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스크린을, 어떻게, 얼마나'
솔직히 말하자. 스마트폰 없이 아이를 하루 종일 돌보는 것은 대부분의 부모에게 가능한 현실이 아니다. 밥을 차려야 할 때, 전화를 받아야 할 때, 혹은 잠깐이라도 숨을 고르고 싶을 때 아이의 손에 쥐어지는 기기는 어느 가정에서나 낯선 풍경이 아니다.
2026년 3월, 영국 교육부는 만 5세 미만 아동의 하루 스크린 사용 시간을 1시간 이내로 권고하는 공식 지침을 발표했다. 이 숫자를 접한 많은 부모가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정보가 아니라 죄책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해당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 UCL 발달정신병리학과 파스코 피어론(Pasco Fearon) 교수는 "우리는 스크린이 항상 나쁘다는 인상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 모든 아이의 필요와 성향은 다르다."라고 밝혔다. 과학이 실제로 말하는 것은 '스크린을 없애라'가 아니다. '어떤 스크린을, 어떻게, 얼마나'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스크린 타임이 가져다주는 것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지만, 스크린 타임의 부정적 측면만 항상 주목받고 있기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부분을 살펴보자. 그리고 그것이 실제 가정에서 수행하는 긍정적 역할은 종종 과소평가되는 것도 사실이다.
먼저 알아두어야 할 점은 육아는 고강도 노동이 맞다. 육아와 일을 모두 경험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일을 하겠다고 선택한다. 육아는 그만큼 어떤 사람들에게는 지옥일 수 있다.
가장 직접적으로 와닿는 긍정적인 효과는 보호자의 '회복'이다. 아이가 콘텐츠에 집중하는 15~20분은 부모가 밥을 먹거나, 잠깐 앉거나, 업무 연락을 처리할 수 있는 유일한 틈새일 수 있다. 지친 보호자가 더 민감하고 반응적인 돌봄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크린이 만들어주는 이 '숨 고르기'는 아이에게도 간접적으로 이로울 수 있다.
교육적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는 언어 습득과 초기 학습을 명시적 목표로 설계된 콘텐츠로, 다수의 연구에서 아동의 어휘 발달과 학습 능력 향상 효과가 확인됐다. 영국 BBC의 '헤이 더기(Hey Duggee)', 호주의 '블루이(Bluey)',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퍼핀 록(Puffin Rock)' 같은 프로그램들은 느린 속도, 반복적 서사, 정서적 공감 요소를 갖추어 아이가 세계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보호자와 함께 이런 콘텐츠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공동 시청'은 단순히 해악을 줄이는 것을 넘어 인지 발달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 상호작용적 전자책처럼 능동적 참여를 유도하는 형식은 수동적인 TV 시청보다 더 강한 언어 발달 효과를 보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스크린의 종류 자체가 결과를 가른다는 의미다.
특수 교육 요구 및 장애(SEND)가 있는 아동에게 디지털 기기는 더욱 중요한 도구가 된다. 언어 표현이 어려운 아이가 의사소통 앱을 통해 자신의 필요를 전달하거나, 감각 과부하 상황에서 익숙한 영상 콘텐츠로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것은 발달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원하는 사용이다. 피어론 교수는 이런 경우 일반 지침을 기계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균형 있는 이해를 위해, 과도하거나 질 낮은 스크린 사용이 실제로 어떤 경로로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구자들은 두 가지 핵심 메커니즘을 제안한다. 첫째는 '좋은' 시간의 대체이다. 스크린 사용이 상상 놀이, 독서, 대면 대화처럼 초기 뇌 발달에 필수적인 활동들을 밀어낸다. 둘째는 상호작용 방해라는 측면을 들 수 있는데, 오디오 기반 언어 환경 분석(LENA) 연구들은 스크린 사용이 증가할수록 보호자의 발화 수, 아동의 발성 횟수, 대화 교환 횟수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일관되게 보고했다. 아이가 말을 걸 때 어른이 즉각 반응하는 '주고받는 대화'는 언어와 인지 발달의 핵심 연료인데, 스크린은 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끊는다.
