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고 해서 한때 ‘우한 폐렴’으로 불렸던 코로나19는 환자에 따라 폐 이외의 여러 장기와 조직에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컬럼비아대와 하버드, 예일,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 등의 임상 전문가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인체에 나타나는 각종 증상과 질환을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가 혈액 응고와 면역계 과반응, 심장과 신장, 신경계 등 폐 이외의 모든 인체 장기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광범위하게 검토해 의학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10일 자에 보고했다.
이번 검토와 조사 관찰 보고는 전 세계 코로나19 진료진에게 중요한 참고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호흡기 질환 아니다”
뉴욕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던 초기, 코로나 중환자들을 돌보던 아크리티 굽타(Aakriti Gupta) 전문의는 이 병이 단순히 호흡기 질환 이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컬럼비아대 의료원 코로나19 집중치료실에 배치된 첫 심장병 전문의 중 하나인 그는 “발병 초기부터 진료의 최전선에 있었다”며, “환자들은 혈액이 응고되고, 당뇨병이 없는데도 고혈당이 나타났으며, 많은 환자가 심장과 콩팥이 손상되고 있다는 사실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초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비호흡기적 영향에 대한 임상 지침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굽타 전문의는 당시 문헌에 나타나기 시작한 연구 결과와 경험에서 배운 내용을 종합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논문 시니어 저자인 컬럼비아 내과 및 외과대 도널드 랜드리(Donald Landry) 박사와 함께 시니어 연구진을 구성했다.
이어 동료 심장병 전문가인 마헤시 마드하반(Mahesh Madhavan) 전문의 및 하버드대 베스 이스라엘 의료원 혈액학/종양학 전문가 카르틱 세갈(Kartik Sehgal) 전문의와 함께 컬럼비아와 하버드, 예일,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을 비롯한 여러 기관의 임상의들을 움직여, 폐 이외의 장기 시스템에 미치는 코로나19 영향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를 검토하고, 의사들을 위한 임상지침을 제공했다.
굽타 전문의는 “의사들은 코로나19를 다중시스템 질환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체액 응고에 대한 많은 뉴스가 있으며, 이 환자들의 상당 비율이 신장과 심장, 뇌 손상을 입는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 의사들은 호흡기 질환과 이런 상태를 함께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혈액 응고와 염증, 면역계 과반응
세갈 전문의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첫 몇 주 동안 우리는 다른 바이러스성 질환에서 경험했던 것보다 더 많은 혈전 합병증을 보았다”고 말하고, “이는 환자에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과학자들은 이런 응고 합병증이 혈관을 형성하는 세포들을 바이러스가 공격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했다. 바이러스가 혈관 세포를 공격하면 염증이 증가하고 혈액이 크고 작은 덩어리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혈액이 뭉친 혈전이 혈관을 타고 온몸에 퍼지면 장기들에 큰 피해를 입히고, 혈전 염증(thromboinflammation)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
이번 리뷰에 참여한 컬럼비아대 임상의들은 혈액 응고와 그에 따른 악영향을 막기 위해 코로나19 중환자에게 투여하는 항응고 약물의 최적 복용량과 시기 조사를 목적으로 무작위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수그러들지 않는 염증 또한 면역계를 과도하게 자극할 수 있다. 의사들은 처음에 면역계를 전체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스테로이드제 사용을 피했으나, 최근의 임상시험 결과 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 하나만으로도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환자 사망을 3분의 1까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루킨-6 신호와 같은, 혈전 염증 및 면역계의 특정 요소를 표적으로 한 무작위 임상시험도 현재 진행 중이다.
세갈 전문의는 “전 세계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떻게 정상적으로 보호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특이하게 가로채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고 밝혔다.

심장에 직접적으로 영향 미쳐
혈전이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으나, 코로나바이러스는 다른 방식으로 심장을 공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굽타 전문의는 “부검한 심장 조직에서 바이러스가 자주 분리되지는 않기 때문에 심장 손상 메커니즘이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심장 근육은 전신적인 염증과 그에 수반되는 염증 조절 인자인 사이토카인 대량 방출로 손상될 수 있는데, 심각한 코로나19 사례에서는 감염된 세포들을 정상적으로 제거하는 면역세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다. 이른바 ‘사이토카인 폭풍’이다.
심장이 어느 정도 손상됐는데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의료 인력과 환자들을 바이러스 전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팬데믹 초기 단계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심장 생검과 심장 카데터 삽입을 포함한 진단과 치료 전략을 사용할 수 없었다. 이는 뉴욕시에서 질병 유병률이 감소함에 따라 변경됐다.

신장 손상돼, 상당수가 영구 투석 필요할 수도
또 다른 놀라운 발견은 중환자실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들에게서 급성 신장 손상 비율이 높다는 점이었다.
바이러스가 세포로 침투하기 위해 사용하는 ACE2 수용체가 신장에서 고농도로 발견되었고, 이는 신장 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중국에서도 신장 합병증이 보고됐으나, 뉴욕시에서는 중환자실 환자의 50% 이상이 신부전 증세를 보였다. 굽타 전문의는 “환자의 5~10%에서 투석이 필요했고, 이는 매우 높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신장 손상이 장기화될지를 가늠할 환자 데이터가 부족하지만, 상당수의 환자가 영구 투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드하반 전문의는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에 대한 앞으로의 추적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경 합병증도 문제
코로나19 환자의 3분의 1 정도에서는 두통과 현기증, 피로감 및 취각 능력 상실 등을 포함한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혈전으로 인한 뇌졸중 상태가 심한 환자에서는 6%까지, 착각이나 환각이 일어나는 섬망(delirium)은 8~9%까지 발생한다는 것.
굽타 전문의는 “코로나19 환자는 2~3주 동안 숨쉬기를 돕기 위해 기관지에 관을 끼워 넣을 수 있으며, 환자의 4분의 1은 30일 이상 인공호흡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에게 끼우는 호흡기 삽관은 매우 길어서 고통을 줄이기 위해 많은 진정제를 투여해야 한다”고 말하고, “‘중환자실 섬망’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잘 알려져 있는 환자 상태인데, 환각은 바이러스로 인한 영향은 적고, 연장된 진정 효과의 영향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마드하반 전문의는 “비록 인턴 때 교육을 받기는 했지만, 코로나19 환자를 돌볼 때는 인체의 모든 장기 문제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이번 리뷰와 관찰 및 권고가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세계 여러 임상의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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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7-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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