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생명과학·의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7-03-06

트라우마 치료 가능성 열린다 쥐 실험 결과 과거 고통에 대한 기억 사라져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지난 2008년 10월 국제학술지 ‘신경 저널(journal Neuron)’에 GM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가 실렸다. 쥐의 뇌 속에 특정 화학물질을 주입하면 기억력이 감퇴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이 논문은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때 활용된 물질이 ‘alpha-CaM kinase II’이란 단백질이다. 이 물질을 투입하는 정도에 따라 쥐의 기억력을 높였다 낮출 수 있었다. 실험을 진행한 조지아 의대 신경과학자인 조 치엔(Joe Tsien) 교수는 이 물질을 통해 특히 오래된 기억을 통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서는 화학물질을 투입해 신경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5일 온라인 과학 웹사이트 ‘퓨처리즘(Futurism)’에 따르면  토론토대 신경과학 연구팀은 특정 세포 활동을 억제해 특정 기억을 사라질 수 있게 하는 원리를 입증했다고 밝혀 큰 주목을 받았다.

이 논문은 지난 2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차 총회에 발표됐다. 논문 제목은 ‘공포 기억 생성과 회상에 영향을 주는 엔그램 간의 경쟁(Competition between engrams influences fear memory formation and recall)’이다.

뇌속에 화학물질을 투입해 과거 공포스런 기억을 지울 수 있는 트라우마 치료 방법이 최근 과학자들을 통해 개발되고 있다.  ⓒwellness institute
뇌속에 화학물질을 투입해 과거 공포스런 기억을 지울 수 있는 트라우마 치료 방법이 최근 과학자들을 통해 개발되고 있다. PTSD 환자에게 희소식이지만 윤리 논란도 예고되고 있다.  ⓒwellness institute

논문 공동저자인 시나 조슬린(Sheena Josselyn) 교수는 컨퍼런스를 통해 “뇌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감소시키는데 따라 쥐와 같은 동물의 기억을 지워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동물 실험을 시도했다.

화학물질로 오래된 기억 억제할 수 있어   

연구팀은 전기 충격과 함께 특정 소음에 대한 고통을 경험한 쥐들을 대상으로 같은 고통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했다. 실험 결과 특정 기억을 생성하는 신경세포 활동만 억제한 후 다른 기억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고도 해당 기억을 지울 수 있었다.

논문에 따르면 뇌 속에는 두려움(fear)과 위협(threat)를 기억할 수 있는 세포가 활동하고 있다. 화학물질 투여를 통해 이 세포의 활동을 강화하거나 억제할 경우 이들 기억의 잔재들을 활성화하거나 억제할 수 있다는 것.

조슬린 박사는 “문제가 되는 기억이 있다면 신체 전체나 뇌 전체를 겨냥할 필요 없이 특정 세포 활동을 억제해 그 기억을 소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세계가 이 연구 결과에 주목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좋지 못한 기억으로 큰 고통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라 불리는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대표적인 경우다. 특히 파괴적인 훈련을 하고 있는 군인의 경우 PTSD 사례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 국방성 자료에 따르면 매년 400여 명의 PTSD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전투 스트레스(Combat Stress)를 경험한 군인 수도 1만 명에 달하고 있다. 민간인들 역시 PTSD로 인해 큰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아동학대, 교통사고, 유괴, 성폭행 등을 경험한 사람들이 고통이 심각한 상황이다.

감정기억 손상 우려, 윤리적 논란 예고  

과거 기억을 지우지 못해 밤잠을 설치거나 약물 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미 재향군인회 PTSD 센터 통계에 의하면 미국인 약 3억2400만명 가운데 7.8%가 PTSD로부터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중 85%는 전투 경험이 없는 민간인들이다. PTSD가 사람들을 얼마나 괴롭히고 있는지 상상이 가능 대목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기억을 지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약물학적인 방식을 통해 사람을 치료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말하는 약물은 ‘단백질합성억제제(protein inhibitor)’를 말한다. 단백질 합성은 사람의 기억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지난 2015년 우리나라 강봉균 서울대 교수 연구팀과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IBS) 단장 연구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지를 통해 뇌에서 오래된 기억이 형성될 때 일부 유전자의 단백질 합성 활동이 억제된다는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리보솜 프로파일링’(RPF) 기술을 도입해 장기 기억을 담당하는 뇌 조직 해마를 대상으로 오래된 기억이 형성될 때 그 안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장기기억 형성 때 해마에서의 전체적인 단백질 합성 효율이 낮게 유지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단백질합성억제제’는 단백질합성에 관여하는 효소계에 작용해 뇌세포 내 단백질합성을 저해할 수 있는 물질을 말한다. 많은 과학자들이 특정 뇌세포에 작용할 수 있는 억제제 개발을 통해 PTSD와 같은 기억에 의한 질환을 치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 약물치료가 윤리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왕립정신과협회(Royal College of Psychiatrists) 시몬 웨슬리(Simon Wessely) 교수는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지만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약물치료를 통해 사실적인 기억을 지울 수 있겠지만 동시에 기억과 관련된 감정적 기억 메커니즘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럴 경우 심각한 뇌 손상이 우려된다”며, “이 시술을 시행하기 전에 윤리적으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7-03-06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차대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차대길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