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적인 생리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 몸의 세포는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는 영양분을 흡수하여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작업은 '세포 속 발전소'라 불리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이루어지는데,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소모하면서 영양분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일을 담당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 ROS)라고 불리는 불안정한 물질도 함께 만들어진다. 활성산소는 주변 물질과 쉽게 반응하여 세포에 손상을 줄 수 있어 종종 해로운 물질로 인식된다. 마치 도시의 전기를 생산하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유용한 전기와 함께 핵 폐기물이 나오는 것처럼 미토콘드리아도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부산물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활성산소는 미토콘드리아뿐 아니라 퍼옥시좀이나 다양한 효소 반응 과정에서도 생성되지만, 미토콘드리아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는 특별히 미토콘드리아 활성산소(mitochondrial ROS, mROS)라고 불린다.
활성산소, 독이 되기도 약이 되기도
활성산소가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적당량의 활성산소는 우리 몸의 정상적인 생리 작용과 세포 간의 신호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운동 중에는 근육세포에서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야 하므로 활성산소도 더 많이 생성된다. 이때 발생한 활성산소는 단순한 노폐물이 아니라 세포에 일종의 자극이 되어 운동 후 회복하는 과정에서 근육이 더 단단해지고 체력도 향상되도록 돕는다. 또한 우리 몸은 글루타치온, 카탈라아제, 과산화물 분해효소와 같은 다양한 항산화 물질들을 통해 활성산소를 중화시키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어서 적절한 수준의 활성산소는 몸의 기능 유지에 기여한다.

문제는 활성산소가 지나치게 많이 생성되는 경우이다. 특히 비만처럼 몸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긴 상태에서는 세포에서 활성산소가 지속적으로 과다하게 축적되어 인슐린 저항성, 2형 당뇨병, 지방간과 같은 대사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산화제를 투여해 활성산소를 줄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약물은 몸 전체에 작용하는 방식이라 임상 시험에서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 만약 활성산소가 많이 만들어지는 미토콘드리아 안의 특정 지점을 정확히 찾아내어 선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면 보다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치료 전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활성산소가 발생되는 정확한 위치를 발견하다
하버드 T.H. 챈 공중보건대학원의 괴간 호타므슐리길 박사 연구팀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단서를 제시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지난 5월 '네이처'에 발표하였다.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 내부에서 활성산소가 만들어질 수 있는 지점을 11개로 구분하고, 각 지점에서 생성되는 활성산소의 양을 정밀하게 측정하였다.
그 결과 비만이 진행된 마우스에서는 전체적으로 활성산소가 증가할 뿐 아니라, 특히 ⅠQ라는 특정 지점에서 활성산소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생성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ⅠQ는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단백질 복합체 중 하나인 ComplexⅠ에서 코엔자임Q(coenzymeQ, CoQ)라는 분자가 결합하는 지점이다.

그렇다면 왜 ⅠQ에서 특이적으로 많은 활성산소가 생성되는 것일까? 연구팀은 그 원인을 코엔자임Q에서 찾았다.
미토콘드리아는 전자를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시키면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데, 이 전자의 이동 경로를 전자전달계(electron transport chain, ETC)라고 부른다. 전자전달계는 전자가 ComplexⅠ에서 코엔자임Q에 전달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전자를 받은 코엔자임Q는 환원된 형태인 코엔자임QH2(CoQH2)로 변환되는데, 이 코엔자임QH2가 다음 단계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축적되거나 전자를 받아 줄 코엔자임Q 자체가 부족하면 전자가 원래 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이런 현상을 역전자전달(reverse electron transport, RET)이라고 부르며 이 때 특히 많은 양의 활성산소가 발생하는 것이다.

역전자전달에 의해 과도한 미토콘드리아 활성산소가 생성되는 것은 세포 수준에서 이미 보고된 바 있었다. 호타므슐리길 박사 연구팀은 실제 동물 모델에서도 같은 메커니즘이 작동함을 최초로 확인하였다. 정상 체중의 마우스에게 인위적으로 역전자전달이 일어나도록 유도한 결과, 마치 비만 마우스처럼 인슐린 저항성이 나타나는 것을 관찰했다.
반대로 코엔자임QH2가 적게 만들어지도록 유전적으로 조작하거나 역전자전달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방해하면 비만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인슐린 저항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단순히 비만 여부보다는 미토콘드리아 내 역전자전달로 인한 활성산소 발생이 대사 질환의 핵심 원인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환자 코호트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비만으로 인해 간 질환이 진행된 정도와 코엔자임Q의 수치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음도 함께 확인되었다.

항산화 정밀 표적 치료의 가능성
코엔자임Q를 직접 약물 형태로 투여한 경우에도 인슐린 저항성이 완화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지금까지처럼 전체 활성산소를 무차별적으로 억제하려는 방식이 아니라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발생하는 미토콘드리아 반응을 정확하게 겨냥하는 방식이 더 정밀하고 효과적인 접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레나타 곤살비스는 "코엔자임Q를 기반으로 한 치료 전략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를 우리 몸의 특정 조직에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형태의 약물 제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이러한 정밀 치료기술이 상용화된다면 활성산소와 관련된 다양한 대사 질환 치료에 혁신적인 돌파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정회빈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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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6-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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