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리가 세계적인 연대를 선택한다면 그것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승리일 뿐만 아니라, 21세기에 인류를 공격할지도 모르는 모든 미래의 전염병과 위기들에 대한 승리일 것이다.” -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
식량위기, 지구 온난화, 미세먼지 등 수많은 문제들이 이미 국경을 초월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는 작년 말부터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도 마찬가지. 이에 각국은 국제 협력과 공조를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2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본원에서 진행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실시간 온라인 국제포럼’에서는 이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진행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국제 공조와 협력만이 글로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고 외쳤다.

“국가, 국제기구, 기업 등 모두 힘 합쳐야”
아하누 베흐나흐(Arnaud Bernaert) 세계경제포럼(WEF) 세계건강보건 부문장은 ‘코로나19 행동 플랫폼(COVID Action Platform)’을 소개하며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 확산은 아주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 국제조직, 민간, 기업 등이 힘을 합쳐 글로벌 협력을 해야 한다. 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행동 플랫폼에 대해선 “이러한 공조를 좀 더 속도 있고 규모 있게 진행하는 곳”이라고 간단히 정의하며 “궁극적으로는 1000명 이상의 기업 임원들과 750개 이상의 기관을 참여시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재 코로나19 행동 플랫폼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다양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아프리카에서의 코로나19 발병 곡선을 낮추려는 노력.
베흐나흐 부문장은 “현재 미국, 중국 등 대부분 나라들이 여유가 없기에 아프리카에서 코로나 확산을 막으려는 노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아프리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문화적인 면을 반영한 맞춤형 가이드라인을 작성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아프리카 사람들의 행동 데이터 등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작업이다. 현재 40개 이상 국가에서 이를 위한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아프리카에서 활동 중인 NGO들과 함께 SNS를 활용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베흐나흐 부문장은 “민-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좋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비슷한 파트너십을 남미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국제협력을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비누 및 위생제품을 제공하고, 취약 지역에 즉각적인 공중보건을 지원하며, 관련 기술을 전수하는 등 기업, 국제기구, 시민단체, 연구소 등이 각자의 역할을 통해 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 기부금을 마련하고, 이를 필요한 지역으로 전달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베흐나흐 부문장은 마지막으로 백신에 대해 “개발 기간을 줄이기 위해 획기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라며 “이를 위해 글로벌 차원에서 여러 플랫폼이 만들어져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백신 후보군 중 93%는 실패…국제 협력으로 극복해야”
이어 제롬 김(Jerome H. Kim)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이 백신 개발에 있어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한층 더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수 억 달러를 들여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실제 성공은 10분의 1 수준이다. 백신 후보군 중 임상 단계로 넘어가는 비율이 고작 7%대에 머무르기 때문.
그렇기에 비용 측면에서라도 민간 기업이나 개별 연구소에만 이를 맡길 수는 없다는 것이 김 사무총장의 주장이다. 그는 이어 “의료 규제기관, 세계보건기구(WHO), 면역기술자문단(NITAGs) 등도 중요하다”라며 “백신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측정하고, 의료 수준이 모자란 나라들에게 기술적 도움을 주며, 백신을 마련하기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 분야에서는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레베카 윈스럽(Rebecca Winthrop) 유니버설교육센터 공동소장이 “책은 모든 사람들이 접할 수 있지만, 전자기기는 그렇지 않다”라며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온라인 학습이라는 혁신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적 불평등이 표면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선진국들은 90% 수준에서 온라인, 중계, TV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적인 교육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지만, 개도국들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하며 “수치로 보면 최대 25%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교육 예산의 부족도 향후 우려할 점으로 꼽혔다. 국제기구의 지원이 공중보건 분야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윈스럽 소장은 “모든 것에는 순서가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언젠가는 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시점이 올 수도 있다”라며 개도국의 교육에 좀 더 신경 써 줄 것을 당부했다.
“무역 보호주의 도입, 끔찍한 위기 부를 것”
경제 분야에서는 지나친 자국 우선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데이비드 달러(David Dollar)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펠로는 “세계 경제에 있어 불확실성이 팽배해지고 있다”며 “미국에서만 지난 10년 동안 창출된 2200만 개의 일자리가 4주 만에 사라져버렸다”고 밝혔다.
이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자국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움직임이다. 달러 선임 펠로는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주요국들이 보호주의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될 경우 진정한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여력이 없는 개도국의 경우 더욱 끔찍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긍정적인 상황도 있다. 최근 G20 국가들이 개도국의 부채 상환 연장에 대해 전격적으로 합의한 것. 달러 선임 펠로는 이렇게 부담을 나누는 움직임에 대해 높게 평가하며 “좀 더 많은 부채 상환 연장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국제적인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나라 정부 역시 국제협력의 당위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용홍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한국은 코로나19 대응 초기단계부터 타 국가들과 협력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라며 “한국산 진단키트가 해외에 수출되는 등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국제협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적 협력은 현재 위기에 대처하는 가장 주된 수단’이라는 현 정부의 방침을 잘 나타내 주는 것이다. 용 실장은 “미국 과학기술정책국이 주최하고 있는 다자간 과학기술 지도자 회의에 매주 참석하는 등 한국은 전 세계와 전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 김청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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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4-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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