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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민재 리포터
2025-04-30

추상화 앞에서 당신의 뇌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추상미술을 보는 뇌, 개인마다 다른 반응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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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화 앞에서 당신의 뇌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 미술 감상과 뇌의 작동 방식

잭슨 폴록이나 바실리 칸딘스키의 추상화를 볼 때마다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감상평을 내놓는다. 어떤 이는 혼돈 속의 질서를 보고, 또 다른 이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혹은 어떤 이는 그저 흩뿌려진 물감일 뿐이라고 말한다. 

왜 우리는 같은 그림을 보고도 이토록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것일까? 최근 신경과학 연구들이 추상화를 감상할 때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연구해 이 오랜 의문에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예술 작품을 볼 때, 시각 정보는 눈에서 뇌의 시각 피질로 전달된다. 이곳에서 시각 정보가 먼저 처리된 다음, 그 정보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뇌의 '상위 단계'로 전송된다. ©Getty Images

우리가 예술 작품을 볼 때, 시각 정보는 눈에서 뇌의 시각 피질로 전달된다. 이곳에서 시각 정보가 먼저 처리된 다음, 그 정보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뇌의 '상위 단계'로 전송된다. ©Getty Images

우리가 예술 작품을 볼 때, 시각 정보는 눈에서 뇌의 시각 피질로 전달된다. 이곳에서 시각 정보가 먼저 처리된 다음, 그 정보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뇌의 '상위 단계'로 전송된다.

여러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시각 피질에서의 기본적인 처리 과정은 유사할 수 있지만, 그 해석과 감정적 반응은 개인마다 크게 다를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로 알려진 뇌 영역이다. DMN은 2001년 마커스 레이클과 그의 동료들에 의해 처음 확인되었다. 이 네트워크는 상상력, 기억 회상과 연관성을 가지며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자신과 연관 지어 해석하는 자기 참조적 사고와도 관련이 있다.

2014년 뉴욕대학교의 에드워드 베셀과 그의 동료들은 Frontiers in Neuroscience에 발표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이 미적으로 매력적인 예술품을 볼 때 DMN이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현상은 특히 추상화와 같이 해석의 여지가 많은 작품을 볼 때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적 정보의 초기 처리는 유사할 수 있지만, 그 정보가 개인의 기억, 경험, 감정과 연결되는 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Getty Images

시각적 정보의 초기 처리는 유사할 수 있지만, 그 정보가 개인의 기억, 경험, 감정과 연결되는 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Getty Images

이러한 연구 결과는 예술 감상에서 개인차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한 신경과학적 설명을 제공한다. 시각적 정보의 초기 처리는 유사할 수 있지만, 그 정보가 개인의 기억, 경험, 감정과 연결되는 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감상자의 몫(Beholder's Share)' 개념

미술사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에른스트 곰브리치가 제안한 '감상자의 몫' 개념은 예술 감상에서 개인 차가 나타나는 원인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이 개념에 따르면 예술 작품은 감상자에 의해 완성된다. 즉, 모든 개인적 기억, 감정, 경험이 예술 작품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2012년 뉴욕대학교의 연구자들이 Human Brain Mapping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이 추상화를 볼 때 개인의 주관적 선호도에 따라 뇌의 보상 회로가 다르게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예술 감상이 단순한 시각적 프로세스가 아니라 개인의 주관적 경험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미술 감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

미술 감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다. 2006년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학의 앤젤라 게로드(Angela Gerrard)와 그의 동료들은 미술관 방문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으며, 미술 감상 후 일부 참가자들의 코르티솔 수치가 감소하는 경향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소규모로 진행되었고, 모든 참가자에게 일관된 결과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예술 치료는 정신 건강 분야에서 인정받는 보조적 치료법으로, 다양한 심리적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Getty Images

예술 치료는 정신 건강 분야에서 인정받는 보조적 치료법으로, 다양한 심리적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Getty Images

예술 치료(Art Therapy)는 정신 건강 분야에서 인정받는 보조적 치료법으로 다양한 심리적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 예술치료협회(American Art Therapy Association)에 따르면, 예술 활동은 자기표현을 촉진하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추상미술 감상이 구체적으로 PTSD나 우울증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은 더 많은 연구로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바실리 칸딘스키와 색상-소리 체계

바실리 칸딘스키는 실제로 색상과 소리의 관계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을 발전시켰다. 그의 저서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관하여"(1911)에서 그는 색상이 특정 감정과 소리를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칸딘스키에게 검은색은 침묵과 종결을 상징했으며, 이는 그의 작품 해석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칸딘스키는 공감각을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공감각이란 인간의 오감 중 하나의 자극이 다른 감각 경험을 유발하는 신경학적 현상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예술가처럼 창의성이 높은 사람들은 공감각을 더 자주 경험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미술과 신경과학의 교차점

2004년 세묀 제키(Semir Zeki)가 주창한 '신경미학(Neuroaesthetics)'이라는 분야는 예술 경험에 대한 신경학적 기반을 연구한다. 이 분야는 우리가 특정 이미지나 작품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유와 예술이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탐구한다.

2019년 Science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예술 교육이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능력과 공감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증거가 제시되었다. 이는 미술 감상과 교육이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인지 발달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추상미술 감상은 단순한 시각적 경험이 아니라 개인의 기억, 경험, 감정이 복잡하게 얽힌 과정이다. ©Getty Images

추상 미술 감상은 단순한 시각적 경험이 아니라 개인의 기억, 경험, 감정이 복잡하게 얽힌 과정이다. ©Getty Images

추상 미술 감상은 단순한 시각적 경험이 아니라 개인의 기억, 경험, 감정이 복잡하게 얽힌 과정이다. 신경과학 연구는 우리가 예술을 어떻게 경험하고 해석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지만 아직 많은 부분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미술관에서 추상화를 마주할 때, 그것이 단순한 물감의 흔적이 아닌 당신의 뇌가 고유한 의미를 찾아 나서는 여행의 출발점임을 떠올리는 것은 뜻깊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옆 사람이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내놓더라도 놀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들의 뇌는 당신과는 다른 신경 연결, 기억, 경험을 바탕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5-04-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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