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이 높으니 말이 살찐다”라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 돌아왔다. 가을은 한 여름의 무더위와 모진 태풍을 견뎌낸 각종 수확물들로 식탁이 풍성해지기 때문에 식욕의 계절이라고도 불린다. 이처럼 풍요로운 먹거리와 선선한 날씨 때문에 식욕이 왕성해져 자칫 방심하면 옛말처럼 ‘말’도 살찌고, 우리의 체중도 늘어날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연초부터 힘들게 관리해온 다이어트를 소홀히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온이 낮아지기 시작하는 지금이 오히려 다이어트 적기라고 말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야외 활동량과 운동량이 급속히 감소하여 소위 ‘확찐자’ 대열에 합류한 사람들,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가을은 체중관리 효과를 확실히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입증하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코로나19 이후, 성인 42%가 체중 증가
세계보건기구(WHO)가 2004년에 비만을 세계적인 유행병으로 규정한 바 있다. 예전 우리나라는 서구와의 차별화된 식생활로 비만 인구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고, 심각성 또한 낮았다. 그러나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와 서구식 식생활이 만연돼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4명은 비만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2014년 이후 최근 5년간 국내 비만 인구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으며, 2020년 올해의 남녀 비만율이 각각 28%, 19%로 조사됐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생활의 변화는 신체활동을 현격히 감소시켜 비만율 증가폭과 건강 상황이 전년보다 나빠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1031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건강투자 인식조사’를 시행한 결과 코로나19 전에는 충분한 신체활동을 했지만 현재는 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결과가 32.9%로 집계됐다. 또 코로나 이후의 생활 변화에 대해서는 42.1%가 체중 증가라고 답해 국민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타민A, 백색 지방을 갈색 지방으로 전환
체중은 건강의 지표다. 물론 단순히 수치적 기준으로서 체중보다 체질량지수(BMI)와 몸의 균형 등이 중요하지만 체중을 기준으로 신체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체중관리, 즉 다이어트는 몸에 해가 될 정도로 과하게 축적된 체지방을 적정한 수준으로 줄여서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작업이다.
건강한 다이어트·성공적인 다이어트를 처방하는 의료진과 전문가들은 모두 ‘효과적인 지방 연소’와 ‘좋은 지방’의 역할 촉진을 주장한다.
사람과 포유류는 백색 지방과 갈색 지방 조직을 가지고 있는데, 비만은 백색 지방에 저장되는 반면, 갈색 지방은 에너지를 태우고 열을 발생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백색 지방을 갈색 지방으로 전환하는 것은 체중 증가와 비만을 방지하는 새로운 다이어트 및 비만 관련 질병을 치료하는 유망한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비엔나 의과대학 내분비·대사과의 플로리안 키파(Florian Kiefer)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바로 우리 몸속 지방의 기능에 집중하여 이른바 ‘나쁜 지방’이라고 불리는 백색 지방을 ‘좋은 지방’인 갈색 지방으로 전환시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비타민A의 기본 분자인 레티놀이 지방 조직의 열 생성에 관여하며, 주변의 차가운 온도에서 이 수치가 증가한다는 것을 밝혔다. 또 사람의 백색 지방 세포에 비타민A를 첨가하면 대사 활동과 에너비 소비가 증가하면서 갈색지방 세포의 특성이 발현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지방 전환은 에너지 소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이 메커니즘을 이용하여 비만 및 다이어트에 새로운 치료·의료적 개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결과가 비타민A 보충제를 과다 섭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절대 아니며, 모든 약물이 그렇듯 적당량의 처방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걷기, 지방을 연소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
건강한 다이어트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적당한 운동이다. 그중 걷기는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진입장벽이 낮은 신체 활동으로 각광받고 있다.
걷기는 속도와 개인의 체중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약 1시간 정도를 걸으면 220kcal 정도를 소비할 수 있다. 고강도 운동에 비해 미미한 효과로 걷기 효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걷기만 한 것이 없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최근 코로나19로 국민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비만 인구 증가에 선제적 대응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한국인을 위한 걷기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규칙적인 걷기는 사망 위험과 비만 위험뿐만 아니라 우울증 위험을 낮추고, 수면의 질을 향상시켜 정신건강까지 증진시키는 효과에 대해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걷기 가이드라인’은 성인에게 필요한 걷기 권장량, 올바른 걷기 방법, 걸을 때 주의사항 등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는 걷기 실천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기온이 낮아지기 시작할 때는 우리 몸의 기초대사량이 올라가서 더 많은 열에너지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걷기를 통한 다이어트 효과를 확실히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 김현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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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10-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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