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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강봉 객원기자
2020-07-03

코로나19 ‘면역 인증서’ 논란 가중 과학계, 칠레 정부 등 제안에 강한 우려감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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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칠레 정부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완치된 환자들에게 ‘면역 인증서(immunity passports)’를 교부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다른 국가들 역시 유사한 계획을 검토하거나 제안하고 있다. 영국의 맷 핸콕(Matt Hancock) 보건상은 완치된 환자들에게 ‘면역 팔찌(immunity bracelets)’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됐다가 치료를 마친 직장인을 대상으로 ‘면역 인증서(immunity certificates)’를 발급해 자연스럽게 업무에 복구할 수 있도록 편의를 도모해 주자는 제안을 놓고 방역 실무자들 간에 협의를 한 바 있다.

사진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영국의 한 농촌. 최근 영국 등에서 코로나19 완치자를 위한 면역 인증 제도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과학계가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Wikipedia

완치 후 면역력에 대해 찬반 엇갈려

3일 ‘NBC’에 따르면 이런 제안들이 나오는 것은 코로나19를 다른 바이러스성 전염병들과 유사한 질병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처럼 바이러스에 한 번 감염되면 일정 기간 면역력이 확보돼 발병하지 않는다는 추정에 따라 코로나19로 인해 고통을 겪은 사람들에게 자유스러운 활동을 보장하자는 것인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제는 완치 판정을 받은 사람들에게 있어 어느 정도 면역력이 생성됐는지, 2차 감염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것인지, 안전하다고 한다면 언제까지 안전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코로나19로부터 완치됐다 하더라도 재감염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됐는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해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완치자들이 다시 일자리 등에 복구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 감염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보증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국가에서 보증 제도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과학자들의 우려가 가중되고 있는 중이다.

쟁점은 완치자의 면역력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것이다. 면역력이 생겨 2차 감염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는 주장과 완치됐다 하더라도 면역력이 급격히 약화돼 2차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중이다.

완치자에게 있어 어느 정도의 면역 기능이 작동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인체의 면역 체계를 담당하고 있는 T 세포(T cell)와 B 세포(B cell)를 이해해야 한다.

항원에 맞는 항체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바이러스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것은 B 세포다. 다양한 종류의 T 세포는 B 세포로 하여금 항체 생성을 활성화시키고, 항원‧항체 반응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과학계, ‘면역 증서발급에 대해 우려

그러나 이 모든 면역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T세포와 B세포가 침투한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사람에 따라 기억력이 들쭉날쭉하다는 것이다.

미국 ‘라호야 면역학 연구소(La Jolla Institute for Immunology)’의 바이러스학자인 셰인 크로티(Shane Crotty) 박사는 “사람에 따라 바이러스에 대한 기억력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의 경우 그 기억이 수십 년 동안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으나, 어떤 사람의 경우 그 기간이 1~2년에 불과하다는 것.

과학자들은 사람에 따라 이렇게 큰 차이가 나고 있는 이유를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 알려진 것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신종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후천적 면역 기능인 적응면역(adaptive immune response)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추적이 불가능하기 때문.

크로티 박사는 “신종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했을 때 B 세포가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획득하고 있으며, 어떤 식으로 항원‧항체 반응을 수행하고 있는지 아직 파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크로티 박사는 “완치된 환자가 재감염 됐을 경우 이전에 생성된 항체들이 얼마나 면역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체 양성반응이 나타났다고 해서 2차 감염에서 안전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6월 18일 코로나19 환자의 면역력과 관련된 논문이 ‘네이처 메디신’ 지에 게재됐다.

‘Clinical and immunological assessment of asymptomatic SARS-CoV-2 infections’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각각 37명의 무증상 환자와 37명의 유증상 환자를 대상으로 항체 검사를 실시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3개월이 지나는 가운데 무증상 환자 중 40.0%에게서 항체 수치가 떨어지면서 음성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증상 환자 중 12.9%에게서 음성 반응이 나온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보스턴의 브리검 여성 병원의 전문의인 다니엘 쿠리츠케즈(Daniel Kuritzkes) 박사는 “연구 결과는 항체가 빠르게 소멸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지만 면역력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쿠리츠케즈 박사는 “면역력이 쇠퇴할 경우 2차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일부 국가에서 면역에 대한 보증 조치를 취하려는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hanmail.net
저작권자 2020-07-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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