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까(태명)가 태어난 지 4개월쯤 됐을 때일까? 신생아 딱지를 떼는 100일이 지나고, 미역국으로부터 드디어 해방되던 때였다. 모유 수유 중 참지 못하고 먹은 떡볶이 단 3조각으로 인해 아이가 그만 탈이 나고 말았다. 설사 증상을 보이며 괴로워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수유하는 동안은 주의 또 주의하겠다 거듭 다짐했다.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는 데도 100일밖에 안 걸렸는데, 100일 넘게 커피도 못 마시고 매운 음식도 못 먹어 잔뜩 뿔이 난 어느 날이었다. 지금처럼 5월에 찾아온 때 이른 더위에 에어컨을 켰고, 결국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무심코 먹은 약이 수유를 통해 아이에게 전달될까 두려워 약도 못 먹고 꾸역꾸역 버텨냈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섭취한 약물이 모유 수유에 의해 아이에게 노출되는 양은 1~2% 정도. 이를 고려해 의료진은 적정량의 용량을 처방한다. 그럼에도 산모들이 맘 편히 약물을 복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약물 섭취 후 수유 타이밍, 스마트 수유패드로 확인
모유는 아기에게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자, 미성숙한 면역 체계를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모유의 안정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은 지금까지 없었다. 모유 샘플을 수거해 검사하는 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결과를 받기까지 며칠 이상이 걸린다는 한계가 있다. 즉, ‘지금 아이에게 모유를 먹여도 될까?’란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을 순 없었다.
수유 중인 산모들에게 희소식이 생겼다. 지난 7일 국제학술지 ‘디바이스(Device)’에는 약물을 복용한 산모의 모유가 아이가 섭취하기에 적정한 상태인지를 실시간으로 검사하는 ‘스마트 수유패드’ 개발 소식이 실렸다.
마랄 무사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이 연구는 우리 연구팀 내 한 대학원생이 출산 후 통증 관리용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을 처방받은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며 “수유와 약물 복용을 둘러싼 부모의 중요한 결정에 있어서 일반화된 약물 안전 정보 대신, 실시간으로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출산 후 산모들이 새어 나오는 모유를 흡수하기 위해 착용하는 일반 수유패드에 전극과 미세 채널을 삽입해 이 장치를 개발했다. 우선, 연구진은 산모에게도 처방되는 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이 안전한 수준으로 모유에 함유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설계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권장 복용량을 섭취했을 때 안전하지만 아이에게 과다 노출될 경우 급성 간부전의 주요 원인이 된다.
일상생활 중 스마트 수유패드를 착용하는 것만으로 산모들은 별도의 노력 없이 모유 속 아세트아미노펜 농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약물 복용 후 안전한 수유 시점을 알려주기 때문에 모유 내 약물 농도가 높을 때는 유축 후 버리는 ‘펌프 앤 덤프’ 전략을 활용하면 된다.
출산 후 영양 관리를 위한 기술도 개발 중
연구진은 진통제 외에도 수유 중인 산모가 종종 항생제나 항진균제를 처방받는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산모에게는 일반적으로 수유 중 복용이 안전하다고 알려진 약물이 처방되지만 반드시 아이에게 무해하다고는 하긴 어렵다.
연구진이 개발한 스마트 수유패드는 간단한 조정을 거치면 아세트아미노펜 외 다른 약물이나 생체지표도 감지할 수 있다. 실제로 연구진은 최근 모유 내 포도당 수치를 감지하는 센서를 내장한 또 다른 수유패드를 개발해 공개했다. 이는 산모의 영양 관리와 임신성 당뇨 등 질환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지금 기술은 새는 모유에서 안정성을 측정하기 때문에 모유량이 적은 경우엔 활용이 어렵다. 이에 연구진은 부모가 편리하고 쉽게 모유의 상태를 검사하는 방법을 제공하고자, 유축한 모유 내 약물 함유량을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장치를 개발 중이다.
무사비 교수는 “모유에서 직접 생화학 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 최초의 웨어러블 도구이자, 실시간 감지 기술이 내장된 최초의 수유패드”라며 “이 기술은 수유 중인 산모가 직접 모유의 상태를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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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5-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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