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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성규 객원기자
2020-06-18

왜 나만 집먼지 진드기에 약할까 알레르기 좌우하는 새로운 면역세포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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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에겐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새로운 고통이다.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먼지 진드기에 노출되는 시간 또한 늘어났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비염을 유발하는 항원에는 꽃가루, 반려동물의 털이나 분비물, 곰팡이 등이 있지만, 그중 가장 많은 이들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항원은 바로 집먼지 진드기다.

집먼지 진드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 이유를 밝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 게티이미지

집먼지 진드기는 거의 모든 집에서 발견될 만큼 흔하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집먼지진드기에 많이 노출되어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 않지만, 어떤 이들은 조금만 노출되어도 재채기나 콧물, 간지러움 등의 전형적인 알레르기 증상을 보인다.

그럼 왜 비알레르기성 사람들은 집먼지 진드기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걸까. 최근 이에 대한 실마리를 밝혀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라졸라면역학연구소(La Jolla Institute, LJI)의 과학자들은 집먼지 진드기 같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반응해 알레르기 면역 반응과 천식이 발병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T세포를 발견했다. T세포란 세포성 면역을 담당하는 림프구의 일종으로 B세포와 함께 적응성 면역의 주축을 이룬다.

‘사이언스 데일리’ 등 과학전문 매체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LJI 연구진은 집먼지 진드기 알레르기를 억제하는 면역계 반응을 조사하기 위해 단세포 RNA 시퀀싱 기술을 사용해 특정 T세포에서 어떤 유전자가 발현되고 분자가 생성되는지 정확히 파악했다.

특정 T세포가 염증 유발 및 완화 역할

실험 대상은 천식과 집먼지 진드기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천식이지만 집먼지 진드기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 집먼지 진드기 알레르기만 있는 사람, 건강한 사람 등 4개 그룹이었다.

연구 결과 천식과 집먼지 진드기 알레르기가 있는 그룹의 혈액에는 집먼지 진드기 알레르기만 있는 그룹에 비해 집먼지 진드기에 반응하는 ‘IL9-Th2’라고 불리는 T세포의 하위 집합이 더 많이 분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그런 IL9-Th2 세포들은 세포 독성 잠재력을 증가시키는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IL9-Th2 같은 특정 T세포가 다른 세포를 죽이고 염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한편, 알레르기가 심한 그룹에서 ‘IL9-Th2’가 많이 분포하는 것과 반대로 알레르기가 없는 건강한 그룹의 경우 T세포의 또 다른 집합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T세포들은 인터페론에 반응했으며, TRAIL이라는 단백질을 인코딩하는 유전자를 위해 농축되었다.

연구진은 TRAIL 관련 T세포가 알레르기 및 천식 환자들의 염증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JI 차세대 시퀀싱 부서의 팀장이자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로 참여한 그렉 시모아 박사는 “이 새로운 세포는 알레르기 항원을 흡입할 때 건강한 사람들이 염증을 일으키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새로운 메커니즘의 하나일 수 있다”고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면역세포 집합과 새로운 치료 기회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T세포의 하위 집합이 알레르기 반응의 핵심

연구진이 집먼지 진드기를 실험 대상으로 삼은 데엔 이유가 있다. 이 미세한 생물은 피하기 어려울 만큼 세상에 가득하며,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노출된다. 또한 집먼지 진드기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들의 면역체계도 이 생물의 분자를 인식하는 법을 배우면서 어떤 식으로든 반응하기 쉽다. 때문에 집먼지 진드기는 알레르기와 천식 발작을 일으키는 원인이 무엇인지 연구하는 데 유용한 모델이 된다.

집먼지 진드기는 알레르기와 천식 발작을 일으키는 원인이 무엇인지 연구하는 데 유용한 모델이 된다. ⓒ La Jolla Institute for Immunology

이번 연구는 집먼지 진드기라는 알레르기 항원에 반응해 특정 T세포 집단을 가진 사람들이 염증을 덜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사실은 왜 어떤 이들은 알레르기와 천식이 생기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렉 시모아 박사는 “이런 효과가 기능성 연구로 확인될 경우 이들 T세포의 활성화를 촉진시켜 천식 및 알레르기 환자군에서 증식을 유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렉 시모아 박사는 벨기에에서 태어나 생물학 석사 및 면역학 박사를 취득한 후 2010년에 LJI에 옮겨와 면역유전체학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레르기와 천식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려면 천식이나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들과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LJI 연구진은 T세포의 하위 집합이 알레르기 반응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알레르기 및 천식 알레르겐 특이 T세포의 단일세포 성적표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2일에 발표됐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20-06-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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