-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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