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통증의 현실과 현재 치료법의 한계
국제통증연구협회(IASP)의 정의에 따르면 만성통증(Chronic Pain)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통증으로, 미국에서는 성인의 24.3%가 만성통증을, 8.5%가 고강도 만성통증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11% 높은 유병률을 보이며, 65세 이상에서는 36%까지 증가한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보면 전 세계 성인 인구의 20%가 만성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공개된 바 있다. 요통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장애의 주요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참고로 2020년 새롭게 개정된 만성통증의 정의에서는 "실제 또는 잠재적 조직 손상과 관련되거나 유사한 불쾌한 감각적, 정서적 경험"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만성통증은 주로 만성 원발성 통증(특정 기저 질환 없이 지속되는 통증)과 만성 이차성 통증(특정 질환이나 손상으로 인한 통증)으로 분류되며,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다차원적 경험이다. 따라서 Stanford-ACPA 가이드의 "4타이어" 모델처럼 의학적 치료뿐만 아니라 심리적, 신체적, 사회적 네 영역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한 복잡한 건강 문제이다.

하지만 현재의 치료법은 심각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2023년 코크란 리뷰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낸 적 있는데, 이는 176개 연구와 28,664명의 환자를 분석한 역대 최대 규모의 메타분석에서, 현재 널리 처방되는 25가지 항우울제 중 만성통증에 확실한 효과가 증명된 것은 둘록세틴 단 하나뿐이었다는 점이다. 즉, 기존 임상 관행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며,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는 결과로 해석된다.
항우울제 통증 조절의 신경과학적 메커니즘
항우울제가 만성통증에 작용하는 핵심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하행성 통증조절계의 작동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뇌간의 세로토닌성 신경핵에서 척수 후각까지 이어지는 신경경로가 통증을 억제한다. 하지만 만성통증 상태에서는 이 시스템이 역설적으로 통증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환된다.

즉, 세로토닌 경로의 이중적 역할이 핵심이다. 정상 상태에서는 5-HT1A, 5-HT1B, 5-HT1D 수용체를 통해 억제적 조절을 제공하는 반면 만성통증에서는 5-HT2A, 5-HT2B, 5-HT3 수용체를 통한 촉진성 조절이 우세해진다. 2022년 Science Advances 연구에서는 신경병리성 통증에서 척수의 KCC2 기능저하가 세로토닌성 억제를 역설적 촉진으로 전환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해당 연구는 KCC2 강화제와 SSRI를 결합했을 때 신경 손상으로 인한 통증 과민성에 대해 효과적인 진통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반면, 노르아드레날린 경로는 청반핵에서 출발하여 주로 α2-아드레날린 수용체를 통해 억제적 통증조절을 제공한다. 삼환계 항우울제와 SNRI는 척수 후각에서 노르아드레날린 가용성을 증대시켜 이 경로를 강화한다. 최근 주목받는 것은 도파민 경로다. 복측 피개영역이 통증-우울증 상호작용의 핵심 허브로 확인되었으며, 만성통증은 중뇌변연계 도파민 시스템의 활성저하를 유발한다. 부프로피온과 같이 도파민 재흡수에 영향을 주는 항우울제는 동기 회로를 복원하는 잠재력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근거 기반 약물 선택과 비약물적 치료의 우위
사실 약물들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명확하다. 둘록세틴만이 만성통증에 대한 확실한 효과를 입증했기 때문인데, 구체적 효과 지표를 살펴보면, 치료필요수는 상태별로 5-8이며, 50% 통증 감소에서 위약 대비 위험비 1.57-1.65를 보인다. 표준용량 60mg은 고용량 120mg과 동등한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더 나은 내약성을 제공한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에서 NNT 5-6으로 12주 내 50% 통증 감소를 달성하며, 섬유근통에서는 NNT 8의 효과를 보인다.

