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으면 삶이 더 의미 있어진다. 하지만 더 만족스럽지는 않다?
작가 엘리자베스 스톤은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큰 결심이다. 내 마음 한 조각이 평생 내 몸을 떠나 세상을 걸어 다니게 하는 것이니까 (부모가 되면 아이가 어디에 있든, 무얼 하든 항상 걱정되고 마음이 아이에게 가 있다는 뜻; 아이가 곧 부모의 심장이 되어버린다는 의미)"라는 말을 남긴 적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의미 있으면서도 동시에 걱정스럽고 지치는 일이다. 사실 많은 초보 부모들은 아이가 태어나고 너무 행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첫 1년간의 기억이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고도 말한다. 이 정도로 힘든 것이 육아이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발표된 연구가 이런 부모들의 복잡한 심정을 과학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이다. 독일 쾰른대학교의 사회학자 마리타 야코프와 안스가르 후데 교수가 '결혼과 가족 저널(Journal of Marriage and Family)'에 발표한 연구는 부모들이 겪는 이런 딜레마를 명확히 보여준다. 부모들은 자녀가 없는 사람들보다 삶의 의미를 더 크게 느끼지만, 삶에 대한 만족도는 오히려 더 낮다는 것이다. 특히 엄마들의 만족도가 아빠들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30개국 4만 3000명 이상이 참여한 유럽 사회조사(European Social Survey)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국적이나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엄마와 아빠 모두 자신의 삶이 더 깊은 의미를 갖는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삶의 만족도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였다. 부모들의 만족도는 자녀가 없는 사람들보다 낮았다. 이는 개인의 생활 상황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의 가족 정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특히 성별 차이가 뚜렷했는데 엄마들의 삶의 만족도가 아빠들보다 현저히 낮았다는 점이 매우 충격적이다.
스칸디나비아의 성공 모델 vs 동유럽의 현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런 현상이 국가마다 큰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없는 사람들 사이의 만족도 차이가 거의 없었던 반면, 중부 및 동유럽 국가들에서는 그 차이가 매우 컸다. 연구진에 따르면 한부모 가정이거나 나이가 어리거나 교육 수준이 낮은 경우 등의 "어려운 상황"에 처한 부모들일수록 만족도가 낮은 결과를 보였다.

언뜻 당연해 보이지만 야코프 교수는 이것이 불가피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는 사회 집단 간의 차이가 훨씬 적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육아 지원, 부모를 위한 재정 지원, 육아휴직 등 가족 정책이 매우 잘 작동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책들이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쳐서 아이들을 단순히 부모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책임으로 보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같다고 진단한다.
사실 이런 사고방식은 스칸디나비아의 기업 문화에도 반영되어 있다. 부모들이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중요한 회의도 가족생활의 리듬에 맞춰 조정되는 것이 매우 일반적이다.
성 평등이 높을수록 부모 만족도도 높아진다 -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육아'라는 프로젝트
독일에서는 어린 자녀를 둔 여성의 70%가 시간제로 일하고 있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녀를 둔 남성 중 시간제 근무를 하고 있는 남성은 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도 대부분 엄마들이 사용한다. 이처럼 가족생활은 여전히 주로 여성들이 담당하고 있다.

핀란드 부모들이 독일 부모들보다 삶에 대해 더 만족스러워하는 또 다른 이유는 성 평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동일 임금 정책과 그로 인한 성별 임금 격차 축소로 여성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이것이 파트너십과 가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된다.
야코프 교수는 "우리는 항상 유치원에서 여러 아이들을 함께 데려오곤 했다"고 자신의 아이들이 어렸을 때 다른 부모들과 협력했던 경험을 전한다. 야코프 교수는 이처럼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30분의 여유가 있고 없고가 그날 하루가 극도로 힘들게 끝날지 아닐지를 좌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서로 돕고 또 필요할 때 주변의 도움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아이의 육아와 양육은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연구 결과가 한국 사회에 주는 시사점
해당 연구 결과는 한국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곤두박질치던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올해 들어서야 반등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저출산 문제로 고민이 깊고, 육아에 대한 부담이 개별 가정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여성들의 경력 단절 문제와 육아 부담 집중 역시 연구에서 지적한 문제들과 매우 유사하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아이들이 중요한 존재라는 점이다. 야코프 교수가 강조하듯이 아이들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아이들은 사회에 활력과 새로운 아이디어, 혁신을 가져다준다. 또 요즘 같은 고령화 사회에서는 미래 세대인 아이들의 존재가 특히나 중요하다.
사회학자인 야코프 교수는 아이들에 대한 책임의 대부분이 정책 입안자들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육아 시설 등 환경이 불안정하거나 학교에 문제가 있을 때, 아이들이 부모만의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되며 아이를 돌보고 양육하는 일이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는 의미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육아 정책들이 눈에 띄게 좋아지며 출산율이 반등한 것도 이에 대한 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
스칸디나비아 모델이 보여주는 것처럼 육아를 개별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하다. 실질적인 육아 지원 정책, 직장 문화의 변화, 성 평등 정책 등이 종합적으로 개선될 때 비로소 부모들의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아이를 키우는 일이 의미 있으면서도 만족스러운 경험이 되려면 부모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 전체가 아이들을 우리 모두의 미래로 인식하고, 부모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육아가 좀 더 안심되고 즐거운 여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김민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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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7-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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