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속도의 급격한 변화가 핵심 원인
"우리 아이가 밥을 너무 안 먹어요." 2살 전후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고민이다. 어제까지 잘 먹던 음식도 오늘은 고개를 돌리고, 한 끼에 몇 숟가락만 먹고 그만두는 아이를 보면 영양 부족은 아닐지, 성장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과학은 이렇게 말한다. "2살 아이의 식사 거부는 지극히 정상이다."
2살 전후 아이들의 식욕 감소는 성장 생리학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생후 첫 1년 동안 평균적인 아기는 약 7kg의 체중 증가와 21cm의 키 성장을 이룬다. 하지만 생후 2년째에는 체중 증가가 약 2.3kg, 키 성장이 12cm로 급격히 둔화된다. 2세에서 5세 사이에는 연간 12kg의 체중 증가와 68cm의 키 성장만 이루어진다.
캐나다 소아과학회 영양위원회 의장인 발레리 마샹 박사는 "2년차 성장 둔화에 따른 식욕 감소는 정상이며, 대부분의 경우 이 아이들은 건강하다"고 설명한다. 성장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면서 필요한 칼로리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식욕도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것이다. 이는 "생리적 식욕부진(physiological anorexia)"이라 불리며 의학적으로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다.
편식은 얼마나 흔한가
브리스톨 대학교의 캐롤라인 테일러 박사 연구팀이 수행한 ALSPAC 연구에 따르면, 2세 아이의 10%가 편식을 보이고, 이 비율은 38개월(약 3세)에 15%로 정점을 찍은 후 54개월과 65개월에는 각각 14%와 12%로 감소한다. 다른 여러 연구들도 편식의 정점이 약 3세경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즉, 2세의 식사 거부는 시작 단계이며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캐나다 부모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25~35%의 2~5세 아이들이 편식아로 분류되었다. 스탠퍼드 의대 연구팀이 120명의 아이를 2세부터 11세까지 추적 관찰한 종단 연구에서도 편식 행동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경향을 보였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유치원, 또래 집단, 학교 등을 통해 더 다양한 음식에 노출되면서 자발적으로 편식에서 벗어난다.
발달 심리학적 요인: 자율성과 독립심
2세 전후는 발달 심리학에서 '자율성 대 수치심' 단계로 알려진 시기다. 아이들은 걷기 시작하고 언어 능력이 발달하면서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기 시작한다. 릴리 아동병원의 알리사 스윅 박사는 "때때로 유아들은 식사 시간을 피하는 방식으로 독립성을 주장하고 자신의 식단을 통제하려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발달 이정표도 역할을 한다. 아이들이 걷거나 뛰기 시작하면 앉아서 식사하는 것보다 놀고 움직이는 것을 선호한다. 새로운 발달 도약이 일어날 때마다 식욕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유아기에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유전적 요인과 미각의 진화적 보호 기제
편식에는 유전적 요소도 작용한다. 신생아는 태어날 때부터 단맛을 선호하는 반면, 쓴맛은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이는 대부분의 쓴 화합물이 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진화한 보호 기제로 추정된다. 영국에서 8~11세 쌍둥이 5,390쌍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신음식 기피증(neophobia, 새로운 음식을 거부하는 성향)이 유전성이 높은 특성임을 보여주었다. 즉, 아이가 새로운 음식을 거부하는 것은 부모의 양육 방식 탓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유전적 특성일 수 있다.
또한 산모가 임신 중과 모유 수유 중에 섭취한 음식의 향기 성분이 양수와 모유로 전달되어 나중의 미각 선호도에 영향을 미친다. 6개월간 완전 모유 수유를 한 127명의 아이를 관찰한 연구에서는 이들이 특정 방식으로 준비된 음식 선호도가 78%, 음식 거부가 81%, 신음식 기피가 75% 더 낮았다.
부모의 압박은 오히려 역효과
하버드 의대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부모가 아이의 식사에 대해 매우 엄격하거나 강요적일 때 아이가 편식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는 일종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문제일 수 있다. 아이가 편식을 보이면 부모는 건강한 음식이나 고칼로리 음식을 먹이려 하고 반드시 다 먹게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선의의 노력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마샹 박사는 "아이를 식욕 이상으로 먹도록 강요하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 나중에 음식 혐오증 같은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21~33개월 유아를 대상으로 한 종단 연구에서는 강압적 식사가 장기적으로 편식을 증가시킨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오히려 베이스라인 편식을 통제했을 때 강압적 식사와 1년 후 편식 증가 사이에 연관성이 없었다.
성장에는 문제가 없다!
