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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심재율 객원기자
2018-11-29

유기인산염 사용 살충제 전면 금지 요청 과학자들 요구에 트럼프 행정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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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유기인산염(organophosphate)의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살충제에 들어가는 화합물인 유기인산염은 원래 전쟁에서 쓰는 신경가스의 원료이다. 신경의 신호전달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적국의 병사들을 공격한다.

그러다 1960년대에 들어 유기인산염은 그 농도를 낮춰 농업 및 가정용 살충제에 쓰이게 된다. 현재 이를 사용한 살충제 중 가장 큰 논란이 되는 것이 클로르피리포스(chlorpyrifos)다.

우리나라도 클로르피리포스의 기준 허용치 이상이 잔류한 수입 농산물에 대해서는 ‘안전성 확보 제외 품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전쟁무기인 신경가스에서 나온 살충제

최근 미국의 독성 전문가들은 “아예 유기인삼염(OP)을 원료로 사용한 모든 살충제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태아 및 어린이의 발달에서 유기인산염 살충제가 미치는 영향력을 연구한 결과를 플로스 의학(PLOS Medicine)저널에 발표했다.

UC데이비스의 환경보건과학센터 소장인 이르바 허츠-피치오토(Irva Hertz-Picciotto)교수는 “임산부들이 유기인산물이 들어간 살충제에 조금만 노출되어도 아기의 지능이 떨어지고 학습에 어려움을 겪으며, 어린시절의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과학적 증거들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비록 유기인산염 사용 살충제 중 클로르피리포스만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지만, 우리들의 연구조사를 보면 이 화합물이 들어간 모든 종류의 물질은 위험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살충제를 뿌리는 트랙터 ⓒ Pixabay
살충제를 뿌리는 트랙터 ⓒ Pixabay

허츠-피치오토 교수에 따르면 이 화합물이 두뇌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애초에 중앙신경시스템에게 나쁜 영향을 주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유기인산염에 대한 과학적인 경고는 계속 나오고 있다. 과학자들은 11월 16일 환경건강(Environmental Health) 저널을 통해 동물에게도 유기인산염이 신경독성을 일으킨다는 증거를 발표했다.

현재 전문가들은 유기인산염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복합적인 위험성을 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내용은 크게 3가지다.

첫 번째, 곤충을 통제하는 유기인산염 살충제의 광범위한 사용은 인간에게 동시에 노출된다.

두번째, 유기인산염에 민감하게 노출되면 독극물감염과 사망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는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더욱 심하다.

세번째, 비록 낮은 수준이라고 해도 출산 전 유기인산염에 노출되는 것은 어린이의 신경발달 혼란을 유발한다.

미국 과학자들은 이에 따라 “환경보호국(EPA)을 포함한 미국 정부와 유관기관들은 클로르피리포스를 비롯한 유기인산염 살충제를 퇴출시켜야 하며, 가정용 생산품을 포함한 유기인산염 살충제의 비농업적 사용 역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살충제가 남아 있을까? ⓒ Pixabay
살충제가 남아 있을까? ⓒ Pixabay

과학자들은 또한 “유기인산염이 물과 식용수를 통해 인간에게 노출되는 것을 모니터링하고, 통합살충제관리(integrated pest management IPM) 시스템을 통해 이를 제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유기인산염이 농약으로 쓰임과 동시에 병원, 헬스케어 기관, 학교, 공원, 골프장, 운동장 등 수많은 공공장소에서도 사용 중이라는 것이다.

이에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도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실정이다.

헬스케어 전문가들은 “유기인산염 노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한다”라며 “유기인산염에의 노출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이러한 위험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를 교육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대학들도 “살충제를 포함한 환경 위험 교육을 통합해야 하며, 의료 위원회는 시험과목에서 환경건강을 포함시켜야 한다”라고 밝혔다.

농업용 살충제에 농민 및 자녀들 노출

현재 가장 많이 알려진 유기인산염 살충제는 클로르피리포스, 말라티온(malathion), 다이아지논(diazinon) 등이다.

이 화합물은 농업용으로 계속 사용되기 때문에 음식, 물, 공기를 통해 접촉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대부분의 주거지에서 이 유기인산염 살충제가 검출된다.

농부 등 살충제 사용자들이 일반적으로 이런 노출에 가장 위험하다. 유기인산염의 유해한 효과에 취약한 농촌 어린이들까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에 이미 여러 국가에서 수많은 유기인산염 살충제 사용을 금지시켰다. 유럽연합은 30개가 넘는 유기인산염 화합물의 승인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유기인산염이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이는 아마도 낮은 수준으로 사용할 경우, 눈에 띄는 단기적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EPA는 2016년 클로르피리포스가 신경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충분한 역학증거가 있다고 발표하고,  클로르피리포스를 농업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문제는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 문제를 두고 각계 전문가들과 미 행정부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일단 사법부는 전문가들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다. 2018년 8월 미국 항소법원은 ‘유기인산염이 음식물에 잔류할 경우 어린이의 신경발달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에 따라’ 이 금지조항은 시행되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 결정에 항소하겠다고 밝히며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건강이 달린 이 힘겨루기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8-11-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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