뇌 신경과학 차원의 우려도 있다. 싱가포르 대규모 출생 코호트 연구(GUSTO)에 따르면, 생후 2세 이전에 스크린 노출이 많았던 아이들은 시각 처리와 인지 제어를 담당하는 뇌 신경망이 조기에 특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문제는 이 '가속'이 정상적 발달을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복잡한 사고에 필요한 효율적인 연결이 충분히 형성되기 전에 특화가 일어나면, 이후 사고 과제에서 유연성이 감소한다. 이러한 변화는 8세의 느린 반응 속도와 13세의 높은 불안 수준으로 이어졌다. 중요한 것은 이 효과가 생후 24개월 이전의 노출에서만 뚜렷하게 관찰됐고, 3~4세 때의 스크린 타임에서는 동일한 장기적 뇌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영아기가 특히 예민한 시기다.
콘텐츠의 속도도 핵심 변수인데, 빠르게 전환되는 소셜미디어 스타일의 영상이나 쇼츠 형식의 영상은 아동의 뇌에서 투쟁-도피 반응(fight-or-flight)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박수가 빨라지고 근육으로 에너지가 집중되는 이 상태는 집중적 사고나 언어 학습과는 정반대의 신체 조건이다. 영국 교육부 보고서가 콘텐츠의 속도와 단순성을 명시적으로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생후 24개월, 뇌가 가장 예민한 시간
스크린 타임 논의에서 종종 빠지는 맥락이 있다. 모든 나이의 아이가 동일한 수준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간의 뇌는 출생 시 성인 뇌 무게의 약 25% 수준에서 출발해, 1세에 70%, 3세에 85%, 5세에 92%에 도달한다. 전체 뇌 성장의 90%가 만 5세 이전에 이루어진다. 이 시기 뇌는 외부 자극에 극도로 민감하며, 동시에 그 자극의 방향에 따라 형성되는 신경 연결의 모양이 달라진다.
그중에서도 생후 24개월은 특히 결정적이다. 건강한 부모의 미디어 습관과 아이의 스크린 사용 제한이 노출을 줄이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임이 36개 연구 메타분석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부모가 3세부터 자녀에게 자주 책을 읽어주면, 영아기 스크린 노출로 인한 뇌 발달 변화가 유의미하게 완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크린이 남긴 자국을 책이 부분적으로 지울 수 있다는 의미인데, 영아기에 스크린 노출이 어느 정도 있었다 하더라도, 이후의 풍부한 상호작용으로 상당 부분 보완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죄책감을 느끼기보다는 부모의 회복 후 다시 노력하는 방식으로 적절한 조절이 필요할 수 있다.
죄책감 대신 챙겨야 할 것들
모두 다시 한번 알아두어야 할 사실이 있다. 완벽한 부모는 없고, 스크린 없는 육아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과학이 이에 대해서 실제로 제안하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 '무엇'을 보여주는가가 중요하다. 속도가 느리고 구조가 단순하며 반복적인 서사를 가진 연령 적합 콘텐츠를 선택하는 것이, 총 시청 시간을 줄이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빠르게 전환되는 쇼츠나 유아용이 아닌 콘텐츠는 가급적 피한다.
둘째, '누구와' 보는가가 결과를 바꾼다. 혼자 보는 것보다 보호자와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공동 시청이 인지 발달에 훨씬 유리하다. "저 곰이 뭘 하고 있지?"처럼 아이의 속도에 맞춰 말을 거는 것만으로도 대화 교환의 기회가 만들어진다.
셋째, '언제 쓰지 않는가'를 정해둔다. 식사 시간과 잠들기 전 1시간은 스크린을 끄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두 시점이다. 수면의 질을 보호하고 가족 간 대화를 자연스럽게 늘리는 효과가 있다. 배경 화면으로 틀어두는 습관도 가급적 줄이는 것이 좋다.
넷째, 일상 속은 '대화'로 채운다. 버스를 타거나 빨래를 개는 평범한 순간을 대화의 기회로 삼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언어 환경이 달라진다. 공원 등 녹지 공간에 대한 접근성도 스크린 사용 시간을 줄이는 독립적인 보호 요인으로 확인됐다. 스크린을 줄이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은 스크린 없이도 흥미로운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아이의 뇌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 즉 반응적인 대화, 느린 탐색, 반복적인 상호작용이 하루 중 충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가 진짜 질문이다. 그 균형이 맞춰진 가정에서라면, 스크린은 적이 아니라 도구가 될 수 있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6-05-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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