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영양 부족과 성장 장애다. 하지만 연구들은 대체로 안심할 만한 결과를 보여준다. 2~11세 아이 120명을 추적한 종단 연구에서 편식은 성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버드 연구진도 "편식아들은 보통 저체중이 아니다. 덜 편식하는 또래보다 마른 경향은 있지만 건강에 해로운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아와 미취학 아동은 하루 중 식사량이 상당히 변동하지만, 총 일일 에너지 섭취량은 상당히 일정하게 유지된다. 건강한 아이들은 다양한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제공받을 때 시간이 지나면서 에너지 균형을 유지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소아과 의사가 아이의 체중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면 부모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중국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편식아의 일일 에너지 섭취량이 연령별 권장량보다 25% 낮았고, 저체중 편식아는 식이 및 영양소 부족 위험이 있었다. 또한 편식아는 채소 섭취가 매우 부족했다(권장량 충족률 14.7%). 따라서 아이가 지속적으로 체중이 감소하거나 성장 곡선에서 벗어난다면 소아과 의사와 상담이 필요하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해결 방법
1. 반복 노출이 핵심: 3,022명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많은 보호자들이 영유아가 특정 음식을 받아들이기까지 8~15회의 노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1982년 연구에서도 2세 아이들에게 새로운 음식을 반복적으로 제공하면 선호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가 높은 과일과 채소의 경우 아주 작은 양을 여러 번 제공하면 수용도와 섭취량이 증가한다.
2. 모델링과 사회적 학습: 다른 사람들이 같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면 어린 아이들은 그 음식을 더 쉽게 받아들인다. 이런 모델링은 음식의 즐거움을 긍정적으로 강조한다. 새로운 음식을 시도한 것에 대해 칭찬하고 스티커 같은 작은 토큰 보상(단, 간식이 아닌)을 제공하는 것도 수용도를 높인다.
3. 책임 분담의 원칙: 부모는 '무엇을', '언제', '어디서' 먹을지 책임지고, 아이는 '얼마나' 먹을지 결정한다. 부모는 아이의 나이에 적합한 질감과 맛의 영양가 있는 음식을 선택하고 정해진 식사와 간식 시간을 제공하되, 아이가 얼마나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4. 보다 실용적 전략으로 처음에는 각 음식의 비교적 작은 양을 제공한다. 또한, 간식을 하루 2회로 제한한다. 간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식욕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수분 섭취는 하루 약 480ml로 제한한다. 물 제외 음료는 칼로리가 있어 포만감을 주기 때문이다. 다양한 메뉴를 순환하고 새로운 레시피를 추가하며, 창의적인 모양, 색깔, 특별한 그릇 등 으로 음식을 재미있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고정된 식사 시간을 정해 아이의 식욕을 규칙화하며, 식사 중 디지털 화면 사용을 피한다
5. 이유식 단계의 중요성: 14개월에 채소 섭취가 많았던 아이들은 3.7세에 편식 수준이 낮았다. 세계보건기구는 현재 생후 6개월부터 이유식을 시작할 것을 권장한다. 베이비 주도 이유식(baby-led weaning) 접근법이 편식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연구도 있다.
반면, 대부분의 경우 2세 식사 거부는 정상이지만, 연하곤란(삼키기 어려움), 기침이나 질식을 유발하는 부조화된 삼킴, 반복되는 폐렴, 식사 중 울음(통증), 구토 또는 설사, 피부염, 성장 부진(체중 증가 실패), 비정상적 발달 등의 증상이 있다면 소아과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이런 증상들이 있다면 단순 편식이 아닌 의학적 문제일 수 있다. 또한 아이가 지속적으로 체중을 잃거나 성장 곡선에서 크게 벗어난다면 전문가의 평가가 필요하다.
부모를 위한 조언
브리스톨 대학교 연구팀의 결론은 매우 명확하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이 행동은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며. 아마도 유치원, 또래 집단, 학교를 통해 점점 더 사회적으로 활발해지면서 더 넓은 범위의 음식에 노출되고, 독립성과 자율성이 커지기 때문일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잠을 안자는 아이와 마찬가지로 편식도 지극히 정상일 수 있다는 말이다.
마샹 박사는 부모들에게 "성장이 양호하고, 아이가 활동적이며 에너지가 있고, 자주 아프지 않는다면 충분히 먹고 있는 것"이라고 안심시킨다. 부모의 역할은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고 아이가 먹을지 말지 결정하도록 맡기는 것이다. "완벽을 추구하지 말되, 구조화된 접근을 취하라"는 것이 그녀의 조언이다.
2세 아이의 식사 거부는 부모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지만, 과학은 이것이 정상 발달의 일부이며 대부분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말한다. 인내심을 갖고 긍정적인 식사 환경을 만드는 것, 그리고 강요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아이의 성장 곡선이 정상 범위 내에 있다면 깊은 숨을 들이쉬고 이 시기도 지나갈 것임을 기억하자.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6-01-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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