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병원과 같은 공공장소의 방역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러나 마스크를 착용해도 물건을 만지는 과정에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여러 사람의 손이 닿는 물건을 지속적으로 소독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 5월 27일 ‘미국화학학회 저널(ACS Publications)’에 따르면, 문틀이나 손잡이, 의료기기 등의 재질로 많이 사용되는 알루미늄 합금을 이용해서 항균 및 항바이러스 효과를 내는 신기술이 개발됐다. 그 비결은 금속 표면에 나노 구조물을 입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활동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공공시설물의 표면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는 항균·항바이러스 처리에 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 중에서 사람이 문고리, 난간을 만질 때도 퍼질 수 있어서다. 특히 병원은 감염에 취약한 환자들이 많아서 더욱 주의해야 한다.
널리 사용 중인 화학 소독제는 효과가 오래가지 못해서 자주 소독해야만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은 이온, 구리를 함유한 코팅제는 손쉽게 표면의 오염물질을 줄일 수 있지만, 역시 쉽게 마모된다는 문제가 있다.
호주 퀸즐랜드공과대학교(QUT)의 프레사드 얄라가다(Prasad Yarlagadda) 의료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6063 알루미늄’이라는 합금 표면에 나노 구조물을 입히는 기술을 고안해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기존 소독제나 코팅제보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바이러스까지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항균, 항바이러스 효과 탁월해
곤충 날개에는 세균 침입을 막는 미세한 구조적 특징이 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서 박테리아 세포를 물리적으로 변형시켜 죽이는 미세한 기둥과 표면 구조물을 재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기술은 부족했는데, 나노 구조물을 이용하면 세균뿐만 아니라 훨씬 작은 바이러스까지 차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얄라가다 교수 연구팀은 알루미늄 합금 디스크를 최대 3시간 동안 수산화나트륨으로 에칭 했다. 그 결과, 금속 표면에 무작위로 정렬된 23nm 폭의 나노 구조물을 형성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매끄럽고 물에 잘 섞이지 않는 소수성 표면이었지만, 에칭 후에는 거친 친수성 표면으로 바뀌었다.
실험에서는 에칭 한 디스크에 세균과 바이러스를 접촉시키자 감염력이 매우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폐렴 등을 유발하는 녹농균과 식중독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상구균은 3시간 뒤에 각각 92%와 87% 비율로 사멸했고, 일반적인 호흡기 바이러스는 2시간 이내에 대부분 비활성화되었다. 대조군으로 실험한 플라스틱이나 매끈한 알루미늄보다 월등한 항균·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였다.

높은 내구성으로 감염 확산 방지 기대
일상적인 병원 환경에서 마모되는 수준을 재현한 내구성 실험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거뒀다. 원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알루미늄 디스크 표면의 나노 구조물은 별다른 손상 없이 2000 μN 부하 테스트를 1000회 이상 버텨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병원 내에서 물리적 접촉으로 인한 감염을 방지하는 나노 구조물의 항균, 항바이러스 특성을 결합한 최초 실험이다”라면서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얼마나 차단할 수 있는지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새로운 기술의 효과가 입증되면 병원뿐만 아니라 버스나 지하철 등의 손잡이에도 적용하여 감염증 확산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 심창섭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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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6-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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