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요한 과제나 시험을 앞두고 밤을 새워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여파로 며칠간 피로가 지속되는 것을 느껴봤을 것이다. 야간 당직을 서거나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부족한 잠을 다음날 몰아서 자더라도 개운하지 않고 피곤함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수면 부족 때문이 아니라 우리 몸의 생체 리듬이 깨졌기 때문이다.
생체 리듬(circadian rhythm)이란 24시간씩 반복되는 생물학적 주기를 말한다. 우리 몸은 일정한 시간에 잠이 오고 일정한 시간에 배가 고프며 체온과 호르몬 분비도 하루 주기로 변한다. 이는 오랜 기간에 걸쳐 진화한 결과로 햇빛이 있는 낮에 활동하고 어두운 밤에는 휴식하는 생활 패턴에 적응해 온 것이다. 이러한 리듬이 깨지면 체내 장기와 세포의 기능 조절에 혼란이 생기며 그 결과 피로, 집중력 저하, 대사 이상 등과 같은 징후가 나타나게 된다.
우리 몸의 리듬을 읽는 시간생물학
생체 리듬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가 바로 시간생물학(chronobiology)이다. 시간생물학은 생물체에 내재된 주기적인 생체 시계의 기능과 원리를 연구하고 호르몬 분비, 대사 작용, 면역 반응, 수면과 같은 생리적 기능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한다. 생체 리듬은 시간생물학의 가장 핵심적인 연구 대상이다. 생체 리듬에 맞춰 약물 투약 시점을 조절하여 치료 효과를 높이려는 크로노테라피(chronotherapy) 분야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시간생물학의 원리를 바탕으로 식사 시간이나 운동 시간에 따라 건강 상태와 운동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들이 주목받고 있다. 예컨대 24시간 교대 근무자(소방관)를 대상으로 식사 시간을 10시간으로 제한하였을 때 (14시간 금식 유지), 혈중 지질 단백질의 크기가 감소하고 심혈관 대사가 있던 참가자들의 경우 혈압이 개선되는 등 다양한 지표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보인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Manoogian, et al., 2022). 이러한 연구들은 식사 시간의 제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하게 보여주었지만 왜 그러한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설명하는 분자적 메커니즘은 규명하지 못했다.
언제 먹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운동 효과
이러한 배경 속에서 식사 시간이 운동 능력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밝히고 그 과정에서 지방 조직의 역할을 분자적 수준에서 규명한 연구 결과가 최근 셀 메타볼리즘 저널에 발표되었다.
연구를 진행한 중국 육군 의과대학교의 민디안 리, 즈후이 장 교수 연구팀은 마우스에게 밤 시간에만 먹이를 제공하는 주간 제한 식이(Day-Restricted Feeding, DRF)와 낮 시간에만 먹이를 제공하는 야간 제한 식이(Night-Restricted Feeding, NRF) 조건을 설정한 후, 각 그룹에서의 운동 지구력을 관찰하였다. 그 결과 주간 제한 식이를 받은 마우스의 경우 야간 제한 식이 그룹보다 운동 지구력이 높게 측정되었다. 마우스는 밤에 주로 활동하고 낮에는 쉬는 생체 리듬을 가진 야행성 동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자연스러운 결과이기도 하다. 즉 주 활동 시간대인 밤에 식사를 하는 것이 생체 시계에 맞춘 식사 리듬이며 그 결과 운동 수행 능력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이 결과의 원인은 지방 조직에서 발생하는 생체 리듬과 신호전달 경로의 변화 때문임이 밝혀졌다. 특히 AMPKα2라는 단백질이 핵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MPKα2는 세포의 에너지 상태를 감지하여 대사 경로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효소로써 운동 중 에너지 소비가 많아질 때 활성화되고 지방 분해를 촉진한다.
연구팀은 AMPKα2의 역할을 검증하기 위해 지방세포에서 해당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제거한 마우스를 제작하고 주간 제한 식이를 적용하였다. 그 결과 일반 마우스에서는 주간 제한 식이 이후 운동 지구력이 예상대로 향상된 반면 AMPKα2가 제거된 마우스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이 마우스들은 운동 시 젖산(lactate) 및 숙신산(succinate)과 같은 대사물질의 혈중 농도 리듬이 정상범위에서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과 근육, 대사 리듬으로 소통하다
지방세포의 AMPKα2는 근육 조직의 에너지 대사와 생체 시계 주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AMPKα2가 지방세포에서 결핍된 마우스에서는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PGC-1α와 생체 시계 유전자인 Bmal1의 발현 주기가 흐트러졌다. 이는 지방세포의 기능이 근육 조직의 분자 생리학적 조절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으로, 식사 리듬에 따라 변화하는 대사 조절 경로를 조직 간 수준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한 중요한 발견이다.

이번 연구는 식사 시간이라는 단순한 행위가 지방세포의 생체 시계와 AMPKα2 신호전달 경로를 통해 운동 수행 능력까지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사례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번 연구 결과는 마우스를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 사람에게도 동일한 결과가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AMPKα2 신호 외에도 지방과 근육 사이의 다양한 대사 및 호르몬 경로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신호전달 네트워크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정회빈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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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7-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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