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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은희 기자
2005-03-14

[2만불로 가는길]④ 세계가 인정한 한국 줄기세포연구 [국정브리핑 공동기획] 세계 선두 지키기 위한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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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연말이 되면 언론에서는 그 해에 있었던 사건들을 종합해 지난 한 해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었고, 그 일이 남긴 사회적 파장과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되짚어보는 기사를 싣곤 한다. 지난 2004년 12월 15일자 연합뉴스에서는 ‘2004년 국내 10대 뉴스’에서 신행정수도 건설 위헌 결정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 파동 같은 굵직굵직한 사건 다음으로 인간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이야기를 꼽았다.


이 사건은 우리 뿐 아니라, 국제적 저명 과학잡지인 「사이언스(Science)」와 「네이쳐(Nature)」도 이 사건을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 꼽았을 만큼 황우석 박사를 둘러싼 인간 배아줄기세포 성공에 대한 가능성과 우려는 지난 한 해 우리를, 그리고 세계를 뒤흔든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인간 배아의 줄기세포 배양 성공 후 6년, 숨가쁜 변화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핵이 합쳐지고 수정란이 되는데, 발생 초기 수정란의 세포는 아직 어떤 세포로 분화될지 소속이 정해지지 않아서 어떤 세포라도 될 수 있는 만능세포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이를 사람들은 마치 커다란 나무의 줄기에서 작은 가지가 뻗어나가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줄기세포(Stem cell)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1998년 미국 위스콘신 대학의 발달생물학자 제임스 톰슨 박사 연구팀은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 세포의 인공 배양에 성공해 이를 1998년 11월 「사이언스」지에 발표하면서 줄기세포 연구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6년 후, 이번에는 황우석 교수는 2004년 3월,「사이언스」지에 ‘Evidence of a Pluripotent Human Embryonic Stem Cell Line Derived from a Cloned Blastocyst(복제된 배아로부터 유래된 인간 줄기세포에 대한 증명)’이라는 논문을 발표해 인간의 난자와 체세포를 이용한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줄기세포의 연구의 희망과 전망


줄기세포란 마치 커다란 나무줄기가 여럿의 가지를 뻗어내듯,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분화될 수 있는 만능세포이다. 그래서 줄기(stem)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론적으로 줄기세포는 모든 세포로 분화될 수 있기에, 이들의 분화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원하는 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다면, 지금 인류를 괴롭히는 난치병의 상당부분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는 날의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2000년 「사이언스」의 보고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줄기세포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수가 1억 2천 8백만병으로 이들에 대한 치료 규모는 연간 3000억달러를 웃돌고 있다. 이에 국내 의료계에서는 “줄기세포를 응용한 치료법이 본격 개발될 경우, 국내 병원 몇 개가 해외에 진출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에 관한 한 한국 의료계 바이오산업 수준은 이미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분야의 국내 기술개발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하여 격차가 크지 않고 줄기세포주 확보, 핵치환, 세포배양, 및 유전자 조작 등 주요 핵심기술들이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개발된 상태이며 국내 연구인력의 성실성과 창의성이 충분히 계발될 수 있기 때문에 국가 미래 산업에 있어서 어느 분야보다도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로서 평가된다.


이런 이유로 정부의 지원도 적극적이다. 정부는 지난 2002년부터 과학기술부의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 중 하나로 세포응용연구사업단(단장 문신용)을 출범시켜 2012년까지 총 1,510억 (정부:1,230억원, 민간:28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여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또한 미즈메디병원, 마리아병원, 차병원 등 국내 병원들의 줄기세포 연구능력 역시 세계 수준급이다. 황우석 교수의 체세포 복제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참여한 바 있는 미즈메디병원은 미국 국립보건원(NIH)로부터 거액의 연구비를 따냈다.


여성전문병원인 미즈메디병원 의과학연구소는 NIH로부터 2002년 9월부터 2년간 지원받은 50만9,438달러(약 5억9,000만원)에 이어 향후 3년간 82만5,152달러(약 9억5,000만원)를 추가 지원받기로 했다. NIH가 다른 나라 연구팀의 기술개발을 위해 조건없이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이는 인간 배아줄기세포 분야의 국내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인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NIH에 등록된 인간 배아줄기세포는 세계 15개 기관의 78종. 그러나 이중 연구이용 가능성이 검증된 것은 7개 기관 21종에 불과하며 아시아에서는 미즈메디 병원이 서울대 의대와 공동 등록한 ‘Miz_hES1’이 유일하다.