반면 아미트리프틸린의 한계는 뚜렷하게 보이는데, 2015년 코크란 리뷰에서는 현재 기준에 부합하는 고품질 근거를 찾을 수 없었으며, 2023년 코크란 리뷰는 만성통증에 대한 항우울제의 장기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과학적 근거는 비약물적 치료법의 우선적 사용을 강력히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운동 치료의 효과는 2021년 코크란 리뷰에서 중등도 확실성의 근거로 입증되었으며, 2022년 네트워크 메타분석에서는 필라테스가 가장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음을 보였다. 인지행동치료 역시 만성 요통에서 장애 개선에 SMD -0.44, 특히 공포 회피에서 SMD -1.24의 현저한 개선을 나타내고 있다.
국제 가이드라인의 패러다임 전환과 정밀의학의 도래
국제 치료 가이드라인도 과학적 근거를 반영하여 근본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2023년 12월 WHO는 성인 만성 원발성 요통에 대한 첫 번째 공식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핵심 권고사항으로 교육 프로그램, 운동 프로그램, 척추 도수치료 및 마사지, 인지행동치료가 포함되며, 오피오이드 진통제는 과량복용과 의존 위험으로 인해 권고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IASP는 2020년 통증 정의를 개정하여 "실제 또는 잠재적 조직 손상과 관련되거나 유사한 불쾌한 감각적, 정서적 경험"으로 재정의했다. 2024년 Stanford-ACPA 자원 가이드는 만성통증 관리에서 "4타이어" 모델을 제시한다. 이 모델은 만성통증을 가진 사람을 네 개의 타이어가 모두 펑크 난 자동차에 비유하며, 의학적 치료는 단지 하나의 타이어에만 공기를 넣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나머지 세 개의 타이어(심리적, 신체적, 사회적 영역)도 채워져야 완전한 회복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반면, AI 기반 치료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JAMA Internal Medicine 연구에 따르면, AI 보조 인지행동치료(AI-CBT-CP)는 표준 전화 기반 인지행동치료와 비교했을 때 비열등한, 그리고 가능한 더 나은 결과를 나타내면서도 치료사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시켰다. 해당 연구는 278명의 만성 요통 환자를 대상으로 10주간 진행되었으며, AI-CBT-CP 그룹은 일일 IVR 통화를 통한 환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AI 엔진이 주간 치료사 상호작용 방식을 자동으로 조정했다.
생체지표 개발과 약물유전학의 실용화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 ADOPT-PGx(A Depression and Opioid Pragmatic Trial in Pharmacogenetics) 연구는 만성통증 관리에서 CYP2D6 검사의 효과를 평가하는 다기관, 실용적,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이다. 이 연구는 CYP2D6에 영향을 받는 오피오이드(트라마돌, 코데인, 하이드로코돈)로 치료받는 만성통증 환자 1,048명을 등록했다. 한편 PGx-ACT(Pharmacogenomics Applied to Chronic Pain Treatment in Primary Care) 시험은 253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개방 라벨, 전향적, 주로 가상의 2형 하이브리드 효과 시험으로, 약물유전학적 결과와 권고사항을 제공받은 그룹과 표준 치료를 받은 그룹을 비교했다.

약물유전학의 실용화도 중요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ADOPT-PGx(A Depression and Opioid Pragmatic Trial in Pharmacogenetics) 연구는 만성통증 관리에서 CYP2D6 검사의 효과를 평가하는 다기관, 실용적,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으로, CYP2D6에 영향을 받는 오피오이드(트라마돌, 코데인, 하이드로코돈)로 치료받는 만성통증 환자 1,048명을 등록한 바 있다. 또한, PGx-ACT(Pharmacogenomics Applied to Chronic Pain Treatment in Primary Care) 시험은 253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약물유전학적 결과와 권고사항 제공 그룹과 표준 치료 그룹을 비교한 연구로, 만성통증 치료에서 개별 맞춤형 약물 선택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환자의 유전적 특성에 기반한 정밀 의학적 접근이 만성통증 치료 효과를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앞선 설명과 같이 현재의 과학적 근거는 만성통증 치료에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첫째, 약물 치료에서는 근거가 확실한 둘록세틴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근거가 부족한 다른 항우울제의 무분별한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 둘째, 비약물적 치료법이 1차 치료로써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AI와 정밀의학 기술을 활용한 개별 맞춤형 치료 전략이 미래의 방향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환은 현재의 오피오이드 위기를 해결하면서도 더 효과적이고 안전하며 환자 중심적인 만성통증 관리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다. 의료계는 경험적 접근에서 근거 기반 및 맞춤형 접근으로의 변화에 대비해야 하며, 이는 진정한 개인 맞춤형 통증 관리 전략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5-09-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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