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가 1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각국은 감염 확산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WHO Blueprint, CLOPID-r 등을 통해 연구개발 협력을 이끌고 있는 것은 물론 국제 연대임상 시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개발된 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도 치열하다. 이에 우리나라가 어떻게 백신을 확보하고 그것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5일 ‘코로나19, 백신 개발·확보·배분 및 위험관리 전략’을 주제로 과총 바이오경제포럼이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코로나19 백신, 개발·확보·배분 어떻게?
이 자리에서 지영미 한국국제교류재단 보건외교 특별대표는 “국가가 어떤 식으로 백신을 개발하고 생산하며 분배할 것인지 그 전략을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질병관리청의 국가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 코로나19 분과를 신설해서 이런 것들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지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속도로 백신이 개발 중”이라며 “9월 22일 WHO리스트에 따르면 글로벌적으로 38개 임상, 9개가 임상 3상, 149개 전임상이고, 속도를 내기 위해 임상1, 2상과 2, 3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식으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라고 글로벌 연구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현재 유럽의 FTA에 해당하는 EMA에서는 조건부 승인이 2020년 4분기나 2021년 1분기에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WHO는 임상 3상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여 2021년 중반 이후에 전 세계적인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생산을 위해 국제적 연대와 협력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글로벌 바이오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는 최소 한국 등 9개 이상 국가와 생산을 위한 협약을 통해 판데믹 중 이윤 없이 30억 도스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처럼 백신 개발이 이뤄지더라도 물량 생산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배분의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 대표는 “선진국들이 자국민을 위한 백신을 확보하려고 선구매하는 상황에서 전 세계 국가에 백신을 신속하고 균등하게 보급하기 위한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가 제대로 작동을 하려면 공급과 분배를 위한 투명성 확보가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 대표는 “최근에 WHO가 백신 분야 6개 워킹그룹을 구성하여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국가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 코로나19 분과를 신설하여 국가 차원의 백신의 개발, 생산, 분배 등 공급전략을 만들어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회적 합의 통한 백신 우선순위 원칙 필요
이 같은 국내의 코로나19 백신 공급전략 수립에 있어서 감안해야 할 점에 대해 우준희 을지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WHO가 의료기관 종사자, 65세 이상, 고위험군 순으로 접종자의 우선순위를 정해 놓은 것처럼 우리나라도 우선순위 접종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라며 “2006년, 2009년에 내놨던 신종인플루엔자 백신 사용 우선순위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우 교수는 위험관리전략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백신 확보, 선택에 있어서 약물 이상 반응이나 부작용 등 안전성은 누가 책임질 것이며 백신 개발에 투자되는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질병이 종식될 경우 많은 투자로 백신 개발에 성공한 회사에 대해 어떻게 가치를 환원해 줄 것인가 등등의 리스크 이슈가 대두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배분의 법적 기준 마련에 대한 제안도 있었다. 박성민 HnL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현재는 예방접종의 실시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사항을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는데, 코로나19 백신과 같이 한정된 의료자원을 배분하는 결정을 할 때는 고려해야 할 중요한 가치나 우선순위를 국회에서 논의하여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률에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기초 연구 플랫폼 구축과 감염병 질병과 역학 분야의 새로운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백신을 잘 개발하려면 바이러스 자체 연구뿐 아니라 인간의 면역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데, 국내에는 이런 기초 연구에 대한 플랫폼이 부족하고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문가도 많지 않다”라며 “앞으로 Disease X라는 원인 불명의 병원균이 또다시 공격해 왔을 때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는 기초 연구에 대한 생태계 구축과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지영미 대표도 “향후에 또 다른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게 될 것을 대비하여 필수 백신의 개발과 국내 자급화율을 높이기 위해서 긴 안목의 연구개발은 물론 인프라 확충을 위한 중장기적인 투자를 필요로 한다”라고 제언했다.
- 김순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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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9-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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