따라서 앞으로도 이 분야는 범국가적 차원에서 보다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연구 지원과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줄기세포 이용기술이 미래 국가 생명공학산업을 선도할 기술이 될 것이며, 국민 소득 2만불을 향한 우리나라의 행보에 견인차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줄기세포 연구의 한계


그러나 줄기세포의 본격적인 치료 시장 개입은 아직은 요원한 일이다. 실제로 올초 주식시장을 흔들었던 에스씨에프의 사태는 섣부른 기대심리와 이에 편승한 얄팍한 상술로 인해 다수의 피해자를 낸 사태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신촌사료에서 사명을 변경한 에스씨에프는 줄기세포 연구에 본격적으로 투자한다고 공언하면서 2000원대 초반에 불과하던 주가가 24,000원 대까지 10배가 폭등하였다. 그러나 에스씨에프가 자신있게 내걸었던 줄기세포를 이용한 망막손상 치료법이 식약청에 의해 허위로 밝혀지면서 주가는 폭락했고, 코스닥 시장은 혼란을 거듭해야 했다.


줄기세포 연구는 시작한 지 아직 10년도 채 못된 초기 단계로 그 실용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조차도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즈메디 연구소 지희준 소장은 “줄기세포 자체의 효용성은 무궁무진하지만, 우리는 아직 줄기세포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각각의 세포로 분화되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못하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것은 사람의 난자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고, 이 줄기세포를 다른 세포로 분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뿐이다.


사람의 난자를 얻는 것, 난자의 핵치환 성공률을 높이는 것, 원하는 세포로만 분열시키는 것 등등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적어도 앞으로 3~5년은 줄기세포의 형성과 분화에 대한 기초자료를 수집해야 되는 시기이다. 임상에 적용하는 것은 안전성이 확실히 검증된 이후에 시도해도 늦지 않다.” 며 현재 불고 있는 줄기세포에 대한 낙관적 기대와 허황된 소문은 상당수가 부풀려진 것임을 시사했다.


또한 이 분야는 1970년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 개발된 이래,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윤리성 및 안전성 논란으로부터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이와 같은 생명윤리 문제는 현재 바이오산업 성장에 있어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중 줄기세포 연구는 배아 단계이긴 하지만 인간 복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바이오테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안들 중에서 가장 민감하고도 판단이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따라서 줄기세포 논쟁은 이제까지의 그 어떤 생명윤리 논란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18일 유엔총회 법률위원회는 ‘인간복제에 관한 유엔 선언문’을 채택하며 모든 형태의 인간복제를 금지함을 촉구했다.

모두 6개 항으로 이루어진 이 선언문에서는 △생명과학 적용 때 인간생명(human life)을 적절히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 강구 △인간존엄 및 인간생명 보호와 양립할 수 없는 모든 형태의 인간 복제 금지 △생명과학 적용 때 여성의 불법 이용 방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나, 이 선언문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서 선택은 각 나라의 자율에 맡겨진 상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3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이 채택되어 올 1월 1일부터 발효된 바 있으며, 시행 첫 해를 맞이하여 그 시행 결과가 주목된다.


줄기세포 시장의 미래


이렇듯 줄기세포 연구 논쟁은 그 가능성과 윤리성 사이에서 논의가 팽팽하다. 따라서 이 연구의 중심축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지에 따라서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줄기세포 연구는 완전 금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각국은 종교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치료 목적의 배아복제 연구를 경쟁적으로 진행시키고 있는 데다, 성공시에 얻게 될 경제적ㆍ사회적 이득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치료용 목적의 배아복제 연구라는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허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는 지금 생명윤리와 효용성의 두 가지 가면을 번갈아 쓰며 연구를 진행시키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논란과 비관적 전망을 내세우면서도, 물밑에서는 치열한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복제양 돌리 생산으로 주목받은 영국뿐 아니라, 중국과 인도 등도 줄기세포 연구를 핵심 과제로 선정하여 적극 육성하고 있으며, 공식적으로는 반대 입장이 강했던 미국에서조차 민간 연구소의 줄기세포 연구를 눈감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줄기세포 연구가 각국에서 활발히 진행된다면 앞으로 5년 이후에는 인간에 대한 임상 실험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줄기세포 연구에 있어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인간 체세포를 이용한 배아복제에 성공하는 등 세계적인 기술 수준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획기적인 연구 성과 발표에 자극받은 각국이 줄기세포 연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기술적 우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또한 외국에 비해 줄기세포 연구 이후에 진행되어야 할 임상실험 능력의 미숙함은 줄기세포 연구결과가 실제로 치료로 이어지는 것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는 이제 막 시작하는 기초기술 단계로 세계는 이미 이 기술에 집중하고 있고, 우리도 세계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21세기 과학기술입국을 위해서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분야이다.


이에 정부는 줄기세포 연구의 윤리성과 정당성을 확보할 세부적 가이드라인을 정립하고, 이 분야를 집중 육성하여 연구자들의 혼란을 방지하고 이 분야의 연구가 세계 선두를 지킬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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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기자
저작권자 2005-03-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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