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바이러스 'HKU5-CoV-2'
최근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연구진이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발표해 전 세계 보건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연구로 유명한 시전리(Shi Zhengli)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에 의해 발견된 바이러스는 2019년 말 전 세계적 대유행을 일으켰던 코로나19와 유사한 방식으로 인체 세포에 침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셀(Cell)에 게재된 해당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바이러스는 'HKU5-CoV-2'로 명명되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연구진이 실험실 연구를 통해 HKU5-CoV-2가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와 동일한 세포 표면 단백질인 ACE2를 통해 인체 세포에 침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 바이러스는 퓨린 분열 부위(furin cleavage site)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ACE2 수용체가 많은 인체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 바이러스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과 같은 계통의 코로나바이러스 군에 속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MERS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2015년 한국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사태에서 186명의 감염자와 38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바 있다. MERS의 치명률은 약 34%로, 감염자 3명 중 1명이 사망하는 매우 위험한 질병이다.
참고로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과 동물에게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군으로,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적으로 큰 위협이 되어오고 있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 질환들은 대부분 박쥐와 같은 야생동물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쥐는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어 이들이 인간에게 전파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연구진들은 박쥐 유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다.
동물 간 전파 위험성 확인
HKU5-CoV-2는 원래 밍크와 천산갑에서 주로 발견되는 메르베코바이러스(merbecovirus) 병원체군에 속한다. 이번에 박쥐에서도 발견됐다는 사실은 이 바이러스가 여러 종(種) 사이를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이 바이러스가 직접 전염이나 중간 숙주를 통해 인간에게 전파될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실험실 연구에서 HKU5-CoV-2는 인간의 호흡기 및 장 세포에서 복제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이론적으로 인간 감염의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실제 전파력과 병원성은 SARS-CoV-2에 비해 낮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HKU5-CoV-2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비해 인체 ACE2와의 결합력이 현저히 낮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해서 인간 집단에서의 출현 위험성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
반면 미네소타 대학의 감염병 전문가 마이클 오스터홀름 박사는 2019년과 비교할 때 현재 인구는 유사한 SARS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많이 형성되어 있기에 이번 발견이 과대평가되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HKU5-CoV-2에 대한 면역 반응을 상세히 연구했는데,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COVID-19 회복자들의 항체가 이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의 교차 면역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나 백신 접종이 HKU5-CoV-2에 대해서도 부분적인 보호 효과를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연구진은 HKU5-CoV-2를 표적으로 하는 특이적인 단클론 항체를 개발하는데 성공했으며 항바이러스 약물 역시 확인했다. 이 항체들은 실험실 조건에서 바이러스의 증식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는 향후 이 바이러스가 실제로 인간 사회에 전파될 경우를 대비한 중요한 선제적 조치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현재 이 바이러스에 대한 여러 항바이러스 약물들의 효과를 시험 중이다.
신종 감염병 감시체계의 중요성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이 신종 감염병 감시체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야생동물 유래 바이러스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구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이러한 선제적 연구가 미래의 대유행을 예방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각국 보건당국은 역시 HKU5-CoV-2의 발견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인간 감염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으나, 예방적 차원의 감시체계 강화와 연구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HKU5-CoV-2의 발견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많은 동물 유래 바이러스들이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지속적인 감시와 연구, 그리고 국제적 협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중국에서는 최근 인간 메타뉴모바이러스(HMPV) 감염이 증가하면서 일부 병원이 환자들로 붐비는 상황이 발생했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에는 야간에도 소아과 진료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서 있는 부모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이러한 상황은 5년 전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의 모습을 연상시키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 김민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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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2-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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