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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21-01-18

원인불명의 과민성대장증후군 원인 찾았다 마스트 세포 활성화 따라 히스타민 분비돼 복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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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10명 중 한두 명은 어떤 특정 음식을 먹었을 때 장에 특별한 기질적 이상이 없는데도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 혹은 배변 장애를 호소한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이 같은 ‘과민성대장증후군(IBS, irritable bowel syndrome)’은 지금까지 특별한 원인을 모른 채, 정서적 긴장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장관의 운동이나 분비 등에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상태로 여겨져 왔다.

최근 벨기에 루뱅 가톨릭대(KU Leuven) 연구팀이 이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원인을 설명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발견해 과학 저널 ‘네이처’ 13일 자에 발표했다.

실험 쥐와 인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연구는 과민성대장증후군과 기타 음식 과민증을 더욱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많게는 전 세계인 약 20%가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고 있으나, 그 원인은 지금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었다. © Polina Zimmerman

“정신적 측면 아닌 실제 질병”

많게는 전 세계 인구의 20%가 경험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통상 식사 후 복통이나 심한 불편감을 일으켜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글루텐이 함유되지 않은 식단 등은 증상을 다소 완화시키지만, 환자가 문제의 식품에 알레르기가 없고 소장에 생기는 셀리악병 같은 알레르기 질환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생기는 원인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논문 저자이자 루뱅 가톨릭대 위장병학자인 기 뵉스스탄스(Guy Boeckxstaens) 교수는 “의사들은 이런 환자들을 흔히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이 같은 알레르기 반응 결여를 모두 마음의 문제이고 장 생리에는 이상이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며, “이번의 새로운 통찰을 통해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실제 질병이라는 추가 증거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마스트 세포 활성화로 히스타민 분비돼 복통 증가

뵉스스탄스 교수팀은 실험과 임상 연구를 통해 특정 음식이 히스타민(histamine)을 분비하는 마스트 세포(mast cells, 척추동물 결합조직 혈관 주위에 널리 분포하는 비만세포)들을 활성화시켜 그에 따라 통증과 불편함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히스타민은 외부 자극에 대해 인체가 빠른 방어를 하기 위해 분비하는 유기물질의 하나다.

뵉스스탄스 교수팀은 이전 연구에서 중요한 면역체계 구성요소인 히스타민을 차단하면 IBS 환자의 상태가 개선된다는 사실을 보여준 바 있다.

복통이 수반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을 3D로 표현한 애니메이션. © WikiCommons/ http://www.scientificanimations.com

건강한 장에서는 면역체계가 음식에 반응하지 않는다. 따라서 연구팀은 먼저 이 내성을 무너뜨리는 원인을 찾아보았다. IBS를 가진 사람들은 종종 식중독과 같은 위장관 감염 뒤에 증상이 시작됐다고 보고하기 때문에, 연구팀은 특정 음식이 장에 존재하는 동안 감염이 면역 시스템으로 하여금 그 음식에 대해 민감성을 나타내게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연구팀은 실험 쥐에게 위장 박테리아를 감염시키는 동시에 달걀 흰자에 있는 오브알부민(ovalbumin)이라는 단백질을 먹였다. 오브알부민은 흔히 실험에서 모델 식품 항원으로 쓰이며, 이런 항원 분자들은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감염이 제거된 뒤에 실험 쥐에게 다시 오브알부민을 투여해 면역체계가 이 항원에 민감해졌는지를 확인했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오브알부민은 마스트 세포를 활성화시켜 히스타민이 분비되고, 복통 증가와 함께 소화가 잘 안되는 소화 불내성(digestive intolerance)을 유발했다.

이 같은 현상은 위장 박테리아에 감염되지 않은 채 오브알부민을 투여받은 쥐에게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식품 관련 면역체계 스펙트럼

연구팀은 오브알부민 섭취와 마스트 세포 활성화를 연결 짓는 일련의 면역반응 고리를 풀어낼 수 있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면역반응이 파괴적인 박테리아에 감염된 장의 일부에서만 발생했다는 점이다. 면역반응은 더 이상의 일반적인 식품 알레르기 증상을 생성하지는 않았다.

과학 저널 ‘네이처’ 13일 자에 발표된 논문. © Springer Nature / Nature

뵉스스탄스 교수는 이런 결과들이 식품 관련 면역 질환 스펙트럼을 가리킨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는 “스펙트럼의 한쪽 끝에서는 식품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이 IBS처럼 매우 국소적이고, 다른 쪽 끝에는 호흡과 혈압 등에 영향을 주는, 심한 마스트 세포 활성화의 일반화된 조건을 구성하는 음식 알레르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스트 세포 차단하면 더 효과적 치료 가능”

연구팀은 이어서 IBS 환자가 같은 식의 반응을 보이는지를 계속 살펴봤다. IBS와 관련된 식품 항원인 글루텐과 밀, 콩 및 우유를 IBS 환자 12명의 장벽에 주입하자 이들은 실험 쥐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유사한 국소 면역반응을 일으켰다. 그러나 건강한 실험 참가자들에게서는 아무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초기 임상시험에서 IBS 환자들이 항히스타민제로 치료할 동안 증상이 개선되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하면 이번 연구는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뵉스스탄스 교수는 “이것은 우리가 밝혀낸 메커니즘이 임상적 관련성이 있다는 추가적인 증거”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현재 항히스타민제 치료에 대한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뵉스스탄스 교수는 “마스트 세포 활성화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아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은 IBS 환자들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마스트 세포는 히스타민보다 더 많은 화합물과 매개체를 분비하므로 이 세포 활성을 차단할 수 있다면 더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1-01-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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