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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균 속에 숨어있는 유전자 가위 이은희 과커의 '미래를 여는 과학기술'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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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사이즈를 얼마나 작게 만들어야 유전자를 자를 수 있나요?”

이은희 과학커뮤니케이터는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라고 말했다. ‘유전자 가위’란 유전자의 특정 부분을 잘라내 교정하는 기술을 뜻한다. 하지만 ‘유전자 가위’는 우리가 생각하는 ‘가위’가 아니다.

그렇다면 '유전자 가위'란 무엇일까.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지만 설명하기는 난감한 유전자 가위에 대해 이은희 과학커뮤니케이터가 나섰다.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과학 읽어주는 여자’의 저자 이은희 과학커뮤니케이터는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마이크로 임팩트(대왕 빌딩)에서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2019 대한민국 과학축제 - 미래를 여는 과학기술 강연’을 통해 유전자 가위에 엮인 흥미진진한 과학의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이은희 과학커뮤니케이터는 20일 열린 2019 대한민국 과학축제 - 미래기술 강연에서 유전자 가위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이은희 과학커뮤니케이터는 20일 열린 2019 대한민국 과학축제 - 미래기술 강연에서 유전자 가위에 엮인 과학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생명을 편집할 수 있는 기술, 인간의 손에 쥐어지다    

유전자 조작 기술은 1970년 DNA의 특정한 염기 서열을 인식해 자르는 기능을 가진 ‘제한효소(Restriction Endonuclease)’가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제한효소’가 절단하는 기능의 ‘천연 가위’ 역할을 한 셈이다. 하지만 제한효소를 이용한 유전자 조작 기술은 인식할 수 있는 염기 서열의 길이가 너무 짧아 DNA가 긴 생명체에게는 적합하지 않았다.

이후 인공 유전자 가위에 대한 연구가 가속화됐다. 1세대 유전자 가위인 징크 핑거(Zinc Finger)와 2세대 탈렌(TALEN)을 거쳐 3세대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CRISPR-Cas9)’에 이르렀다.

인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통해 신의 영역이라 불리는 유전자 편집기술을 완성해가지고 있다. ⓒ 픽사베이
인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통해 신의 영역이라 불리는 유전자 편집기술을 완성해가지고 있다. ⓒ 픽사베이

이은희 과학커뮤니케이터는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 가위’는 가장 최근에 개발된 유전자 편집 기술로 전 세대 유전자 가위에 비해 건당 가격이 저렴한 데다 간편하고 효율도 높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유전자 편집 아기’도 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했다고 알려져 큰 화제가 됐다”라고 덧붙였다.

캐스 9(Cas9) 단백질 효소를 이용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이전 세대 유전자 가위가 할 수 없었던 혈우병, 골수종, 육종 등 난치 유전병 유발 유전자를 제거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캐스 9 단백질’ 대신 ‘Cpf1 단백질’을 이용한 ‘크리스퍼-Cpf1 유전자 가위’가 등장했다. ‘Cpf1’은 ‘캐스 9 단백질’에 비해 분자 크기가 작고 단순해 유전질환에 적용하는데 효용성이 크다고 알려져 ‘3.5세대 유전자 가위’라 불리기도 한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과학축제-미래를 여는 강연'에 과학에 관심있는 많은 시민들이 참석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과학축제-미래를 여는 강연'에 과학에 관심있는 많은 시민들이 참석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요구르트에 숨겨진 유전자 가위의 비밀

난치 유전병, 암 퇴치 등 인류의 숙원인 무병장수의 열쇠를 쥐고 있는 유전자 교정기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사실 아주 우연한 기회가 거듭되면서 발전해왔다.

크리스퍼는 ‘주기적으로 간격을 띄고 분포하는 짧은 회문 구조 반복 서열(Clusters of Regularly Interspaced Palindromic Repeats)을 뜻하는데 1987년 요시주미 이시노 오사카대학 교수팀이 미생물의 DNA 서열을 결정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하지만 회문 구조와 모든 종마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21개의 염기서열과의 상관관계는 계속 미지의 영역이었다. 이후 염기서열의 비밀을 찾아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탄생시킨 주인공들은 놀랍게도 한 요구르트 제조사의 연구진이었다.

이은희 과학커뮤니케이터는 “발견 계기는 아주 사소했다”라며 “2007년 덴마크 요구르트 회사 ‘다니스코’의 연구개발팀이 비밀을 밝혀냈다”라고 설명했다.

덴마크 요구르트 회사 ‘다니스코’ 연구진이었던 로돌프 바랭고 박사와 필리피 호바스 박사는 유산균을 연구하다가 유산균이 떼로 죽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던 중 유산균을 잡아먹는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의 공격에서부터 살아남는 유산균에게서 공통점을 찾았다.

이은희 과학커뮤니케이터가 유전자 가위를 통해 일어나는 일을 설명하고 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이은희 과학커뮤니케이터가 유전자 가위를 통해 일어나는 일을 설명하고 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일부 살아남은 유산균에는 파지에 내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 유산균은 내성이 생긴 DNA를 잘라 자기 유전자에 붙어 넣어 기억해두었다가 파지가 다시 공격하면 면역기능을 생성시켰다. 다니스코 연구진은 세균에서 최초로 적응면역 현상을 발견, 지난 2007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후 2012년 미국 버클리대학교 다우드나(J. Doudna), 카펜티어(E. Charpentier) 교수가 '세균에 기억된 파지 DNA가 RNA로 전사되고, 세균의 캐스 9(Cas9) 단백질과 결합해 외부에서 공격한 파지의 DNA를 인식해 잘라준다'는 사실을 증명하면서 지금의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완성됐다.

유전자 편집의 비밀을 알게 된 인류는. 수많은 동식물에 유전자 가위를 들이대고 있다. 이제 삼겹살의 비계가 싫다면 근육을 강화한 ‘슈퍼 돼지’를 만들 수 있다. 뿔이 없는 소를 만들 수도 있다. 메머드 등 멸종된 동물을 다시 복원하는 일도 가능하다

더 나아가서는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유전병 등의 질병 요소만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우성 유전자만을 편집해 ‘맞춤형 아기’를 만들 수도 있다. 때문에 유전자 편집은 사회적으로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이은희 과학커뮤니케이터는 이러한 인류의 신기술에 경고를 보냈다. 지금은 폐암을 없앨 수 있지만 나중에 다른 세포까지 죽일지, 유전이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은희 과학커뮤니케이터는 “인간의 몸은 미지의 신대륙과 같다. 지금 잘라낸 유전자가 어디에 가서 어떻게 붙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라며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 기술인만큼 첫걸음부터 잘 떼야 한다. 아는 만큼만 한 발자국씩 단계적으로 나가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김은영 객원기자
teashotcool@gmail.com
저작권자 2019-04-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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